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 보면 “필러는 위험하다던데 수술이 낫지 않을까요?”라든가 “필러는 매년 다시 해야 하지만 수술은 안 그렇잖아요?”, “필러를 했다가 꺼진 자리는 흘러내리게 되나요?” 등의 말을 듣게 된다.
상담 시에 몇 마디 나누게 되면 사람들의 사고 체계가 들여다보이고 표정 몸짓 말투에서 신념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필러가 악역으로 몰려서 우려를 낳고 있다. 필러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점점 악역이 되고 있는 필러에 대한 변호를 해볼까 한다.

먼저 필러는 위험하다는 오해다. 요즘 시사프로그램에서 종종 다루고 있는 주제이며 필러가 위험해 수술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필러는 간편하면서도 안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적은 의사들도 필러를 많이 시술해 부작용이 증가하고 있다.
숙련된 의사가 하는 필러 시술과 수술, 두 가지를 비교해 보았을 때 부작용과 불편감에 따른 후유증 등은 수술이 필러보다 훨씬 더 심하다. 다만 수술은 그만한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큰마음을 먹고 받는 경우가 많다. 또 필러는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시술하는 경우가 많고 필러가 수술보다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나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사의 숙련도가 중요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필러의 부작용은 1~2일 내에 징후가 발생한다. 문제가 생겼다면 되도록 일찍 알아내고 최대 장점인 필러를 녹이는 주사를 사용해 잠깐 녹인 후 몇 주후에 재시술을 하면 된다. 다만 필러 수술을 받은 후 문제점이 발생하는 점을 잡는 병원의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상황이 커지게 된다. 예를 들면 문제가 있어도 환자는 그것이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를 모르는 경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휴일에 병원 측에 연락할 도리가 없는 경우 등이다. 극 초반을 지나 1~2일 후에 문제가 심해지게 되면 그때는 환자도 문제가 심각함을 알고 연락하려 하지만 휴일인 경우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병원 측에서는 필러 시술 후 1~2일 이내 반드시 경과를 확인하고 불편한 점이나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근무시간 후나 휴일 등에도 반드시 병원 측과 연락 가능한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필러는 녹일 수 있어 큰 문제가 생기기 어렵다. 문제가 생긴 징후를 알지 못한다면 잘 녹는 필러의 장점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녹지 않는 필러가 유행하고 있다. 유지기간이 좀 더 길기에 2~3배의 고가로 시술 되고 있다. 하지만 녹지 않는 필러는 문제가 있을 때 녹일 수가 없어 안전성이 떨어진다. 결국 녹일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녹는 필러는 녹지 않는 필러보다 유지기간이 짧지만 첫 시술시 시술 부위가 도드라지게 된다. 반복해 시술할 경우 체감 유지기간이 점점 길어져 녹지 않는 필러처럼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수술은 한 번만 하면 되지만 필러는 매 년 해야 하잖아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코 수술, 무턱, 이마 보형물의 경우에는 맞는 말이다. 지방이식의 경우는 반만 맞는 말이고 하안검 수술의 경우는 틀린 말이다. 하지만 코 수술, 무턱, 이마 보형물은 사회 기간이 길고 고가이며 더 위험해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더 크지만 오래간다. 여러 가지 단점을 감수하고도 단 한 번의 시술만 원한다면 수술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지방이식 경우에는 반만 맞는 말이다. 지방이식이 잘 생착되면 오랫동안 유지되지만 그 지방도 노화에 의해 점점 사라지기 때문에 필러나 지방 보충이 필요하다. 또 지방의 특성상 피부 바로 아래층에 넣기에는 성상이 필러처럼 입자가 곱지 않기 때문에 섬세한 시술을 해야 하는 제한점이 있다. 또 필러처럼 탄성이 강하지 않아 팔자주름 등 펴지는 힘이 약하다. 따라서 지방이식은 신체 지방이 충분한 경우에 양 제한이 없고 마음껏 쓸 수 있지만 모양의 특성은 필러보다 못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생착률이 다르다. 생각보다 더 많이 생착됐을 경우 어색해질 수 있지만 해결책이 모호하다. 또 적당한 양이 생착됐다 하더라도 신체 체중이 늘었을 경우 얼굴이 이상해질 수 있다. 대체로 수면 마취해 지방이식을 하게 되는데 수면 마취의 위험성도 있다. 또한 지방 채취시의 위험성과 통증도 무시할 수 없다.
하안검 수술의 경우는 필러가 더 나은 경우가 많다. 하안검 근방이 노화돼 다크서클이 진해 보이는 경우 불룩 튀어나온 하안검 지방 수술을 하며 꺼지고 내려간 앞광대 지방을 편평하게 하는 정도까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어릴 적 복숭아 모양처럼 둥근 모양은 만들기 어렵다. 적당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해도 3~5년이 지나면 또 예전과 같은 모양이 점차 나온다. 때문에 3~5년마다 수술을 반복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면 앞광대 필러는 2~3년 이상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난 후 하안검지방돌출을 필러로 해결할 수 없을 경우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필러를 했다가 사라지는 자리는 피부가 더 꺼지고 흘러내리게 되나요?”라는 질문도 종종 듣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대다. 필러를 했던 자리는 더 탄력이 생기고 볼륨감이 남아있다. 필러를 주입할 때 생기는 기계적 자극과 필러가 피부 속에서 만드는 자극 등으로 인해 근처에 콜라겐이 자라나게 된다. 필러는 우리 몸 효소에 의해 다 녹아 사라져도 콜라겐이 자라 볼륨이 유지되며 콜라겐 덕분에 탄력 또한 증가한다. 필러를 시행했던 자리에 몇 년 후 재시술을 위해 진입하면 상당히 탄력이 증가해 있다.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다르지만 필러 시술은 비교적 안전한 시술이다. 다만 무분별한 시술이나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채 시행된다면 위험할 수 있다.
<라렌 피부과성형외과 대표원장>
<정리=최새봄 기자> bombom519@ilyoseoul.co.kr
최새봄 기자 bombom5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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