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후반기 진검승부…옥죄는 일정에 체력에서 결판난다
프로야구 후반기 진검승부…옥죄는 일정에 체력에서 결판난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8-03 10:42
  • 승인 2015.08.03 10:42
  • 호수 1109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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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마리한화’로 전반기를 장식한 프로야구(KBO)가 팽팽한 순위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르면 오는 10일부터 2연전과 월요일 경기까지 도입되면서 선수들의 체력싸움이 큰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우천 시 경기취소가 되지 않을 경우 가을야구까지 휴식 없이 경기를 치르게 돼 큰 경기차를 보이지 않았던 구단 간의 간극이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치열해진 하반기 프로야구의 긴장감을 미리 만나본다.

전반기 62차례 경기 취소…월요일 경기와 2연전으로 촉박한 일정 소화
치열한 순위싸움, 버티는 구단만이 살아남아…6선발·백업 찾기에 혈안


올해 막내팀 kt위즈의 합류로 10구단 체제를 구축한 프로야구는 경기 수가 144경기로 대폭 늘어났다. 여기에 순위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하게 이어지면서 매 경기 한국시리즈를 연상시킬 정도로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극심한 상황이다.

실제 두산 베어스 오재원은 지난달 26일 NC다이노스와의 경기가 진행되던 6회 수비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경기는 중단됐고 오재원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결국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음날 구단 측은 “오재원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별 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면서 “더위를 먹은 뒤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유독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가 많아지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근심거리가 늘어났다. 지난달 27일 현재까지 모두 62차례나 경기가 취소됐다.

하지만 오는 11월 8일 일본과 대만에서 열리는 ‘프리미어12’에 참가하려면 경기 일정을 그 전에 모두 마쳐야 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이에 KBO는 8월 첫째 주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일정 재편성을 논의기로 했다.

이동 거리 확대
선수단 발목 잡아

실행위를 통해 확정되겠지만 현재 기존의 경기가 없었던 월요일에 경기가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더블헤더(두 팀이 같은 날 두 경기를 치를 것)보다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그나마 덜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KBO도 더블헤더는 최악의 경우에만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오는 10일부터 월요일 경기 도입이 확정적인 가운데 8월부터 주중·주말 3연전에서 2연전 체제로 바뀌며 일부 구단의 경우 주중 7연전을 치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이에 구단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우선 선수단의 이동 횟수와 거리가 늘어나면서 체력 소모가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거리 이동이 익숙한 야구 선수들이지만 2경기를 하고 곧바로 이동하는 것이 잦아진다는 것은 고역인 것이다. 더욱이 경기가 연장전까지 이어질 경우 다음날 경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선수는 “2년 동안 9개 구단 체제 속에서 휴식일이 있다가 10개 팀이 되면서 빡빡한 스케줄로 바뀌어 체감상 더 힘든 것 같다”며 “그런 가운데 2연전씩 계속해야 한다. 지치기 쉬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부상자가 나오는 팀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선수들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순위 싸움을 계속하기 위해선 버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 “재활 중인 니퍼트가 선발진에 복귀하더라도 여러 카드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각 구단들은 6선발 카드, 백업 자원 마련 등 체력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이 고비를 넘겨야만 가을야구에 무사히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뿐만 아니라 2연전도 큰 변수”라며 “승부의 흐름이나 호흡도 달라지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좁은 승차
선두권 예측불허

후반기 들어 더욱 치열한 일정을 예고하면서 구단들의 순위싸움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전반기를 마친 뒤 1위 삼성과 2위 넥센은 3.5경기차를 보였고 3위 NC와는 4경기차로 벌어져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삼성은 전반기 1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2위 두산과는 1경기 차, 2위 NC와는 1.5경기차로 아슬아슬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후 지난달 31일 기준 삼성은 2위 두산과의 승차를 3경기로 벌렸지만 4위 NC까지 고작 4.5경기 차를 보이고 있다. 선두 경쟁만 놓고 보면 예측불허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후반기 최대 격전지는 4~6위 팀이 펼치는 중위권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위 넥센과 5위 한화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는 저력을 갖춘 반면 중하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기도 갖고 있어 이들이 더욱 빡빡해진 일정을 잘 소화해내는지에 따라 구단들의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넥센은 6월 이후 현재 순위에서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넥센의 큰 강점인 강력한 타선은 순위를 떠받치고 있지만 밴 헤켄과 라이언 피어밴드의 뒤를 받쳐줄 3선발 이하가 약한 것이 치명적이다.

한화도 굳건히 승률 5할을 유지하며 5위를 지켜내고 있지만 선발진에 뚜렷한 이닝이터가 없는 것은 고민이다. 여기에 벌때 야구를 구사해 전반기 벌써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 필승조(권혁, 박정진, 윤구진)의 구위 저하와 체력이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전반기 한화 불펜의 감정은 ‘큰 것을 얻어맞지 않는다’였는데 순수피장타율(피장타율-피안타율)이 6월까지 0.145에서 7월 이후 0.165로 다소 높아져 불펜이 흔들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에 송은범이 과거 SK시절의 구위를 되찾아야 마운드 전체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6위 SK도 전반기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4, 5위 팀과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 한화와 넥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다만 전반기 계속된 주축선수들의 부상 복귀와 공격력 회복이 절실하다.

엘롯기 반등
개인기록 경쟁도 관심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엘롯기가 반등할지도 후반기 관심사다. 이들 팀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어 반등할 경우 흥행 돌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KIA는 지난달 20일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를 웨이버 공시하고 에반 믹을 영입해 전력을 추스르고 있다. 안정적인 마운드 속에 꼴찌로 떨어진 팀 타율(0.251)을 끌어 올리는 것이 최대 과제다.

반면 롯데는 팀 방어율 9위(5.05)를 기록하며 마운드가 비상이다. 구단 측은 후반기 1군을 맡게될 주형광 투수코치에 대해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주 코치는 2011년 양승호 감독 때 롯데 마운드의 반전을 이끌었다. 당시 초반 7위였던 팀 방어율을 시즌 후반 4위로 끌어 올린 바 있다. LG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6월 한 달 투타 안정감을 찾는 듯 했으나 7월 들어 다시 무너졌다.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이밖에 하반기에는 선수 개인간의 기록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병호(넥센)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도 이루지 못한 홈런왕 4연패와 2년 연속 50홈런에 도전한다. 박병호는 전반기 홈런 30개를 기록하며 역대 4번째 4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했다.

박병호를 바짝 뒤쫓는 테임즈(NC)는 프로야구 사상 첫 40-40에 도전한다. 전반기 홈런 28개, 도루 22개를 기록했다. 타점에서도 86타점을 기록해 이승엽이 세운 종전 기록(144개·2003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외에도 양현종(KIA)은 방어율을 1.77까지 낮추며 2010년 류현진 이후 첫 1점대 방어율 투수 탄생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또 200이닝을 채울 경우 200이닝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프로야구 최초의 좌완 투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유희관(두산)은 남은 시즌 선발로 8승을 더하면 1995년 이상훈(LG)이후 20년 만에 토종 선발 20승 투구에 도전하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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