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회장, 수입차 양다리 걸치기
이웅렬 회장, 수입차 양다리 걸치기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8-17 10:24
  • 승인 2015.08.17 10:24
  • 호수 1111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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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이어 아우디 딜러 획득…상도덕 논란 일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웅렬 회장의 코오롱그룹이 아우디의 판매권을 가져오면서 수입차 양다리 걸치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코오롱은 이미 또 다른 수입차 BMW그룹의 최대 딜러이기 때문이다. 이웅렬 회장의 선택에 따라 BMW와 아우디는 같은 그룹 밑에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일요서울]은 코오롱이 일으킨 상도덕 논란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여다 봤다.
 
라이벌과 한 식구 된 BMW코리아, 향후 대응 주목 
수입차 시장 지각변동 예고…딜러사 전쟁 발발 가능성

아우디코리아는 서울 동남권(송파구·위례 신도시) 지역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할 새로운 공식 딜러사로 (주)코오롱을 선정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코오롱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아우디는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 딜러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아우디는 서울 동남권을 담당하던 딜러사인 참존모터스가 경영 악화로 영업을 중단하면서 새로운 딜러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코오롱은 아우디 판매와 서비스를 전담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에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최대 15대의 차량을 전시할 수 있는 신규 전시공간과 차량 10대를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서비스시설을 갖춘 3S 전시장도 오픈할 예정이다. 올해 말부터는 임시전시장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코오롱이 BMW의 최대 딜러사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의 라이벌 회사가 한 지붕 식구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벌써부터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직접 코오롱을 찾아가 항의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은 아우디 라이벌인 BMW 공식 딜러사로 국내 BMW·미니(MINI)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는 딜러다. BMW그룹의 최고급 세단인 롤스로이스는 직접 수입·판매를 해왔다.

그리고 코오롱은 BMW의 공식 딜러사 코오롱글로벌(코오롱모터스)의 지분 62.81%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BMW와 아우디는 한 지붕 식구로 경쟁을 펼치게 되면서 향후 분기 때마다 직접적인 실적 비교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모습에 반응도 제각각이다. 법인을 달리해 여러 브랜드를 판매하는 방식은 이미 대형 판매사들이 취하고 있는 형태여서 문제가 되지는 않으나,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독일차 브랜드를 동시에 취급한다는 관점에서 일대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코오롱이 BMW 판매가 일정 부분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BMW코리아가 경쟁 판매사인 한독모터스를 지나치게 편애해 코오롱이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흥미롭다.

무려 30여 년 동안 동고동락한 최대 판매사가 경쟁사 브랜드와 눈이 맞은 데 대해 BMW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일부에서는 BMW는 자사 판매사가 다른 브랜드 판매를 겸하는 경우가 부산 동성모터스 외에는 없었던 만큼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BMW가 코오롱에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BMW가 코오롱을 상대로 인기 차종 수급 제한 등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BMW가 코오롱의 전시장 몇 개를 회수하거나, 그 옆에 다른 판매사 전시장을 둘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다른 일부는 아우디와 코오롱이 상도의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아우디가 송파지역 판매권을 유치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경쟁업체 판매사를 낙점한 것은 보기가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향후 독일 브랜드들 간에 경쟁사 우수 판매사 영입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반응은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BMW 입장에선 공식 딜러사가 아우디를 가져왔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하기도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향후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건으로 인해 시장의 변화도 일정부분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다만 이번 논란에 얽혀 있는 세 회사는 아직까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우선 코오롱 관계자는 “두 회사는 각각의 법인을 통해 판매될 것”이라면서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고 전했다.

아우디코리아는 판매·서비스 역량을 강화해 나가려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아우디 측은 “코오롱을 낙점한 것은 서비스와 판매 수요가 늘고 있는 서울 강남권의 수요를 분산하는 동시에 송파와 위례 신도시 지역의 판매·서비스망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선을 그었다.

피해자로 분류되고 있는 BMW는 향후 대응을 검토 중이다. BMW관계자는 “현재 독일 본사에 이와 같은 상황을 통보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아직은 공식입장 등이 정리되지 않아 전부 밝힐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코오롱이 아우디 판매권을 획득한 것을 기점으로 수입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상당하다. 그 중 한 가지가 (주)코오롱이 기존 아우디코리아 딜러이자 송파·위례 지역 판매자였던 참존모터스를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설이다.

코오롱이 임시전시장에서 아우디 판매에 나선 가운데 ‘전시장 하나 내려고 수입차사업을 시작한 건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참존모터스 전체를 사들여 아우디 판매를 본격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외에도 그동안 아우디의 가장 큰 판매사였던 고진모터스와 신규 판매사 코오롱이 제1 판매사 자리를 놓고 어떤 승부를 벌일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여타 판매사들이 코오롱의 등장에 우려를 표하는 것도 출혈경쟁이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여러 모로 코오롱의 등장이 일으킬 파급 효과가 작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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