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 씨에게 그날 무슨 일이
돈 주면 때려도 되는 줄 알았나
돈을 주고 때리는 ‘파이트머니’. 영화나 일부 이벤트성 행동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인 일이 실제로 발생해 물의를 빚고 있다. 그것도 재벌 2세에 의해 벌어져 파문은 더욱 크다. 돈 주면 때려도 되는 줄 알았나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M&M전 대표가 직원을 폭행하고 그 대가로 돈을 준 사실이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분노의 글을 인터넷을 통해 전하고 있다. 특히 SK에 대한 불매운동은 물론 최씨에 대한 구속을 요구하는 단체행동도 벌이고 있다. 경찰은 한때 최 전 대표의 소재파악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듯 했으나 국내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 12월 2일 자진출두 형식으로 최씨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사건을 재구성해본다.
사건은 지난 10월 18일 서울 용산에 있는 M&M 회사 사무실에서 일어났다. 회사가 유모씨(52)의 탱크로리를 사겠다고 해 계약 차 찾아간 길이었다. 1년 이상 벌이를 할 수 없어 생계가 막막한 유 씨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회사를 찾아가자 임원 중 한 사람이 무릎을 끊을 것을 강요했다. 또 다른 임직원들이 들어왔고 이어 최 전 대표가 들어왔다. 최 전 대표는 SK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둘째동생인 최종관 전 SKC 부회장의 장남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최 전 대표는 유씨에게 “엎드려라, 한대에 100만 원이다”며 야구 방망이로 유씨를 내리쳤다. 유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구타는 계속 됐다. 7~8명의 회사 간부들이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10대를 맞았다. 유씨가 안 맞으려고 몸부림치자 최 전 대표는 지금부터 한 대에 300만 원이라며 세 대를 더 때렸다.
매값만 2000만 원 억울해서 눈물만
유씨는 야구 방망이로 13대를 맞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최 전 대표는 그를 일으켜 세워 뺨을 때렸다. 또 두루마리 휴지를 그의 입안에 물리고 얼굴을 가격했다.
폭행이 끝나자 유씨에게 서류 2장을 작성토록 했다. 자세한 내용을 읽을 수 없도록 방해도 했다. 그 후 유 씨는 탱크로리 차량 가격 5000만 원, ‘매 값’ 2000만 원을 받았다.
5000만 원은 통장으로 입금했고, 2000만 원은 현장에서 수표로 줬다. 유씨는 그 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분통했지만 그날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피 멍이든 유씨는 임직원들의 부축을 받아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엉덩이가 시퍼렇게 멍든 상황이었지만 분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유씨는 폭행 사건이 벌어지기 10일 전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자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장’을 받았다. 손해배상 액수는 폭행 후 유씨가 받은 금액과 동일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다.
이후 유씨가 회사 쪽에 전화를 걸어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 전 대표와의 통화는 안됐다. 일부 임원들은 “정신없는 x” 등의 욕설을 사용하며 거칠게 반응했다. 회사의 한 간부는 “유씨가 돈을 더 받기 위해 자기가 맞은 부분이 있다. 파이트머니(보수)라고 할까. 쉽게 말해서”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실은 2000만 원어치도 안 맞았다”라고 말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SK 본사 앞 1인 시위가 원인인 듯
이 같은 사실이 방송되자 성난 누리꾼과 시민단체들은 분노의 글과 성명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최철원의 구속을 청원하는 방((http ://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00654)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대 100만 원입니다. 파이터 머니만 주면 알루미늄 방망이로 최철원도 때려도 됩니다”라며 ‘파이트 머니 모금 운동’까지 벌어졌다.
또한 민주노총은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일부 재벌기업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가진 자들의 보편적인 정서”라고 비판하며 “약간의 권리와 생존권을 보장받으려 화물연대에 가입했지만 M&M은 회사의 인수 과정에서 노조 탈퇴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노동자를 해고·폭행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M&M 관계자는 “(최 전 대표가) 출장을 떠나 다음 주쯤 돌아올 예정”이라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전 대표는 국내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지난 2일 서울경찰청에 자진출두 수사를 받았다. 이날 취재진들 앞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묵묵히 조사장소로 올라갔다.
SK 관계자는 “M&M은 SK에너지의 도매상으로부터 물량 일부의 운송을 하청 받아온 회사로 SK와 직접적인 거래 관계도, 지분 관계도 없는 회사”라고 거리를 뒀다.
한편 최 전 대표가 유씨를 폭행한 이유는 SK 본사 앞에서 1인 차량 시위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씨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가 M&M사에 흡수 합병되면서 유씨만 고용 승계에서 제외된 것을 항의한 것이다.
M&M사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운수 노동자들에게 화물연대 탈퇴와 이후 가입 금지를 고용 승계 조건으로 명시한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고 화물연대 울산지부 탱크로리 지부장이었던 유씨는 이를 거부했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재벌가 또 다른 폭행 사건은
재벌들의 폭행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불과 3년 전에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아들을 때린 이를 잡아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의 검찰 출두는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벌 2세가 물의를 빚어 사회적인 문제가 된 원조 격은 P씨(당시 31)다. P씨는 1975년 9월 탈선 행각이 드러나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P씨의 탈선 행각은 그해 국내 10대 뉴스에 뽑힐 정도였다.
P씨는 우연히 만난 여성들을 본인이 운전하는 최고급 승용차에 태우고 남산을 한 바퀴 드라이브한 후 강변도로를 따라 동부이촌동에 있는 그의 집으로 직행해 보디가드와 합세, 침실로 끌어들인 후 반강제로 몸을 뺏었다. P씨는 검찰에 검거된 당일 새벽에도 신인배우 강 모양과 동침하다 들통이 났다.
또한 실족사로 사망한 S씨의 파렴치한 행동도 알려진다. 그는 재계서열 10위권 안에 기업의 자제로 ‘비운의 황태자’로 알려지기도 한다. 그는 1994년 이른바 ‘건방지게 프라이드’사건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이 들은 1월 17일 새벽 1시 50분, 그랜저를 타고 도산대로를 달리다 프라이드 승용차가 끼어들자 차를 세우게 한 뒤 시비를 벌였고 프라이드 운전자 정모씨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했다. 도로변에 있던 벽돌과 화분으로 정씨 등 일행의 머리를 때렸다. 프라이드에 함께 타고 있던 강 모 씨는 뇌출혈을 일으켜 수술을 받아야 했다. S씨는 영국으로 도망치려다 김포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