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의 몸집 불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잡음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류상 합병절차는 마무리 되었지만 직원 간 화합이 잘 이루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김병헌 LIG손보 사장의 서금회(서강대 금융인회) 논란 등도 부담 요인이다. 또한 현행 금융지주회사법과 보험업법에 따라 LIG투자증권의 미래를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대우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KB금융이 몸집을 키우는 배경에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
금융사 첫 손보사 인수로 라인업 구축…영토확장 어디까지?
승자의 저주설·구조조정·서금회 논란 잘 풀면 리딩뱅크 탈환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재계에 뒤따르는 말이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인수합병에 성공한 회사들이 수년 내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인수 마무리 과정에서 김병헌 LIG손보 사장의 재선임 논란과 구조조정 문제 등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LIG가 KB로 인수되면서 출범한 KB 손해보험 사장에, 김병헌 LIG 손보 대표가 그대로 유임됐다.
김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 76학번으로 서금회의 일원이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를 나온 금융인 모임을 말한다.
내부 문제 해결책은
이에 앞서 지난 연말 윤종규 회장의 첫 취임 후 첫 인사에서 KB시스템스 대표로 김윤태 전 산업은행 부행장이 선임됐는데, 그 역시 서강대 경영학과 75학번, 서금회 멤버다. 이처럼 KB금융 그룹 자회사 대표에 서금회 멤버들이 잇따라 선임되면서 또다시 금융계 인사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한 KB금융과 LIG손보 측은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KB국민은행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메리츠화재 등 경쟁사들도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비를 마친 상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양측은 줄곧 구조조정은 없다고 해왔지만 사업 개편 과정에서 충분히 진행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LIG로 부터 함께 인수된 증권계열사에선 한 숨을 쉬는 직원들의 모습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특히 매각 결정이 난 LIG투자증권 직원들은 한 달만에 또다시 주인없는 신세가 됐다며 불안해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동료들이 떠나던 상황에서 KB 인수 소식을 듣고 남아 있던 동료들과 기쁜 마음으로 회식을 한 적이 있는데 한 달만에 다시 주인 없는 신세가 돼 마음이 착잡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과 보험업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로 보험회사를 둘 경우 보험업과 관련없는 손자회사를 둘 수 없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LIG증권을 2년 내 재매각하거나 KB투자증권과 합병해야 하는데 KB는 매각을 결정한 상태다.
더욱이 매각 결정의 결정적 이유가 KB의 대우증권 인수 탓으로 알려지면서 공허함은 더 큰 것으로 알려진다.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르면 이달 매각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KB가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KB금융지주는 LIG투자증권의 지분 82.35%를 팔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KB투자증권과 LIG투자증권의 합병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재매각에 나선 대신 대우증권 인수전에 ‘올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 현재 시장상황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며 “매각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돼 발표되면 본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LIG투자증권에 대한 KB금융지주의 태도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돈의 논리대로라면 대우증권을 위해 LIG투자증권을 팔겠다는 생각이 틀렸다고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도의적인 책임마저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업 다각화 일환
이에 따라 최근 KB의 행보에 의문이 쌓여가고 있다. 이렇게까지 몸집을 불리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다.
업계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KB가 적극적인 M&A를 통해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현재까지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대에 달하지만, 새로 인수한 계열사의 실적이 본격 반영되는 하반기부터는 은행의존도가 6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KB가 KDB대우증권 인수마저 성공할 경우 은행 의존도를 크게 낮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올 상반기에만 7302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다른 계열사들을 압도했다.
KB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지난해 상반기 69%에 비해 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체 순이익 7720억 원 가운데 5324억 원을 은행에서 벌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가운데 은행 비중은 70% 수준이다.
KB관계자는 “계열사를 늘려 수익 창구를 다변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은행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며 “은행 의존도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는 지난 6월 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더니 최근에는 대우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대우증권 인수까지 성공한다면 KB금융은 KB손해보험과의 시너지를 통해 비(非)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상품과 서비스에 있어서도 은행과 카드, 증권에서 서민금융과 손해보험에 이르기까지 전 금융영역에 걸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업계 또한 KB의 리딩뱅크 탈환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치켜 세운다.
KB손해보험 출범식에 참석한 윤종규 회장은 “손해보험 전 구성원들이 오늘부터 KB라는 이름으로 한 팀이 돼 주인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달라”고 주문하면서 “KB손해보험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해 1등 손해보험이 될 수 있도록 그룹에서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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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