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몰카·스파이앱 ‘사생활 엿보기’ 극성
무인 몰카·스파이앱 ‘사생활 엿보기’ 극성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08-10 09:47
  • 승인 2015.08.10 09:47
  • 호수 1110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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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 도·감청 시대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무인 몰카·스파이앱 국가정보기관의 해킹 의혹 사건으로 또다시 국민들은 도·감청 위협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국가기관에 의해 유출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작년 9월, 카카오톡 도·감청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반인들의 텔레그램 망명이 한창이었는데 그때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일반인들 사이에서의 무인 몰카 등 도·감청이 부지불식간에 널리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서의 도·감청 사례 많아져
사적 이익 위해 남용…정신적 피해 상상 초월


영국 잉글랜드 도시 지역의 한 누드비치.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소 중 하나다.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 많은 이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휴식을 선사했던 이곳에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지난달 26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곳에 무인기 한 대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 무인기는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향해 위를 보란 듯이 날고 있었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사람들은 비행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봤고, 무인기가 떠다니고 있는 모습에 경악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알몸이 혹여나 촬영돼 유출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무인기의 카메라 촬영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무인 몰카 및 이의 유출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신 몰카의 기능이 향상돼 멀리서도 상대방의사적인 대화내용이 녹음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다. 해변을 소유한 내셔널트러스트의 존 비쉬 대변인은 허가 없이 해변 촬영 등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몰카 및 도·감청이 횡행하는 세태 탓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정원 프로그램 논란

무인 몰카, 도·감청 등을 비롯한 사생활 유출은 해외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국가정보기관의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RCS(remote control system·해킹 감시 프로그램의 명칭)프로그램을 받아, 민간인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확한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를 계기로 일반인들 사이에서 도·감청 문제 및 우려가 확산됐다. 지난해 9월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 도·감청을 우려해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으로 망명한 사례가 있었다. 최근에도 작년과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정원의 문제가 터진 뒤, 텔레그램·바이버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SNS로 옮기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했다.


문제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도·감청이다. 감청(監聽·기밀을 보호하거나 수사 등에 필요한 참고 자료를 얻기 위하여 통신 내용을 엿듣는 일)과 다르게 도청(盜聽)은 수사 외에 타인의 이야기나 전화 통화 등을 몰래 엿듣거나 녹음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적인 ‘엿들음’은 대부분 ‘도청’으로 분류된다. 국가기관 및 수사기관이 개인을 상대로 비밀리에 뒷조사를 하는 건 감청이지만, 이 외에 일반인들 간에 상대방의 대화를 엿듣는 행위는 대부분 도청으로 분류된다.


최근 들어 국가 대 개인 외에 개인 대 개인과 같은 일반적인 도·감청 사례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모양새다. 흥신소, 심부름센터 등 한때 뒷말이 무성했던 업체를 중심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무인 몰카·도청 장치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개인의 의뢰를 받고 타인의 사생활을 뒷조사하는 이런 업체들의 대부분은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도청을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불륜 의심, 이혼이나 법적 다툼이 있을 경우, 기자들의 취재활동인 경우 등이다.


지난해 5월 A(25·여)씨는 혼자 사는 원룸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아랫집에서 하는 이야기가 자신이 사는 방에까지 모두 들렸던 것. 무엇보다 들린 소리에 의하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A씨는 말했다. 께름칙한 기분으로 민간업체에 무인 몰카·도청장치를 탐지해달라는 의뢰를 했다. 주파수로 몰카를 탐지하는 이 업체는 A씨의 의뢰에 탐지를 했고, 그 결과 몰카 주파수로 파악되는 신호음을 잡아냈다. 정확한 몰카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걱정이었던 A씨는 결국 이사를 했다고 한다.
 

A씨의 경우는 이제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2013년 봄 B씨(23·여)는 혼자 사는 원룸에서 연이어 이상한 일을 겪었다. 외출을 하고 들어왔는데 침구류 위치가 나가기 전과 달랐다. 옷장 안의 옷들이 헤집어 있는 등 외출 전과 다른 방 분위기와 느낌 때문에 여러번 경찰에 신고를 했다. B씨가 의심한 건 옆집의 30대 남자였다. 문제는 여름에 터졌다. 옆집 남자가 이사를 가고 며칠 뒤, B씨는 화장실 타일 바닥에서 조그만 구멍을 발견했다. 이상한 기분에 몰카탐지업체에 의뢰한 B씨. 화장실 타일 안엔 무인 몰카가 있었다.


사단법인 한국도청탐지업협회 김정국 회장에 의하면 “도청탐지 업무의 넓은 범위로 보면 크게 도청, 도촬, 위치추적 3가지로 분류된다”며 “인사이동 파악을 위해 단체장이나 기관장실에 도청기를 숨겨 발각된 사례, 입찰과 관련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도청기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도청 사례가 알게 모르게 많다”고 지적했다. 일전에 이슈가 됐던 유명 연예인을 도청한 회사 대표, 곡성군 의원을 위치 추적한 사건 등을 들어 도청의 사례가 다양하다고 언급했다.

