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봄, 가을이 짧아지고 갑작스러운 고온현상과 평균 강수량을 밑도는 가뭄, 눈을 보기 힘들었던 남도 지방에 폭설이 내리는 등의 이상 기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열대 기후 작물들이 국내에서 재배되기도 하며 점차 온대가 아닌 열대성 기후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의 감기는 너무 추운 환경에서 지내거나, 환절기의 급격한 일교차가 원인이 돼 걸렸다. 특별히 감기가 무서운 질환은 아니었다. 그러나 점차 감기는 생과 사를 구분할 정도의 무서운 질환으로 탈바꿈 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감기나 체기 같은 작은 병들이 결국 만병을 지배할 것”이라며 正氣(정기‧면역력에 준하는 기운)를 키우는 것에 의미를 둬 正氣實 邪氣則死(정기실 사기즉사‧정기가 실하면 사기는 스스로 소멸한다) 혹은 扶正祛邪(부정거사‧정기를 북돋아 사기를 몰아낸다)라는 예방의학적인 치료 관리를 강조했다.
얼마 전까지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중증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고온 건조하며 밤낮의 기온차가 큰 중동 지역에서 낙타와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그러나 기후가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간의 감염이 가능하고,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신부전과 장염 등의 소화기 증상을 동반했다.
조류 독감이라 알려진 조류 인플루엔자도 사람에게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혀졌다.
신종플루라고 알려진 신종 인플루엔자 A도 발현 첫해에는 격리와 함께 타미플루를 유일한 치료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치료에 무용지물이거나 오히려 부작용으로 인해 후유증이 크다는 경험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메르스가 소강상태가 돼 가니, 이제는 홍콩독감이 돌고 있다 해 불안감을 내려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적당한 긴장은 약이 될 수 있으나 지속적인 긴장은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을 상하게 하는 독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감기, 갖가지 독감, 메르스 등이 같은 질환은 아니지만 외부 바이러스의 침입으로 일어나는 전신 혹은 호흡기 질환이라는 관점에서 동일 질환군으로 볼 수 있다.
이 질환들이 모든 사람에게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물론 치료 일선에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치료해주신 의료인들의 노력들과 개개인의 노력들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각자의 면역력이 가장 중요한 치료제이자 예방법이다.
감기를 앓아서 처방받는 약들을 보면 진해거담제, 항히스타민제, 해열제, 항생제, 기관지확장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약들을 복용하면 불편했던 감기 증상이 말끔히 치료가 됐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봐야 한다.
세균성이든 바이러스성이든 이로 인한 급성 염증상태인 경우라면 꼭 필요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노란 콧물과 코막힘, 만성적인 가래기침, 숨 쉬고 말할 때 자극이 돼 생기는 마른 기침, 밤이나 새벽녘에 잠을 깰 정도로 심하게 발현되는 발작성 기침, 평소 비염 증상으로 맑은 콧물과 재채기를 앓던 상태라면 복약을 하고 있어도 지지부진하게 한 달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증상의 차도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히려 남아있는 염증을 잡고자 항생제를 오래 쓰면서 소화 기능 장애가 일어나 입맛을 잃고 설사가 반복되고 살이 빠지는 후유증에서 벗어나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일부 의사들은 급성 경과를 지난 가래기침과 콧물 혹은 비염 증상에 준하는 맑은 콧물과 재채기에 명쾌한 약이 없지만 찾아온 걸음이 헛되지 않게 처방과 섬세한 설명을 덧붙여주기도 한다.
혹은 고열을 동반한 통증이나 수반될 후유증이 염려가 되지 않는 정도의 염증에는 1~2일치의 처방만 내리고 잦은 내원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항생제, 해열제 등의 처방을 하기도 한다.
완벽하게 치료되거나 빨리 치료되길 바라는 환자들의 요구를 적절히 받아주는 것도 좋지만 의학적인 지식이 모자란 환자를 계몽해 잠재적으로 더 나은 건강 상태로 이끌어주는 것도 의사가 할 역할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감기 처방은 다양하다. 처방하는 한의사에 따라 선호하는 처방이 있지만 개인의 체질적 소인과 드러나는 증상에 따라 다르게 처방될 수밖에 없다.
한의학에서는 감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몸의 내적인 원인이 우선인 내상으로 인한 감기와 몸의 외적인 원인이 증상이 우선인 외감으로 인한 감기가 있다. 원인이 다른 만큼 치료 방법도 차이가 난다.
흔히 알고 있는 냉방병은 바이러스가 원인은 아니지만 냉방기기의 찬바람을 이겨내지 못해 오는 것이므로 외감이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이 냉방병을 앓는 것이 아니라 체질적으로 호흡기나 소화기가 약한 이들에게 잘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내상감기에도 속한다.
혹은 차거나 날 음식, 소화가 안 될 만한 음식들을 소화기가 약한 분들이 드시고 탈이 난 것이 감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내상감기에 속한다.
이번에 유행한 메르스는 건강 여부에 상관없이 일정 시간 노출되는 대부분 발병하게 되므로 외감감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성 판정이 떠도 증상이 없거나 노출이 됐어도 양성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양성으로 판정되고 증상이 발현됐어도 이겨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역시 내상감기의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내상감기의 경향이 크다면 몸 자체의 회복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 외감감기 경우는 외부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치료법이지만 부정거사의 원리를 고려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다른 두 치료법 모두 환자의 회복력을 최대화 시켜주는 것이다. 열이 나면 땀을 내어 발산시키되 몸속에 음액을 보충해야 한다.
가래와 끈적거리는 콧물은 폐음을 보충해 가래와 콧물을 묽게 만들어 흐르도록 한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발생되는 건조하고 자극에 민감한 기침이 완화되게 한다.
구토와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은 먹지 않고 증상이 없어지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유동식이나 따뜻한 물이라도 먹어 속을 다스리는 치료를 병행해 서서히 소화기와 호흡기가 같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미가람한의원 원장>
<정리=최새봄 기자> bombom519@ilyoseoul.co.kr
최새봄 기자 bombom5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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