음식·숙박·운송서비스 활성화…하루 1조31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SG50 티셔츠ㆍSG50 햄버거 세트ㆍSG50 리콴유 뮤지컬ㆍSG50 기념 영화ㆍSG50 특별 전시회ㆍSG50 세일ㆍSG50 특별 스타벅스 음료….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싱가포르는 지난 9일(현지시각) 독립 50주년을 맞았다.
8월 첫째 주 싱가포르 시내는 어딜 가나 ‘SG50’로 치장됐다. 거리 곳곳에서 싱가포르 독립 50주년을 뜻하는 ‘SG 50’ 로고를 볼 수 있었고, 독립 기념 음악 ‘내셔널 데이 송’이 울려 퍼졌다.
이 모든 상황에는 독립 50주년을 발판으로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싱가포르 범정부적 마케팅이 깔려 있다. 서울시 면적(605㎢)과 비슷한 아담한 도시국가 싱가포르(697㎢)는 나라 전체가 독립 50주년을 국가 마케팅의 의제로 설정했다.
여기저기 눈에 띄고 경험되는 ‘SG50’은 그 어떤 슬로건보다 강렬했다. 싱가포르의 SG50 열풍은 국가 마케팅 수준을 넘어 일정의 이데올로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런 정책이 상당한 효과를 누린 것은 분명하다.
반면 광복 7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고요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경건하고 침착한 분위기다. 나라마다 국경일을 기리는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까지 내수를 살리려던 정부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지 못한 느낌이다. 서울 시내 가로등과 대형 빌딩 몇 곳에 태극기가 걸려있을 뿐 ‘SG50’만큼 눈에 띄는 콘텐츠는 안 보였다.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 경직되는 동아시아 정세에서 광복 70주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었던 방법은 충분했다. 이미 광복절은 지나갔지만 역사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멘텀 기회를 놓친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민 사기 진작 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국무조정실을 비롯한 각 부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복의 의미를 되살리는 방안의 세부 실행계획과 홍보대책을 철저히 준비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경축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며 “외국 관광객 유치와 국내 소비 진작을 위해서 코리아그랜드세일도 조기에 확대 시행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선 7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11조6000억 원 규모의 추경 예산이 즉시 국민들에게 지원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들은 예산 집행을 최대한 서둘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휴 3일 동안 박 대통령의 의도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임시공휴일
1인당 8만원 소비지출”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은 8월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침체된 내수경기가 활력을 얻어 1조3100억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14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를 통해 “임시공휴일 하루 동안 숙박, 운수, 음식점, 오락문화서비스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이 같은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부문별 부가가치는 음식업 4800억 원, 숙박업 3300억 원, 운송서비스업 2800억 원, 오락문화서비스업 2200억 원 등이다.
보고서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임시공휴일을 적용받아 1인당 7만9600원의 소비지출을 유발해 하루 동안 전체 1조9900억 원의 경제 전체 소비지출액이 발생한 것으로 봤다.
소비지출의 구성비는 2011년 실시된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조사(대체휴일제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자)를 토대로 숙박(23.9%), 교통(28.2%), 식비(34.1%), 오락문화(13.8%)로 계산했다.
그 결과 하루 생산유발액은 3조8500억 원으로, 음식업이 71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운수업 6260억 원 ▲숙박업 4970억 원 ▲문화 및 기타서비스 3000억 원 등으로 분석됐다.
임시공휴일에 따른 취업유발인원은 4만5700명으로 음식업이 1만7800명, 숙박업 1만2400명, 운송서비스업 8400명, 오락문화서비스업 7100명 등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이사대우는 “휴식은 미래의 생산성 제고, 침체된 내수 경기 회복의 모멘텀 조성, 지역 경제의 활성화 등에 긍정적”이라며 “휴일을 ‘노는 날’이 아닌 새로운 부가가치 생산 활동 기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시공휴일, 준비 없이
지정한 것 같아 아쉬워
8월 14일 ‘임시 공휴일’이 기업의 ‘자율’인 이유로 전 국민이 혜택을 받지는 못했었다. 관공서와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회사는 공휴일을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부에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어린이집 문제였다”며 “수요조사를 해서 14일에도 당번교사를 배치하도록 했다. 긴급보육을 실시하고 거기에 대해서 휴일 보육료 150%도 지원했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 김민영(33)씨는 “회사는 안 쉬는데 아이들을 맡길 유치원ㆍ어린이집은 쉬게 돼 아이 맡길 곳만 없어져 난감한 처지에 놓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정부에서 조치를 취해줘 무사할 수 있었다”고 웃으면서 토로했다.
민간기업 직장인들은 ‘임시 공휴일’이기에 강제성이 없어 자신과 관련이 없는 ‘공휴일’이라는 반응이었다. 사실 임시공휴일로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평소 ‘불금’으로 소득을 올렸던 택시기사나 대리운전 기사 등은 난감한 처지를 한탄하기도 했다.
한 방송인은 자신이 출연하는 토크쇼에서 이런 현상을 언급하며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던 것을 나쁘다고 보지는 않지만, 준비 없이 지정한 것 같아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임시공휴일이었던 14일에 자진해서 휴일을 반납하고 정상 운영했던 곳도 있다.
경남교육청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에서 지정한 임시 공휴일에 도민들이 가족과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기관 사정에 따라 공공도서관 개관을 권장했다. 그러자 경남교육청 소속 24개 전 도서관이 동참해 정상출근을 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임시 공휴일을 반납하고 도민들의 도서관 이용에 최상의 서비스를 지원했던 도서관 직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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