무엇 위한 뒷조사인가

특히 김 회장의 발언에 따르면 위치추적도 도청의 한 범위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하면 실제로 알려진 것보다 도청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몇 년 전 위치추적 어플리케이션(앱)을 두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으나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도·감청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도청은 주로 음성에 의한 중요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이용되는데, 일반적으로 회사·단체 등 공적 업무를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부산항만청 입찰 과정에서 불거진 도청 논란이 이에 해당한다. 타인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는 도촬은 성범죄에 이용되거나 불륜 증거를 포착하기 위해 자주 악용된다. 모 흥신소 업체는 과거의 관행을 언급하며 “간통죄가 없어졌어도 이혼을 할 때 위자료를 더 챙기기 위해 불륜 현장을 잡으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불륜 현장 등 상대방의 약점으로 작용할 만한 사진이 있다면 이혼이나 합의를 할 때 더욱 유리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배우자를 의심해 스마트폰을 도청장치로 만든 경우도 있다. 통화·문자 내용뿐 아니라 주변 소리까지 녹취해 빼돌리는 ‘스파이앱’이다. 배우자 스마트폰으로 특정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심어지고, 이후 모든 통화와 주변 대화가 녹음된다. 이런 녹음 파일들이 스파이앱과 연결된 인터넷 홈페이지로 전송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팔아넘기기도 한다. 결국 스파이앱을 통해 배우자의 모든 생활과 대화를 엿들을 수 있어, 최근 들어 이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위치추적의 경우도 도청·도촬과 비슷한 이유로 악용된다. 부부·회사 직원 간 갈등이 대부분의 주요 원인이다. 결국 도청탐지 업무를 의뢰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개인의 사적인 갈등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치과병원장 C(남·46)씨는 병원 여직원과 퇴직금 중간정산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여직원과 감정이 상한 C씨.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C씨는 여자 탈의실에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형태의 녹음기를 화장지 박스 안에 설치했지만 곧 적발됐다.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사장이 직원들을 감시한 경우도 있다. 자신의 직원이 고객을 다른 업체로 빼돌리는 걸 감시하기 위해 사무실과 화장실 형광등 안에 녹음기를 설치한 중개업자는 이후 녹음기가 적발되는 망신을 당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도청탐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볼법도청을 탐지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실제로 도청탐지업체에 의뢰한 케이스 중 불법도·감청을 적발한 비중은 극히 드물다”고 답했다. 단순히 주변 사람이 자신을 도청하는 것 같다는 정황이나 의심이 포착 되더라도, 실제로 무인 몰카 등 도청기를 발견할 확률은 10% 정도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도·감청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도청기 적발비율이 낮은 것은 “도청행위가 일어나더라도 즉시 도청 탐지를 의뢰하는 경우가 적고 늦게 탐지를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특히 도청기는 설치가 쉽다. 발각이 되더라도 도청행위자를 잡기 어려운 배터리를 이용한 무선도청형태를 사용했을 때 이미 도청기는 수거한 상태에서 탐지하게 된다”며 도청기 적발 비율이 낮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 탐지 비율을 높이려면 도청이 의심되거나 도청의 정황이 포착되면 즉시 탐지의뢰를 해 탐지 적발 비율을 높이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더욱 문제

일반인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사생활을 훔쳐보는 게 쉬워진 세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줄어들고 있어, 더욱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청을 비롯한 녹취가 흔해지다 보니 법조계에선 속기사 직종이 뜨고 있다. 속기사의 주요 업무는 녹음 파일을 문서로 풀어주고 이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는 것.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만 속기사 사무실이 30~40곳이 있고 한글속기 1~3급 지원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1년 4726명에서 2014년 8602명으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 이를 두고 도청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특히 도·감청의 법적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이 일반인들에겐 모호해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따르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된다. 하지만 자신이 참여한 대화의 녹취는 불법이 아니다. ‘타인들 간의’ 대화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만 46만 명이 통비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으나, 이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제의식 역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불법 도·감청을 당한 한 성직자가 “난 어린 양을 인도할 목자인데 어떻게 신자들을 믿지 못하고 신앙생활을 계속할지 고민이다"고 말하는 등 불법 도·감청을 당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는 정신적인 피해는 심각하다. 김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받는 정신적인 피폐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피해자들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되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한국도청탐지업협회 김 회장은 “이러한 문제가 증가하는 원인은 개인정보 매체가 다양해지고, 이와 함께 접근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어 개인정보의 관리가 편리해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런 다양화와 편리화에 비례해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기술의 발달로 직접 설치하지 않고도 도청이 쉬워졌다. 특히 현재는 다양한 해킹 및 도청 기술이 발달해 이러한 문제가 더욱 증가하는 것”이라 언급했다. 이에 대한 자각과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on88@ilyoseoul.co.kr


box/ 해킹 관련 프로그램 / SNS


RCS 프로그램: 원격제어시스템(RCS-Remote Control System)으로 최근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업체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구입해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RCS는 악성코드가 담긴 이메일이나 인터넷 주소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강제로 설치하면 해당 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해킹 프로그램이다.

스파이앱: 사용자들의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 음성 녹음 등을 통한 도·감청 기능을 갖춘 어플리케이션(앱). 스파이앱은 주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2013년 2월 스마트폰에서 SMS 문자메시지 내용을 빼내가는 스파이 앱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바 있다. 중요 메시지로 둔갑해 인터넷 주소를 보내거나 무료 영화권 등의 쿠폰을 지급하는 것처럼 일반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으로, 발견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도·감청 문제의 중심에 있다.


텔레그램: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브콘탁테(VK : VKontakte)를 설립한 니콜라이 두로프, 파벨 두로프 형제가 2013년 개발한 무료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현재 독일에 있다. 2014년 9월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를 위한 전담팀 구성을 밝히면서 사이버 검열 논란이 일어났고, 이를 계기로 국내 최대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옮긴 사람들이 증가한 바 있다. 이는 ‘사이버 망명’이라 불렸고 이를 계기로 텔레그램이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

바이버: 통화, 메시지 전송 등이 무료로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앱) 중 하나로 미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린다. 2013년 5월 기준으로 약 193개 국가에서 2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지난해 사이버 망명 사태 때, 도·감청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정치권 인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 외에 아랍어, 헤브루어 등 전 세계 27개국의 언어로 지원된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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