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실존 가능성 10%도 안돼”

동정녀에게서 태어나고, 동방에서 나타난 별이 출생을 알리며, 3인의 동방박사가 나타나 경배를 올리고, 30살이 되어 세례를 받고 가르침을 시작하여 물 위를 걷는 기적을 행하고, 제자에 의해 배신당한 후에 십자가에 못 박히고,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한 사람. 우리가 예수로 알고 있는 이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종교계의 ‘예수 진위 논란’에 뛰어든 사람은 바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박사모)’ 회장 정광용씨. 그가 8년에 걸쳐 모은 자료를 집대성한 ‘예수는 없었다’가 나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일요서울]은 정씨의 책을 입수, 그 내용을 소개한다.
이 책은 손가락으로 제방에 난 구멍을 막아 마을사람들은 구한 네덜란드 출신의 소년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적이 있었던 이 내용이 사실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실화라고 생각됐던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미국의 동화작가 마리 메이프스 도지(Mary Mapes Dodge)가 1865년에 쓴 <한스 브링커, 혹은 은빛 스케이트>란 동화였다.
저자는 어쩌다 소설이 실화가 되었을까에서 의문을 시작한다. 도대체 어린 아이의 손가락이 제방의 구멍을 막는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는 것이다. 동화책 내용이 실화로 둔갑한 것처럼 예수도 똑같은 과정으로 탄생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예수님은 만들어진 신이다
저자는 위의 사례처럼 가상의 인물이 마치 존재했던 것처럼 포장돼 영웅이 되고, 우상이 되고, 신이 되는 것은 쉽다고 보았다. 한스 브링커가 네덜란드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가슴을 파고들기까지, 동상이 세워진 시점을 기준으로 약 50여 년이 걸렸을 뿐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 전설 속 영웅들은 바로 이런 식으로 조작, 위장돼 몇 천년동안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해왔다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이야기들이 종교로 승격되기도 한다고 전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책이 바로 성경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예수는 없다고, 적어도 기독교 신약 성서에 나오는 완벽한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호와 하나님은 한 마디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인도 등 세계의 각종 신화를 표절하여 만든 종합복제품이라고 밝히면서 기독교를 믿는 신자라면 깜짝 놀랄만한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진실 찾기 기도 끝 얻은 계시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다른 사람과 달리 호기심이 많았다. 그 호기심이 예수에 대한 감동에서 여호와에 대한 분노로 옮겨갔을 때, 그 둘 사이의 부조화를 파악하기 위하여 오롯이 밤을 새웠다고 한다. 방바닥에 전지를 몇 장 크게 펼쳐놓고 예수의 가계도를 하나하나 일일이 빠짐없이 적고 연도를 계산하면서 아담과 이브까지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했다. 구약과 신약을 수십 번 통독하는 건 필수였다고 한다.
한 번 발생한 작가의 의문은 창세기 1장 1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창세기 1장 1절의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하나님인 여호와가 등장하여 또 다시 사람을 만들고 아담과 이브를 창조한다는 대목에서 그는 의구심을 품었다. 원래의 하나님은 어디 가고 느닷없이 여호와가 등장하다니. 전지전능하다는 여호와가 창세기 1장 1절에 나타난 ‘하나님’의 흉내를 내 슬그머니 그 자리로 끼어드는 장면이 성서에 버젓이 기록되어 있는데도 기독교에서는 하나님과 여호와가 그 신이 그 신이라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넘어간다고 주장한다.
과연 여호와와 하나님은 같은 신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기도를 드리다 계시를 얻게 됐고, 그 계시 끝에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가의 예수 기록 없어
저자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1947년. 팔레스타인 지방 사해 서쪽 연안 절벽의 쿰란 동굴에서 잃어버린 양을 찾아 헤매던 어느 목동이 고대의 양피지 두루마리를 발견했다. 기독교 성서 필사본이었다. 그러나 이 귀중한 고대성서 사본은 발견되자마자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무려 40년간이나 일반인과 신학자들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다.
