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의 여름휴가 계획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반인과는 다르게 그들만의 특별한 휴가법이 있을 것이라는 궁금증에서다.
지난해 이맘때쯤 나온 일부 경제지를 분석해보면 “총수들 집에서 경영구상” 또는 “현장 돌며 직원 기 살리기 나선 총수들”, “각국 현지를 돌아보는 기업회장들” 등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라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설명이다. 또한 올 상반기 극심한 경기 침체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내수에 타격을 입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여름 휴가 대부분 하반기 경영구상으로 시간 할애
내수시장 살리기 나서…직원들 사기 충전 ‘만전’
올해 기업 총수들의 휴가 유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산적한 현안으로 휴가를 반납하는 유형과 특별한 휴가 없이 자택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나서는 유형, 개인적인 처지 상 휴가를 못 가는 유형이다.
휴가 시즌 누구보다 바쁘게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총수는 최근 기업 합병으로 몸집이 커진 총수들이다. 특히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별도의 휴가없이 경영 현안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이 성사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하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추가 공격을 대비해야 하는 등 챙길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5’ 출시를 8월로 앞당긴 데다가 중국이 반도체 시장 진출을 꾀하는 등 챙겨야 할 경영현안도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HDC신라면세점의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등 굵직한 이슈로 경영활동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마찬가지다. 삼성테크윈 등 삼성계열사 4사 인수 후 통합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 한화에 인수된 삼성 계열사들은 위로금 등으로 막바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외에도 한화토탈은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선정됐고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김 회장은 휴가 대신 각종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가를 반납하고 협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휴가를 반납하고 국내 계열사 절반 감축 등 정준양 전 회장 때 쌓인 회사의 부실을 걷어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별다른 휴가 계획없이 자택서 하반기 경영현안을 챙기는 총수들도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본격적 휴가철을 앞두고 이달 중순 전 세계 주요 해외 법인장 전원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며 실적 개선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7월말께 휴가를 내고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여름 휴가를 대신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포럼 개최 후 휴식을 계획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22~25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 참석 후 지역 방문을 통해 지방경제를 살피면서 짧은 휴식기를 가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지난달 22일부터 3박4일간 제주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후 2주간 여름휴가를 내고 휴가모드에 돌입한다. 박 회장 또한 이 기간 지역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 지방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개인적인 처지 상 휴가를 못 가는 오너들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년 넘게 교도소에 수감중이고,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8000억원 규모의 탈세·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간암 말기로 아산병원에 입원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포스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권오준 회장은 최근에 경영쇄신안을 내놓고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별도의 휴가없이 바쁜 일정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각 기업 총수들의 여름 휴가는 상반기를 되돌아보며 하반기 경영에 대한 구상을 하는 사실상의 업무활동 성격이 크다”고 전했다.
국내여행 장려
전통시장 상품권 지급
반면, 올 여름 대기업 직원들은 비교적 넉넉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각 기업별로 내수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7월 말부터 8월 초에 집중되는 여름휴가를 앞당겨 실시하고 ‘전국 휴양지 사진 콘테스트’ 등의 이벤트를 통해 직원들의 국내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여력이 있는 부서는 1주일 이상의 휴가도 허락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국내여행과 전통시장을 연계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삼성그룹은 여름휴가철을 맞아 300억 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해 각 계열사 사업장에 근무하는 협력회사와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한다.
삼성그룹은 메르스로 침체된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 등 현지고객을 초청하고 현지 우수사원에게 한국관광 기회를 준다. 관광객 유치 목표는 1000 명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0일 각 계열사에 “가급적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7~8월 집중적으로 휴가를 사용하고 해외보다 국내에서 내수 살리기에 동참해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롯데그룹은 임직원들이 휴가에 연차를 붙여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되도록 휴가를 길게 다녀오라는 뜻이다.
롯데호텔은 전국 11곳의 체인호텔과 리조트에서 임직원에게 특별할인혜택을 준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정상가 대비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기로 했다.
한화그룹도 ‘올 여름 휴가는 국내에서 즐기자!’ 캠페인을 실시한다. 이 캠페인은 특히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화그룹은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50억 원어치를 구입해 임직원 모두에게 10만 원씩 지급한다. 여름휴가와 함께 연차휴가도 사용하는 직원에게 30만~70만 원 상당의 한화리조트 상품권을 별도로 지급한다.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도 국내여행을 장려하고 내수 살리기에 동참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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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