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17대 재경위에서는 각종 경제정책 등을 놓고 두 사람 사이에서 펼쳐질 대결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또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는 3선인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과 재선인 임종석 의원 역시 재선인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 초선 전여옥 의원이 대립각을 형성할 예정이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지난 96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97년 강남에서 ‘하로동선(夏爐冬扇, 여름 난로와 겨울 부채라는 뜻으로 지금은 쓸모가 없으나 언젠가는 긴요하게 쓰인다는 의미)’이라는 음식점을 함께 운영했다. 특히 이 음식점은 당시 낙선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출신의 정치인 10여 명이 정치 자금을 스스로 벌겠다는 목표 아래 2년 간 직접 서빙과 카운터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통추’ 멤버는 아니다. 이 음식점에서 함께 했던 인사들은 7년이 지난 지금 정치의 핵심에 서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 원혜영, 유인태 의원 등이 ‘하로동선’에서 함께 했었다. 하지만 현재 김원웅 의원과 박계동 의원은 여야로 갈라져 있다. 무엇보다 박 의원은 국회 개원식에서 “몰상식한 대통령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냐”며 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바 있어 과거 ‘하로동선’ 멤버들과는 다소 사이가 멀어져 있다.
그리고 임종석 의원과 전여옥 의원은 여야의 대변인으로서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임 의원은 전대협 출신으로 진보적 색깔을 띠고 있으며, 전 의원은 과거 비교적 보수로 분류됐던 KBS기자 출신이라는 점이 대비가 된다.국방위원회에도 주목할 만한 의원이 있다. 바로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이다. 김 의원은 미국에서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연방교도소에 수감됐다 오는 27일 가석방을 앞두고 있는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씨의 동생이다. 로버트 김씨와 김 의원은 8∼9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김상영 씨의 아들이다. 무엇보다 김 의원은 평화를 위한 국회종교의원모임 사무총장과 서울평화교육센터 원장,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평화운동가 출신이란 점에서 상임위 활동이 주목된다.그리고 그간 행정자치위원회에는 일반적으로 장·차관을 지냈던 고위관료 출신이 자리했다.
하지만 17대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85년 대한모방에 현장취업한 경력이 있고 99년에는 울산광역시 동구청장을 지냈다. 즉 이 의원은 노동 현장에서의 경험과 지자체의 행정관료의 경험으로 ‘비주류 행정가’란 별칭을 가지고 있다. 교육위원회에는 열린우리당의 초선 구논회 의원, 한나라당 초선 김영숙 의원, 이군현 의원의 활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구 의원은 대학학원 이사장과 대전행정고시학원 이사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어 사교육을 대변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은 전국여자초등학교교장협의회 회장을 지냈고, 이군현 의원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출신으로 중앙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따라서 김 의원과 이 의원은 공교육 대표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구논회 의원 측은 “비록 사교육 기관의 대표라는 이유로 공교육 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며,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재 소유중인 사립학원을 정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들 세 의원의 상임위 활동은 사교육과 공교육의 대결이란 측면에서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의원들간 입장에 따라 오히려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그리고 보건복지위는 ‘약대 6년제 도입’, ‘만두파동’ 등 최근 사회적 파장이 컸던 내용이 유달리 많아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약대 6년제 도입은 약사와 의사의 시각이 엇갈리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치과의사 출신인 열린우리당 초선인 김춘진 의원의 태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약대 6년제 도입과 관련한 부분은 쉬운 문제가 아닌 만큼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이 정리돼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건복지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약대 6년제와 관련해 각 단체를 대변하는 의원들과 상임위의 논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뿐만 아니라 보건복지위에는 두 명의 장애인 의원의 활동도 예의주시할 만하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과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장애인 남녀를 대표하는 여야 의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총선 전부터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장애인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두 의원의 원내진출로 그간 사회적 약자로 취급받아왔던 장애인들의 복지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 의원은 부산여성장애인연대 회장과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 공동대표를 지냈고 정 의원은 부산 장애인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사를 지냈다.이처럼 각 상임위 별로 다양한 경력과 출신의 의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정치권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소속된 상임위에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이 쌓여 있어, 논의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편이 달라질 전망이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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