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경영권 방어 시나리오
신동빈 경영권 방어 시나리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8-07 16:14
  • 승인 2015.08.07 16:14
  • 호수 1110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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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투자회사 통해 한국 롯데 장악"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쟁점에 있는 L투자회사 12개 산하 투자법인 대표이사를 차지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또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이번 행보로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다만 일본 롯데와 L투자회사와의 지분 관계는 현재 드러난 것이 없기 때문에 일본 롯데 경영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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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재계는 신 회장이 일본 L투자회사를 장악했다는 것은 적어도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지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7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 지배주주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다른 일보다 우선해 L투자회사 산하법인들의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한 것도 이 때문으로 파악된다. 설령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패할지라도 L투자회사만 가지고 있으면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은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L투자회사 장악이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L투자회사가 일본 롯데홀딩스나 광윤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롯데홀딩스 지분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측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우리사주 성격을 띄는 직원주주들이 어느쪽을 지지하느냐에 향방이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L투자회사가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신 회장이 장악했다면 무게추는 자연스레 신 회장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측은 "일본 주주기업들에 대한 지분구조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한국 롯데에서 파악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모친 큰 역할?

신 회장이 L투자회사를 장악한 데는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중대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현재까지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다.

시게미쓰 여사는 롯데그룹 최상위 지배 기업인 일본 광윤사 지분 20%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게미쓰 여사는 신 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 회장이 단시일 내에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또 다른 축인 L투자회사도 장악한 것은 시게미쓰 여사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L투자회사의 주요 주주 가운데 신 회장 외가 쪽 어른들이 적지 않게 있는 것 같다"며 "시게미쓰 여사 친인척들이 신 회장이 L투자회사마저 장악할 수 있게 한 기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게미쓰 여사가 지난달 30일 입국했을 당시에도 재계에선 모친 자격보다는 가문의 대표 격으로 상황 정리를 위해 나섰다는 시각이 많았다.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언론에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 "회사를 탈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재계는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날인 2일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를 장악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열고 표대결을 통해 신동빈 회장을 끌어내린 뒤 아버지의 후광을 바탕으로 L투자회사까지 장악하려고 했던 그의 계획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L투자회사를 장악이라는 '선수'를 신동빈 회장에게 빼앗긴 신 전 부회장이 기댈 곳은 아버지밖에 없어 출국을 미뤘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은 이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주주총회에서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돌려놓는다면 한·일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총수가 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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