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펫”, 지금 우리나라는 애완남·애완녀 천국
최근 경기 불황으로 결혼마저 미루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안한 미래와 불투명한 생활 때문이다. 신혼 생활에 자칫 실직이라도 하게 되면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비례해 일단은 동거부터 시작하는 커플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는 동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작용한 것도 매우 크다. 미디어 등에서 동거를 그리 부정적으로 다루지 않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건전한 동거’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일부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동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는 엄밀한 의미에서 동거라기보다는 ‘장기계약 성매매’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남성은 자신의 조건에 맞는 여성을 찾고 여성은 자신을 스폰(경제적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남성을 원하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의 계약 조건이 맞으면 자연스럽게 함께 생활을 시작하면서 마음껏 성적 욕망을 충족시킨다. 한국 사회의 동거 문화와 그 이면에 있는 또 다른 부작용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서구 사회에서 동거는 이미 ‘결혼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히피문화가 유행을 했던 70년대를 기점으로 보다 자유분방한 세대들이 동거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자신의 삶의 한 형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2000년을 전후에 동거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높은 이혼율은 동거를 하나의 ‘테스트’라는 시선으로 보게 만들었다.
동거 찬성하는 여성 점점 늘어나
결혼 한 후에 ‘지지고 볶고’ 하는 것보다 일단 동거를 통해 함께 생활해 본 후에 그때 가서야 결혼을 선택하자는 이야기다. 특히 이는 소위 ‘신세대’라고 불리는 20~30대에게 상당한 영향력 있는 논리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의 ‘2008년 사회 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에 4명꼴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전국 남녀 4만 2천여 명을 조사한 것이니 상당히 신뢰할 만한 수준의 설문조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나이대별로 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에 지나치게 격차가 많다는 점이다. 50대 이상 층에서는 20%만 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20대에서는 무려 60%가 동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급격한 격차는 한국 사회에서 동거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서로 다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반응은 보다 의미심장하다. 사실 아직도 ‘보수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한국 사회라는 점에서 동거의 약자는 여자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들이 더욱 동거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 동거에 대한 의식 조사를 한 결과 당시 미혼 여성의 45%가 동거에 찬성하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통계청의 2008년 사회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53%로 높아졌다. 3년 사이에 그 수치가 꾸준히 상승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동거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직장여성 김모(31)씨는 동거를 일종의 ‘안전판’이라고 본다.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물론 이혼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되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타격이 너무 크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자칫 임신이라도 했다면 아이 문제는 인생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물론 상대방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꿈꾸지만 실제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일단 한 번 살아보는’ 동거라는 방식은 돌이킬 수 없는 결혼에 대한 안전판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동거를 했다가 헤어지는 것에 대해서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성매매와 비슷한 성향 보이기도
또한 동거는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도 매우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불안한 상황에서 선뜻 결혼을 하는 것은 남녀 모두 원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남성 이모(33)씨의 이야기다.
“불안한 시기에 결혼과 같은 큰 결정을 내리기는 망설여진다. 결혼은 생활이라는 점에서 막연하게 ‘좋아지겠지’라는 생각만 하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일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동거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으면서도 미래의 불안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동거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젊은 남녀에게 선호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동거를 ‘악용’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다. 대개 다양한 성매매를 경험해봤던 남성들이 ‘장기 성매매’의 한 방편으로 동거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동거관련 카페는 전체 포탈을 아울러 약 2000~3000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는 건전한 동거를 꿈꾸는 이들도 많이 있지만 일부 남녀는 동거를 통해 성욕을 해결하고 스폰을 받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우스 메이트’를 구하는 게시판에는 온통 서로의 ‘조건’을 맞추려는 글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물론 집은 대부분 남성들이 제공을 하게 되고 여성은 몸만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여성은 이렇게 공짜로 집에서 사는 대신 남성의 섹스에 언제든지 응해야 하는 조건을 가지게 된다. 한마디로 ‘집안에 있는 윤락여성’이라고 보면 된다. 생활비를 일부 분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의 생활비는 남성이 대고 여성은 집안일과 성을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것에 응하는 여성들은 가출 청소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생활고에 찌든 여성도 있다. 일단 잠시 몸을 피할 곳을 찾고 있지만 수중에 마땅히 돈이 없을 경우에 이러한 동거 사이트를 이용해 남성을 선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동거는 헤어지는 것도 꽤 쉽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집을 나가면 되고 그 순간 이들은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뒤에 법적인 책임을 질 것도 없기 때문에 서로가 편한 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매매 개념의 동거가 꼭 ‘돈 많은 남성-돈 없는 여성’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에서 ‘돈 많은 여성-돈 없는 남성’의 동거도 이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애완남’이라는 말이 쓰이기도 한다. 남성이 마치 애완동물처럼 집에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고, 하루의 일상을 마친 여성은 집에 들어가 남성과의 섹스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대개 취직을 하지 못해 백수 신세인 이들 남성들은 여성을 위해 반찬을 하는 것은 물론 집안을 깨끗이 청소해 놓는다.
돈 많은 여성의 ‘애완남’
그리고 이들 남성들이 받는 돈은 적게는 15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에 이른다. 어차피 취직을 하지 못할 바에야 이런 식으로라도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점이다. 친구 중에 ‘애완남’이 있다는 박모(28)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친구의 외모는 꽃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호감이 가는 형이다. 취직을 못해 한동안 고생을 하다가 어느 날 한 30대 후반 여성의 ‘애완남’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여성은 흔히 ‘골드미스’라고 불리는 돈을 많이 버는 여성이라고 했다. 한 달에 친구가 받는 돈은 2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보통 고달픈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애완남이라고 해서 편안히 집에서 생활할 것 같지만 일단 여성이 집으로 돌아오면 ‘색녀’로 돌변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1번, 많으면 3번 정도까지 섹스를 요구한다고 한다. 아마 나라면 그렇게까지는 살지 못하겠지만 그 친구는 가정 형편이 워낙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그런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꼭 이렇게 성매매를 목적으로 두고 있지 않은 ‘일석이조형 동거’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주로 대학가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 서로 사랑하는 커플들이 ‘생활비도 아끼고 외로움도 달래기 위해’ 동거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어느 정도 ‘성욕’이 작용을 하고 있다. 젊은 남녀가 끓어오르는 성욕을 성매매를 통해 해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모두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생활도 빠듯한 상황에서 여자가 있는 술집에서 술을 먹는다거나 혹은 남자가 있는 호스트빠를 갈 수도 없는 일. 결국 이들은 서로의 몸을 보다 저렴하고 경제적으로 탐닉하게 위해 동거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성에 대해 밝고 민감한 요즘의 젊은이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욕구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의 모 지방 대학에 다니는 김모(23)씨의 이야기다.
“나는 지방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어차피 자취는 해야만 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남성이 있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다른 여성들 보다 성욕이 좀 강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함께 살면서 거리낌 없이 성욕을 해소했으면 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남자 친구도 충분히 동의를 했다. 솔직히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는 것도 피곤한 일이고 정신 사나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동거는 참 유용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남친과 언제까지 함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헤어지게라도 된다면 또 다른 남친을 사귀고 그와도 함께 동거를 할 생각이다. 남들이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동거는 어떤 점에서 여자에게도 매우 편리한 생활방식이기도 하다.”
어쨌든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동거’가 단순한 방식으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 경제적인 이유와 결혼에 대한 사전 단계, 그리고 여기에 성매매라는 것까지 합세해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형수 기자·디엠지닷컴] www.dmzfore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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