고귀한 성경이 발견되었는데 뭐가 두려워서 감추고 공개하지 못했을까. 이 고대 성경 두루마리는 극히 일부의 ‘국제학자단’이 독점했고, 1991년이 되어서야 두루마리 전체라고 주장하는 부분들이 공개되었지만 이미 상당 부분이 훼손된 뒤였고 주석을 붙인 출판은 또 다시 10년이나 연기되었다. 왜 그랬을까.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과 화학적 분석법, 필체분석법, 사용언어 등으로 조사한 결과, 이 방대한 사해의 성경사본은 B.C. 500년에서 A.D. 68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본에 예수의 일생을 다룬 것으로 보이는 신약일부가 이미 기록되어 있었다. 기원전 150년 정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기록에 따르면 예수가 태어나기도 전인 150여년 전에, 이미 예수 혹은 예수로 추정되는 인물이 존재했었다는 얘기니 이렇게 되면 성서에 어떤 오류도 없다고 믿는 기독교 측에선 당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예수탄생 이전에 기록된 ‘사해문서’에 나타난 예수는 ‘의로운 스승’으로 표현된다. 이 의로운 스승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괴로운 죽음을 맞을 운명에 처했고, 고문을 받았으며, 흉악한 제사장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여 세계를 구원하고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게 된다.
그는 인내와 인간성과 형제애, 자선과 빈곤을 가르치며 새로운 계율과 정의와 세례, 그리고 성찬(聖餐)을 만든다. 이런 의로운 스승은 우리가 보는 성서의 구약에는 없다. 특히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고문을 받았으며, 흉악한 제사장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부활했다는 것을 보면 그 ‘의로운 스승’이 신약의 예수를 가리키는 것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예수는 태어나기도 전에 미리 존재했던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렇게 되다보니 기독교 기득권자들은 사해문서에 나타난 ‘의로운 스승’이 ‘세례자 요한’일 가능성, 예수가 어린 시절 이 에세네파에서 양육되고 그 이론을 전수받았을 가능성, 심지어는 예수 자신이 에세네파의 지도자였을 가능성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들끼리도 어느 것 하나 설득력 있는 견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예수 사후 30년이 넘도록 사해문서에 왜 예수가 단 한 줄도, 한 단어도 기록되지 않았는지 신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당시 지중해 주변엔 수많은 역사가들이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예수를 기록하지 않음을 근거로 들면서 예수는 만들어진 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소 네 명의 역사가들은 예수를 언급했다. 바로 플리니 2세, 수에토니우스, 타키투스, 요세푸스가 그들이다. 이들은 각각 한 두 문장으로 ‘그리스도’에 대해 기록했다.
하지만 작가는 원래 ‘그리스도’란 용어는 사람 이름이 아닌 ‘기름 부음을 받는 자’라는 호칭을 의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딱 집어 ‘그리스도’가 ‘예수’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네 번째 요세푸스의 기록이 위조란 사실은 수백년 전에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기록이 별로 없다보니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마치 사실인양 인용되고 있다며 그 사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대정신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알려진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의 내용을 근거 삼아 저자는 예수란 인물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높다고 보았다.
저자는 구약 성경과 관련 몇가지 퀴즈문답을 한다. 우선 다음 글이 누구의 이야기냐고 질문한다.
“신들은 홍수를 일으켜 세상의 모든 남자들, 여자들, 아기들, 동물들을 멸망시키려 한다. 신들은 정직한 인물 한 명을 선택한다. 신들은 그 인물에게 여러 층으로 된 나무 방주를 만들도록 명한다. 그 방주에는 지구상의 각종 동물과 몇 명의 사람이 실린다. 거대한 홍수가 범람한다. 최초의 산들은 물에 잠긴다. 그 인물은 주기적으로 새를 보내 근처에 육지가 있는지 살핀다.
‘노아의 방주’는 고대 이야기
처음 보낸 두 마리의 새는 방주로 돌아오고 세 번째 새는 육지를 찾았는지 방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 인물과 그의 가족은 방주를 떠나 동물 한 마리를 살생하는 의식을 치르고 그 동물을 희생양으로 바친다. 신들은 희생양을 구울 때 나는 냄새를 맡는다. 그 인물은 축복을 받는다. 신들은 홍수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
위 글은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다. 그러나 저자는 이 이야기가 구약이 기록되기 수 천 년 전에 수메르 문명의 우르 지방의 점토판에서 출토된 ‘길가메쉬 서사시’에 나오는 이야기라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성경은 고대 문명 신화를 짜깁기 한 책이라고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수메르’는 인류 4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다. 구약보다는 최소한 천 년 전에 기록된 것이다.그러면 구약의 노아와 그 방주는 어떻게 되나? 어떻게 되긴. 모조리 남의 것 가져다 베낀 표절이지. 구약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표절 사건은 이미 역사학계에서 정설로 굳어져 있는 사실이다. 성경에는 노아의 방주가 머물렀던 아라랏 산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산이 물에 잠겼다한다. 하지만 당시 성경 기자는 에베레스트 산의 존재조차 몰랐다.
