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車 안전벨트 ‘위치조절기’ 논란
[소비자고발] 車 안전벨트 ‘위치조절기’ 논란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8-10 10:25
  • 승인 2015.08.10 10:25
  • 호수 1110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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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용 카시트 대안?…사고 시 파손·압박 위험 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가족단위 움직임이 늘면서 어린이용 안전벨트 위치조절기, 차량용 놀이매트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안전벨트 위치조절기는 카시트보다 저렴하고 장착이 편리하고, 놀이매트는 뒷자리를 확장시켜준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있다. 그런데 두 제품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제품은 보호 장치로서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장착 편리 장점에 인기 급증
관련 제도 정비 시급…인증 여부 꼭 살펴야

어린이용 안전벨트 위치조절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카시트와 부스터시트(어린이에 맞춰 시트의 높이를 조절하는 장치)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장착이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안전벨트 위치조절기는 어깨벨트의 위치를 조절하기 위해 벨트 전면을 감싸거나, 클립으로 후면에서 고정시키는 방식의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최근 어린이가 안전벨트만 착용한 상태에서 차량 충돌 시 위험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가 추진되면서 대용품으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또 벨트 전면을 감싸는 커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캐릭터까지 부착돼 있어 어린 자녀를 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안전벨트 위치조절기에 대해 “안전벨트가 직접 아이의 목 부위를 지나지 않아 아이가 답답해하지 않아서 만족스럽다”며 “아이의 몸 자체를 안전벨트와 함께 감싸서 의자에 부착시켜주는 것 같아서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안전벨트 위치조절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 안전벨트 위치조절기는 어린이를 전혀 보호하지 못한 채 파손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시험 결과 안전벨트 위치조절기를 착용한 어린이 모형을 자동차에 앉히고 시속 48㎞로 충돌하자 안전벨트 위치조절기는 충돌 시 파손되고, 어깨 벨트와 골반 벨트의 고정이 풀렸다.

어깨 벨트는 목 부위, 골반 벨트는 배를 압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사고의 위험을 방지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부스터 시트와 비교한 시험에서도 위치 조절기만을 사용했을 경우 최대 42%가량 다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안전벨트 위치조절기는 국가기술표준원 고시 ‘자동차용 어린이보호 장치 안전기준’에서 허용하지 않는 제품이다”며 “시험결과에서도 어린이 보호기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사고 시 큰 피해

차량용 어린이 놀이매트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매트는 뒷좌석을 확장시켜 장거리 여행이나 교통 정체 시 어린이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급정차 시 어린이가 앞으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인식돼 자동차용 어린이보호 장치로 여기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어린이가 놀이매트에 있을 때 급정차를 하게 되면 앞좌석 등판에 얼굴을 부딛혀 다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PVC 재질의 놀이매트와 수납시트 등 7개 제품의 프탈레이트 가소제와 중금속 검출 여부를 조사 결과 6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 일종인 DBP, DEHP, BBP가 기준치보다 최대 264배 이상 검출됐다.

2개 제품에서는 기준치를 최대 7배 초과하는 카드뮴이 나왔다.

이 밖에 자동차 좌석 등판에 설치해 어린이 용품이나 핸드폰 등을 넣어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수납시트도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주로 차량용 어린이 놀이매트와 함께 설치하고 있어 뒷좌석에 타고 있는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놀이매트 및 수납시트 판매 사업자에게 판매 중단을 권고했다. 또 ‘안전’, ‘카시트 대용’ 등의 용어를 사용해 안전벨트 위치조절기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에 유통을 자제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은 “생사를 오갈 수 있는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관련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정상적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은 현행법의 취지에도 반한다는 지적이다. 또 소비자들이 안전하다고 오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완전한 대안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 당국도 논란이 된 제품들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사용자범위 한정 기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벨트 위치조절기 안전인증 대상 포함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만, 사용자범위를 어린이로만 한정할 수 없어 기준을 적용하기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국가기술표준원 측은 “해당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에서는 안전벨트 위치조절기가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 아니라 성인들도 신체 여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주장한다”며 “어린이 보호 장치에 대해서만 안전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업자여서 안전인증을 받기 위한 비용 지불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자동차용 어린이 보호 장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의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 인증을 받고 판매할 수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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