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 창당 본격화 놓고 대응 플랜 은밀히 조율
친노계 일각 “이해찬·한명숙 총선 불출마 불가피”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내부적으로 탈당이 이어지고 외부적으로 신당창당 움직임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등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이 점차 분열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한 번의 허물을 벗는 진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야권 신당 창당이 가시화 하고 있어서다. 신당 전략팀인 ‘(가칭) 정치 세력 교체 추진단’이 5단계 창당 로드맵을 수립해 실질적인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신당 추진단은 오는 9월까지 현역 의원을 최소 5명 정도 영입해 창당 주비위를 결성한 뒤 내년 1월 창당을 완료한다는 5단계 로드맵을 수립한 상황이다. 최근 추진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당 창당 계획(안)’을 천 의원에게 보고하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현재 새정치연합의 주류인 친노그룹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최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당의 실질적인 대표가 따로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문재인 대표가 당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문 대표를 움직이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는 소리가 적지 않게 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해찬 의원이 문 대표를 움직이고 친노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의 비주류인사들은 문 대표를 비롯해 이 의원 등 친노 인사들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일부 비노 및 호남 세력을 중심으로 신당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천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창당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는 이들 중 친노그룹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문 대표가 당의 중대사를 이 의원과 의논한 뒤 결정하는 구조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친노를 대표하는 이 의원에 대한 반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탈당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면서 문 대표와 이 의원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을 끈다. 야권 일각에서는 “문 대표와 이 의원이 탈당과 신당창당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곧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대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친노가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 없다는 것이다. 또 당 개혁 시나리오도 날이 갈수록 지지층이 얇아지고 있어 결국 친노-비노-신당의 갈등은 야권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비노 주축 신당창당 임박
신당창당 추진단은 창당 단계를 ‘1단계, 창당 명분 축적(8월까지)→2단계, 창당 주비위 결성(9월까지)→3단계, 전국 정당화 조직 체계 구축(11월까지)→4단계, 비전과 정책 완비(12월)→5단계, 창당 및 공천 심사(2016년 1월)’ 등 5단계로 분류해 순차적으로 신당 창당을 진행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신당의 노선과 이념에 대해 “중도 개혁 노선을 추구함으로써 이념적 중간 지대의 지지를 얻는다”고 밝혔다.
1단계인 창당의 명분 축적과 관련해선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 ‘교조 진보’로 몰아붙이면 그들(새정치연합)이 적극 반격에 나서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당의 명분 축적을 위해선 “문재인 대표파에 대한 전쟁 선포로 그들의 존립 근거를 해체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친노 진영을 가리켜 “좌로만을 거듭 외치는 세력”, “운동권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아병세력”, “균형 감각을 상실한 세력“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천 의원이 과거 급진적 정치 활동에 대해 자성하고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 신당 추진 세력은 염동연·이철 전 의원 등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당산동팀'과 비공개로 활동하는 기획위원회로 분류돼 있다. 기획팀에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인물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진단은 신당에 참여할 인사 명단에 대해선 가장 핵심 내용인 만큼 당분간 문건으로 남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심상정 신임 정의당 대표가 ‘더 큰 진보 대통합’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논의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야권 재편과 관련, 누가 그 ‘구심점’이 될 것인가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심 대표는 지난달 20일 신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 “혁신의 방향과 의지가 맞는 정치인이나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협력을 강화해나갈 생각”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를 감안할 때 우선 연대는 일단 비노계와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창당에 대한 방향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친노는 일단 당 개편이후 주도권 문제로 연대협의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친노에 대한 야권 반감
새정치연합을 이끄는 친노계에 대한 야권의 반감은 점차 커지고 있어 신당창당이 야권대분열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시에 신당 창당과 함께 친노그룹이 장악한 새정치연합이 총선 때 야권에서 일명 ‘왕따 현상’을 겪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천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계획안’을 놓고 불거진 논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문제의 계획안에는 오는 9월까지 야당 현역의원 5명 이상을 영입해 창당 준비위를 결성한 뒤 내년 1월 창당을 완료하는 5단계 창당 로드맵이 담겨 있다.
특히 계획안에는 창당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을 ‘진보 모리배’로 몰아붙여야 한다고 적시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서 신당창당을 비롯한 야권 분열이 새정치연합 내 친노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의원의 향후 움직임에 야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경 천 의원 발(發) ‘호남신당론’에 대해 비판한 바 있어 신당창당에 적극 대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의원은 당시 “지역신당은 후진적인 것으로, 절대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때 새정치연합 세종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천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치를 하려면 (개인이 아닌) 국가를 위한 퍼블릭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당 안팎에서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파상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친노 일각에서 ‘이해찬, 한명숙 불출마론’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당론과 비노 세력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포석아니냐”고 분석한다.
친노계에서 조차“혁신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해찬, 한명숙의 불출마가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 의원과 한 의원이 문 대표와 함께 새정치연합을 움직이는 핵심으로 꼽힌다. 이 중 이 의원은 문 대표의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모든 사항을 이 의원과 상의한 뒤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과 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사실상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두 사람 다 총리와 당대표를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특히 한 의원은 ‘친노패권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19대 총선 공천을 주도한 인물이다.
친노 대표주자인 두 사람의 불출마론은 사실상 당의 회생을 위해서는 두 사람이 희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 안팎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불출마할 경우 문 대표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노 진영’에 대한 공격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질 전망이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19대 때 한 번 당했으면 족하다. 20대에서 또 당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당 바깥에서는 ‘신당론’으로 원심력을 심화하면서 당 안에서는 '친노 패권주의'로 당 주류를 공격하는 ‘투트랙 전략’이 올해 말로 갈수록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한 의원은 불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의 선고를 기다리는 입장인 데다가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지역구에 나서려면 이미 준비에 나서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구체적
인 움직임이 없다는 점에서 불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만약 상대 진영에서 세종시에 심대평 전 지사를 투입했을 때 우리 당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가 이 의원이다”라며 “당선 가능성이 1순위 기준이 돼야 공천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의원이 출마를 접을 경우 당에 적지 않는 타격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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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