에베레스트 산은 아라랏 산보다 3000미터나 높은 산이었지만 당시 우르 지방의 것을 베끼다 보니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또 비둘기를 날려 보내자 비둘기가 올리브 잎사귀를 물어 왔다지만, 이 세상 어느 올리브 나무도 150일 이상 물에 잠기고도 살아 날 수는 없다. 구약 기자들이 물이 없는 사막에서 살았기 때문에 빚어진 전대미문의 실수였다.”
이어 그는 여기에 사기꾼까지 등장하여 재미를 더하고 있다고 했다. 바로 1959년 ‘나바라’라는 사람이 노아의 방주를 발견했다는 사건인데, 그 당시 나바라는 고 목재조각 하나를 들고 나타나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여러 권의 책을 발간하여 떼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온 목재조각은 잣나무가 아니라 참나무임이 밝혀졌고, 연대도 1300년경의 것이 밝혀져 이제는 그런 것을 믿는 사람도 없다.
기독교의 가르침은 부정 않아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얼핏 보면 이 책 내용이 기독교를 부정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기독교의 기본적 가르침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성경에 설득력이 없는 부분도 많고 자체적으로 모순되는 부분도 있지만 기독교 그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측면은 무시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성경 속 하나님과 여호와는 다른 인물이라며 이 책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여호와’라고 했다. 책에서 그는 기독교는 고등종교의 이론적, 실천적 기초를 모두 갖추었다면서 최근 ‘봉은사 땅 밟기’ 같은 비기독교적 가르침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종교는 종교 이상을 뛰어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저자 인터뷰-“예수는 후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
- 이 책의 요지는 기독교를 부정하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나.
▲ 종교와 정치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헌법정신이기도 하다. 지금이 중세의 암흑기, 즉 정교일치 사회는 아니지 않는가. 종교적 논란에 정치적 논리나 의도가 개입될 수 있는가. 이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정치적 단어나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다.
- 책 제목이 ‘예수는 없었다’다. 역사적으로 예수가 존재한 사실이 없다고 생각하나.
▲ 예수는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기독교 신약 성서에 나오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다. 1947년 팔레스타인 지방 사해 서쪽 연안 절벽의 쿰란 동굴에서 목동이 고대 기독교 성서 필사본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40년간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다.
이 필사본을 조사한 결과 이 성경사본은 B.C 500년에서 A.D. 68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여기에 예수의 일생을 다룬 것으로 보이는 신약 일부가 이미 기록돼 있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예수가 태어나기도 전인 150년 전에 예수 혹은 예수로 추정되는 인물이 존재했었다는 이야기다. 또 예수의 실존을 기록한 역사가가 없다. 당시 사해지방에는 이름난 역사가들이 몇 명 있었는데 일체 예수에 대해 기록하지 않았다. 없었으니까 기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 기독교를 정면으로 부정하나
▲ 아니다. 기독교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공의적 사랑의 예수교는 고등종교로써 감동적이다. 그러나 종교는 종교 이상을 뛰어넘어서는 안 된다. 사실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는 각 지방의 신화를 무단으로 복제한 종합 복제품이다. 그 진실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었다.
- 신성모독이라며 기독교인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 종교적 측면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 이의가 있는 분은 공개토론을 통해 사실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 출간 이후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짐이 되지 않겠는가
▲ 박사모 회장이라는 직책과 작가라는 직업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박사모 회장으로서 책을 편 것은 절대 아니다. 작가는 어떤 글이든 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종교는 진실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 민주주의적 신념에서 볼때 개인의 집필 활동이나 출판의 자유가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직접 책을 읽어보면 그런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 관련 자료를 어떻게 수집했나.
▲ 2003년 5월 22일 포털사이트에 1인 카페를 개설하고 기독교를 비롯한 각종 종교를 탐구했다. 햇수로 8년을 준비한 셈이다. 기독교는 성서에서, 이슬람교는 코란에서, 불교는 불경에서 자료를 수집했다. 사실 자료수집이라기 보다는 공부나 구도의 과정이라고 본다. 많은 학습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이며 나머지는 뉴스나 보도 등에서 수집된 자료다. 물론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외국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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