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자식들의 상속재산에 관한 법정 싸움이 4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경기불황 등으로 인해 달라진 사회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가 남겨준 재산의 크기와 상관없이 더 많은 상속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자식들이 법정 소송까지 가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전통적인 가족관이 붕괴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12년 6월 A씨는 어머니와 3명의 오빠를 상대로 “아버지가 생전에 오빠들에게만 유산을 물려주고 내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며 “1억여 원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4000만 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A씨는 1년간의 법정 다툼 과정에서 가족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돈이 목적이었던 소송이었지만 ‘믿었던 가족에게 당했다’는 배신감이 더해지면서 양 측의 감정 싸움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
지난 5일 서울가정법원 통계에 따르면 상속재산분할 사건은 2011년 연간 154건에서 2012년 183건, 2013년 200건, 2014년 266건으로 매년 20∼30%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만 해도 벌써 170여건이나 접수돼 2011년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자식들이 부모 재산에 대해 '내 몫'을 주장하며 형제자매나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늘고 있다. 가족 간 재산 분쟁의 하나인 유류분 반환청구의 경우, 2005년 158건에서 2006년 202건, 2007년 284건으로 점차 늘다가 2014년에는 811건을 기록했다.
법조계에서 이런 현상을 두고 “전통적인 가족과 혈연의 가치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풍조가 강해지면서 상속재산 분쟁이 늘고 있다고 본다”며 “형제 중 장자를 존중하거나 남녀를 차별하는 구시대 가치관이 거의 사라지면서 차남이나 딸이 상속재산 균분을 적극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장기불황과 고령화 고용 불안정, 실업률 증가 등 사회 현실 탓에 스스로 돈을 벌어 부를 축적하기가 어려워지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몇 백만 원에 불과한 상속문제로 소송을 하거나 부모 자식 간에 소송이 진행되는 등 상대를 가리지 않는 유산 관련 법적 다툼이 빈발해 상속재산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상속재산이 많아야 다툼의 여지가 있었는데, 요즘은 부모가 남긴 아파트 한 채만 갖고도 형제간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혈연으로 묶인 가족끼리도 재산을 더 가지려고 싸우는 걸 보면 세상이 더 각박해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 oyjfox@li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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