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친노-비노의 집안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에 ‘손혜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일찌감치 손혜원을 영입했다면 지난해 지방선거와 몇 번의 재보궐선거에서 우리가 완패했을 지도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영입한 손혜원 홍보위원장 얘기다. 손 위원장은 ‘처음처럼’, ‘참이슬’ 등의 제품명을 만든 유명 그래픽디자이너다. 정당 생활은 처음이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야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제1야당의 홍보책임을 맡은 손 위원장의 첫 작품은 당 대표 회의실의 백보드 색 교체다. 지금까지 회의실 배경으로 썼던 색은 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이었는데, 이를 흰색으로 바꿨다. 이는 손혜원 식 ‘파랑활용법’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한다. 파란색을 당의 상징색으로 유지하면서도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상황에 맞춰 배경색깔은 바꾸겠다는 의도다.
당의 현수막과 슬로건에도 변화를 줬다. 파란색을 활용한 현수막에 ‘시원한 정치로 거듭 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적었다. 뜨거운 여름에 청량제 같은 정치를 펼치겠다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손 위원장은 SNS를 통해 서울 용산구에 나란히 걸린 여당과 야당의 현수막 사진을 올렸다. 사진 설명에는 “새누리당은 내용을 걸었고 우린 대충 아무 데나 걸어도 되는 것을 걸었다. 디자인 문제가 아니었다. 내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여태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가 창피하더라”고 말했다.
손혜원 식 홍보의 백미는 ‘셀프디스 캠페인’이다. ‘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를 줄인 말로 자학 개그를 뜻하는 신조어다.
여기에 스스로를 의미하는 셀프를 붙여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자아비판을 하라는 압력이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카리스마 부족을 실토했다. 박지원 의원은 과도한 호남 언급을 문제점으로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할아버지 성함 석자 앞에 언제나 부끄럽습니다”라고 했다. 할아버지인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을 언급한 자탄이다.
손 위원장의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진들의 셀프디스가 오히려 자기 변명, 합리화에 이용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성에 차지 않는 분은 문재인·박지원 의원에게 추가로 디스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문 대표에게 “악마에게 대항할 때는 악마답게 해야 한다” “유약하다. 온화함만으론 어렵다” “권력의지가 없다” 등의 디스를 했다. “왜 마대 자루 같은 양복만 입느냐”며 의상 품평을 하기도 했다. 박 의원에게는 “자신이 킹메이커가 아닌 킹브레이커임을 직시하라”, “당 대표 못 돼서 뿔난 사람 같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새정치연합 당직자는 “모처럼 당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 친노와 비노 사이에 소통도 강화됐다. 앞으로 손 위원장이 또 무슨 아이디어를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상사태”라며 “상대 전략을 연구하고, 뭐든 바꿔야 할 상황인데 안에서만 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를 찍었던 유권자들이 더는 돌아서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저의 몫”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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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