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창건 70주년 행사 앞두고 깜짝이벤트 준비 골몰
“올해 10월까지 전쟁 준비 완성하라” 黨 문건 하달說
[일요서울 | 황정현 프리랜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이 지난 4일 발생한 이후 북한의 도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지뢰 도발을 두고 지난 12일 시작된 한미군사훈련인 ‘2015 통합화력 격멸훈련’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훈련시작 당일 “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이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행위에 미쳐 날뛰고 있다”고 맹비난한 것이 근거다.
우리 군은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지만,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10월에 침략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10월 남침설’과 관련, 의심스러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고 주장한 김영환 전 국정원 정보대학원 교수의 ‘땅굴 남침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주장이 제기됐을 당시 정부와 국방부 그리고 국정원 등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한반도의 지형과 지리 북한의 군사적 상황 그리고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군부의 전략 첩보 등을 고려했을 때 북한이 핵보다 땅굴을 이용해 남침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제와 남조선 괴뢰 호전광들 최전선 일대에서 도발적인 북침전쟁연습에 광분’이라는 논평에서 “호전광들은 그 누구에 대한 ‘응징’이니 ‘격멸 가능한 확고한 대비태세’니 하며 전쟁열에 들뜬 망발들을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훈련 내용을 살펴보면 한미 양국 군은 이날 최신 무기를 동원한 훈련을 시작했다. 또 이 훈련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다지는 훈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발끈한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하는 이번 훈련은 역대 최대 규모로 이달 말까지 4차례 진행된다. 무엇보다 훈련에는 한미 양국 군의 47개 부대 병력 2000여명이 참가하며 우리 군의 K-2 전차, K-21 장갑차, 수리온 헬기, FA-50 전투기, 다연장로켓(MLRS) 등 최신무기와 주한미군의 브래들리 장갑차, 팔라딘 자주포, 아파치 헬기, A-10 폭격기가 투입된다.
경제·군사분야 활동 늘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영건 내각 부총리를 올해 총살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사 훈련 시작 당일인 지난 12일 북한의 최영건 부총리가 지난 5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책 추진에 불만을 표출했다가 총살됐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숙청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처형한 간부가 60여 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10월 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대내외적 성과와 관련해 북한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경축행사를 앞두고 ‘깜짝 이벤트’ 준비에 골몰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현장과 군수공장 등을 찾을 때마다 ‘당 창건 70돌을 위한 성과’를 강조하며 관계자들을 독려하면서 마음에 차지 않으면 공개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들어 경제와 군사분야 활동 비중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성과를 촉구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10월 이벤트 예고 속내
북한은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육해공군과 반항공군, 전략군 장병 열병식과 평양시 군중대회를 거행할 것이라고 밝혀 신형 무기를 선보일 것임을 시사했다.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부대들을 현지시찰하면서 “올해 10월까지 모든 전쟁준비를 완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형무기 공개를 두고 추측과 분석이 분분하다.
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당 창건 70돌이 되는 올해 10월까지 전쟁준비를 완성할 것에 대한 김정은의 지시가 문건으로 내려와 해당 군 지휘관들에게 하달됐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군 지휘관들이 지시문의 내용을 요약해 병사들에게 알려주는 식으로 전 군에 김정은의 지시 내용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사들에게는 김정은 지시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각 인민군 부대 대대단위로 10월 말까지의 전투준비 일정계획을 다시 세웠다”며 “심지어 대원들에게 다시 세운 전투준비 일정계획을 암기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미국도 그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을 끈다. 미국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북한의 10월 공산당 창당 기념일 전후 도발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을 방문한 김 대표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정보당국의 동아시아 담당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현재 정세와 도발 가능성 등에 관한 분석을 들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과 김종훈 의원 등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미국 정보 당국은 이 같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난 5월 수중 미사일을 발사했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수면 아래에서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사일 발사 기술의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북한의 수중 미사일 발사 성공 주장에 대해 지금껏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미국 정보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배력 행사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주요 정책 결정 과정들은 김정은이 스스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측근 처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강력한 권력 장악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이 북한의 핵문제에 경직된 태도를 보여 다소 실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며 “북·중 관계는 아주 매끄럽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보 당국은 “중국은 북한이 위험에 빠질 정도의 외부 제재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핵무기와 경제의 ‘병진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두 개(핵·경제)를 같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전후한 무력도발 가능성과 관련한 정부 안팎의 관측들을 종합하면 10월 도발설에 상당한 무게가 실린다. 동시에 북한은 북중관계 개선 움직임도 적극적이어서 중국과의 화해가 10월 대형도발을 염두에 둔 포석인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중 관계개선의 노림수
이와 관련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같은 달 27일에는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본인 명의의 화환을 보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같은 분위기에 화답하듯 최근 북중접경 지역인 조선족 자치구 지린성 옌벤을 방문한 데 이어 선양까지 방문했다. 이는 시 주석의 중국 소수민족 끌어안기의 일환일 수 있지만, 북중관계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대 증축공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말부터 북한은 동창리 발사대 증축공사를 진행했으며, 기존 50m 높이에서 최근 최소 60m까지 증축했다. 발사대 높이가 높을수록 더 큰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점에서 당 창건일 70주년이 되는 올해 10월 10일을 전후해 '축포' 성격의 군사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가 김무성 대표를 만나 우려를 제기한 것에 대해 북한은 부인하지 않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장일훈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도 같은 달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10월 미사일을 발사 가능성과 관련한 언론보도와 관련 “우리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다. 대단하고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게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등 대형급 군사도발을 종종 국내 주요 정치적 계기에 맞춰온 측면도 물론 이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서해 발사대 증축공사는 사실상 지난해 마무리됐다"며 “그간 공사 흐름을 보면 10월10일 당창건일을 전후한 발사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견해다.
그러나 일부에선 “북한이 악화일로의 북중관계에 또 한 차례 찬물을 끼얹어가며 10월 군사도발 이벤트를 강행하겠냐”고 의문를 제기한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제스처는 관계개선의 포석을 깔아두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하지만 북한의 10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북중관계 개선에 분명 역행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천명했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당장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보다는 대규모 열병식을 통한 간접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이나 이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신무기를 열병식에 등장시킴으로써 미국과의 군사적 대립각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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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