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보좌진의 세계-46] 입법기관 대해부(여성보좌관.비서 上)
[국회보좌진의 세계-46] 입법기관 대해부(여성보좌관.비서 上)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8-10 10:45
  • 승인 2015.08.10 10:45
  • 호수 1110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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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어셈블리’ 다소 과장 … 보좌진役 돋보여
- ‘여비서’로 불리는 행정비서가 회계 핵심


지상파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정치드라마 ‘어셈블리’가 장안의 화제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국회 의원회관 주변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특히 등장인물로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의 보좌진들이 돋보인다. 의원회관 주변에서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다소 과장되고, 일부는 왜곡되었다는 의견도 개진되는 등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해야 할 방송드라마임을 감안하면 소재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어셈블리’는 1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보좌관 출신이 작가를 맡고 있어 경험을 바탕으로 매우 사실적인 묘사를 하는 것 같다.

특히 드라마에서 진상필 의원실의 선임 보좌관인 최인경 역을 맡은 연기자 송윤아의 캐릭터 때문에 보좌관에 대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뛰어난 정무감각과 까칠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국회 최고의 테크니션, 워크홀릭 등의 캐릭터로 나오고 있다. 실력을 갖춘 여성 보좌관으로서 당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극중에선 진 의원이 최인경 보좌관을 ‘최보’라고 호칭한다. 의정활동의 전부를 가까이서 보좌하는 최측근 인사이자, 막역한 사이의 친근감 표시라는 드라마상의 설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약간 다르다. 그렇게 보좌관을 호칭하는 의원과 보좌진 사이는 거의 없다.

의원과 보좌진 사이는 가깝기도 하지만 어려운 사이다. 정책과 법률분야 등 전반적인 의정활동은 물론, 정무적인 판단으로 정치활동을 보좌하고 지역구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보좌관이지만 인사권자인 의원은 어려운 존재다. 아주 일부는 대학시절 운동권 선후배나 시민사회단체 활동 과정에서 맺어진 동지적 관계에서는 막역한 관계를 설정한 의원실도 있다. 대부분은 일반 조직처럼 상하관계가 분명하고, 의전도 중시한다. 아무튼 정치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이 의원회관과 보좌진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해서 인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보, 최비는 보좌진 ‘호칭’

의원회관에서는 4급 보좌관이나 5급 비서관을 동료들이나 사무실 하급직원들이 약칭으로 호칭하고 있다. 예를 들면 김씨 성을 가진 보좌관은 김보, 최씨 성을 가진 비서관은 최비 등으로 불려진다. 김보, 박보, 최보, 이비, 송비 등은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흔한 호칭이다. 마치 애칭처럼 부르지만 상급자에 대한 애교섞인 호칭 내지 친근감의 표시라고 본다. 물론 일부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도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은어로 ‘꼰대’라고 부르는 것처럼 비슷한 분위기다.

따라서 관계에 따라 다소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어 하급 비서들이 상급자인 보좌관과 비서관을 앞에 대놓고 약칭을 쓸 수는 없다. 하급 비서들과 국회인턴들 사이 혹은 같은 직급의 동년배나 동급의 보좌진 사이에서나 쓴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의원회관 내부와 주변에서는 흔한 애칭이다. 비록 정치드라마이긴 하지만 국회 보좌진에 대한 직무와 역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확실한 전문직업군임을 인식시키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의원회관에는 송윤아 씨가 연기하는 최인경 보좌관처럼 설정된 캐릭터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여성보좌진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드라마에선 보좌관이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의원과도 허물없는 사이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의원회관에는 4급 공무원 신분의 여성 보좌관도 상당하다. 십수년 전에 비해 그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는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의원회관에도 여성 보좌진이 늘어난 것이다. 여성 특유의 부드럽고 꼼꼼하고, 섬세함 등이 정책개발과 법률안 발의 등 의정활동 보좌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물론 여성 의원들의 보좌관이 모두 여성은 아니다. 여성의원은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관행은 없다. 하지만 여성 의원실의 상당수는 선임격인 수석 보좌관을 여성이 맡은 경우가 많다. 물론 여성 의원실에 남성 보좌관도 있고, 드라마처럼 남성 의원실에 여성 보좌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문성과 경력 등을 감안해 공채를 하거나, 주변에서 추천해 채용한다. 남성보좌관 못지 않게 15년 이상 장기근속하는 여성보좌진들도 늘어나고 있다. 각 정당과 국회에도 여성의 역할이 늘어나고, 여성 보좌진도 이제 전문직업군으로 자리매김되어 가고 있다.

9급 행정비서, 대부분 여성

한편 4급 여성 보좌관뿐만 아니라 의원회관에서 ‘행정비서’라고 불리고 있는 여성 비서도 중요 역할을 맡고 있다. 일반인들은 여비서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있으나 의원회관에서는 행정비서로 호칭한다. 9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 신분의 비서다. 행정비서는 의원실마다 차이가 있으나 다수 여성이 맡고 있다. 공개채용하는 경우도 있고, 의원의 주변인사나 지역구에서 추천받아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채용방법과 채용절차는 의원실의 다른 보좌직원들과 비슷하다. 과거에는 행정비서가 홍일점과도 같았지만 국회인턴 제도가 도입된 뒤부터는 여성보좌진이 많아졌다.

의원실에서 행정업무를 총괄한다. 주요 행사와 회의, 면담자 등 일정관리를 하고, 의원실 운영비 관리 및 정책개발비 등 의정활동 지원경비 등 관리, 정치자금 및 후원회 등 회계업무에, 각종 DB 관리, 민원인 응대, 각종 사무용품 관리 등 많은 업무를 맡고 있다. 의원회관과 지역사무소는 수많은 민원인과 방문객들이 전화를 걸어오거나 찾아온다. 일반 유권자도 있고, 행정부처나 피감기관 종사자들도 수시로 의원실을 방문한다. 행정비서도 하루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다. 정책개발이나 입법발의 못지 않게 회계업무라는 핵심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어셈블리’에서는 9급 행정비서역은 오애리 비서역을 맡은 윤복인 씨가 연기를 하고 있다. 똑 부러지는 의원실의 왕언니 역이다. 근 30여년 함께 세월을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꼿꼿이 버틴 독신의 여장부 캐릭터다. 설정된 인물은 의원회관에서 흔한 캐릭터는 아닌 듯하다. 그녀는 진상필의 행정비서 제안을 받고 국회에 들어오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향후 드라마에서 행정비서의 역할을 어떻게 보여줄지 자못 궁금하다. 아무리 드라마이긴 하지만 왜곡된 이미지나 과도하게 인물이 설정돼 의원회관에서 하는 행정비서의 업무나 역할이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계속>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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