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신동주·동빈 간 '형제의 난'을 보면 피보다 더 진한 것이 존재하는 듯 싶다. 바로 '돈'이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은 94세 아버지를 등에 업고 동생 신동빈 회장 체제를 무너뜨리려고 했지만 신 회장의 반격으로 실패했다. 이 일로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국내 재계 서열 5위까지 오른 신격호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문제는 총수 자리를 놓고 재벌가 자식들이 싸우는 현대판 ‘왕자의 난’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 국내 굴지의 재벌들치고 형제간 후계 싸움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렵다.
가장 최근까지 이어진 혈족간 분쟁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의 마찰이다.
이들 형제는 2006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이가 벌어졌다.
지금은 사실상 계열분리해 각자 경영에 매진하고 있지만 양측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간 상표권 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청구소송 등 이러저러한 분쟁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효성그룹 오너가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해 1월 모두 처분하고 효성그룹과 관계를 정리했다.
하지만 조현문 전 부사장은 형인 조현준 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두산그룹과 현대그룹도 형제간 다툼에서 빠질 수 없다.
두산그룹은 2005년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룹 총수로 추대되자 형인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이 이에 반발해 동생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현대그룹에서는 2000년 일명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이 빚어졌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차남인 정몽구 전 현대그룹 회장과 5남인 고 정몽헌 당시 현대그룹 공동회장이 맞붙은 것.
당시 분쟁으로 현대는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과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한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 정몽준 전 의원의 현대중공업그룹 등 여러개로 분할됐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의 이번 분쟁도 형제간 계열분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이 같은 분쟁이 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상속 재산 분할 사건은 2011년 154건에서 2012년 183건, 2013년 200건으로 늘어나더니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해도 176건에 달했다.
하반기에도 같은 추세라면 4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이 몽땅 넘어간 경우 다른 상속인이 '내 몫 달라'고 요구하는 '유류분(遺留分) 반환 청구'도 10년 새 다섯 배로 늘어났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