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국축구가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사상 첫 남녀 동반 우승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축구대표팀의 분위기와 경쟁력을 확인했다. 더욱이 여자축구는 강적 일본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면서 캐나다 월드컵의 아쉬움을 달랬고 남자축구도 해외파가 없는 열세를 극복하며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게 됐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8일 중국 우환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북한과의 사실상 결승전을 치르며 달라진 위상을 확인했다. 여자대표팀은 반드시 북한을 이겨야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지만 개최국 중국을 꺾은 데 이어‘숙적’일본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잡아내며 이미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특히 일본은 월드컵 준우승, 중국은 8강에 진출하며 우리보다 앞섰다. 북한도 지난해 아시안게임준결승전에서 한국을 이기며 좌절시킨 팀이라는 점에서 동아시안컵은 여자축구대표팀에게 쉽지 않은 경기였다.
이에 윤 감독은 2장의 출전권이 걸린 2016 리우 올림픽 본선 진출싸움에서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공격수 장슬기(고베 아이니가), 미드필더 김상은(이천 대교), 손윤희(화천 KSPO) 등 다섯 명을 새로 합류시키며 조직을 다졌다. 더욱이 윤 감독은 장슬기, 이소담(대전 스포츠토토), 이금민(서울시청) 등 어린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는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떨어진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여자 축구를 이끌어야 한다. 더 성장해서 자신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윤 감독의 바람처럼 선수들은 펄펄 날았다. 우선 홈팀 중국전에서 이민아(24·인천 현대제철)는 최고의 수훈 선수로 꼽힌다. 그는 현란한 개인기와 칼날 같은 패스로 전반 한국의 우세를 이끌었다. 정설빈의 전반 27분 중거리슛 결승골도 팀의 상승 분위기에서 나왔다. 한 해설위원은 이민아에 대해 “브라질 선수가 뛰는 것처럼 보였다”며“주전 선수인 유럽파 지소연(첼시)의 공백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극찬했다.
장슬기도 한일전 히든카드 역할을 하며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기대주로 평가받는 장슬기는 1-0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전에 투입되면서 공격과 미드필더 진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등공신이 됐다. 여기에 조소현과 전가을이 과감한 중거리슛과 프리킥골을 선보이며 통쾌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여자대표팀은 원팀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승승장구했다.
윤 감독은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서로 위해주고 팀을 위해 뛰어주는 배려를 최고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벤치에 앉은 선수들이 가리지 않고 서로 물병을 주고 도왔다. 팀이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축구대표팀 역시 북한을 넘게 되면 우승을 목전에 두게 된다. 남자대표팀은 중국을 상대로 2-0으로 이겼고 일본과는 1-1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해 지휘봉을 잡을 이후 한국은 13경기를 치른 지난 7일 현재 10승2무1패로 91%(무승부 제외)의 역대급 승률을 자랑한다.
더욱이 이번 동아시안컵의 경우해외파 차출이 불가능한 탓에 우려를 낳았지만 젊은 K리거들은 최정예로 나선 홈팀 중국에게 공한증을 다시 상기시키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한일전에서 선발 명단을 8명이나 바꾸는 파격적인 실험 속에서도 1-1로 경기를 마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남자대표팀의 최대수확은 단연 이재성(전북 현대)이다. 그는 답답했던 일본전에 후반 교체 투입돼 위협적인 슈팅을 선보이며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또 중국전에서의 2골도 이재성의 발끝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대표팀 주전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축구관계자들은 이재성에 대해 “엄청난 활동량과 악착같은 수비, 과감한 태클은 박지성을 빼닮았고 체격 등 외모 뛰는 모습은 이청용이 떠오른다”고 좋게 평가했다.
한편 1년여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김신욱(울산 현대)은 좌우측면에서 날아오는 크로스를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며 골대 정면으로 쇄도하는 훈련을 반복하는 등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정작 원톱으로 나선 일본전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대표팀의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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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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