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오비맥주’ 삼중고
업계 1위 ‘오비맥주’ 삼중고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8-03 10:17
  • 승인 2015.08.03 10:17
  • 호수 1109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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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에 붙은 각종 의혹…불공정행위 조사까지 ‘골치’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맥주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오비맥주가 여러 가지 잠재적 위험 요소로 인해 불안한 모습이다. 우선 오비맥주가 국세청으로부터 심층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발(發) 사정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하청 도매주류업체인 오션주류와의 분쟁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자칫 공정거래위원회가 오션주류의 손을 들어준다면 오비맥주로선 안팎으로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기조사 이후 2년 만에 또 국세청 감사…무슨 일?
지난해 착수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발표 남아 있어

대전지방국세청이 지난 6월 말부터 충북 청원에 공장을 두고 있는 오비맥주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가 세무조사를 받은 것은 2013년 정기조사 이후 2년 만이다.

일반적으로 정기 세무조사가 4년 혹은 5년마다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또 다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두고 오비맥주에 특정한 의혹이 있고, 이를 조사하려 국세청이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3년 당시 국세청이 오비맥주의 최대 주주이자 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RR)가 오비맥주의 지주사격으로 세운 법인 몰트홀딩에 1500억 원의 추징금 폭탄을 부과한 바 있어 이번 세무조사와 묘하게 연결되고 있다.

국세청이 오비맥주와 몰트홀딩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잡기 위해 심층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추징금 불복 건이 아직 조세심판원의 심결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명확한 배경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비맥주와 합병된 몰트홀딩은 지난 2009년 KRR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세계 최대 주류회사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중간 지주회사 격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네덜란드 소재인 실레너스홀딩은 KRR과 AEP가 50%씩 출자해서 세운 페이퍼컴퍼니였고, 이 실레너스홀딩의 100% 자회사가 오비맥주를 소유한 몰트홀딩이었다. 이후 지난해 AB인베브가 다시 오비맥주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오비맥주는 특별결의로 몰트홀딩과 합병했다.

오비맥주는 합병안을 통해 몰트홀딩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고 몰트홀딩 주주에게 합병신주 2201만1100주를 발행한 뒤 전량 무상소각을 거쳐 몰트홀딩의 해산 절차를 밟았다. 이 때 정리된 지배구조는 AB인베브-오비맥주의 형태였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부에서 “KKR이 오비맥주 지분을 AB인베브에 넘기는 방식으로 매각한 게 아니라 몰트홀딩과 오비맥주를 병합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탈세 정황이 포착된 것 아니겠냐”는 예상이 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은 KKR 등의 지분매각 차익에 대해 소득세법의 20% 세율을 적용, 8000억 원대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레네스홀딩의 소재지인 네덜란드와 정부가 맺은 조세조약 14조 4항에 따르면 주식의 양도로부터 발생하는 이득은 그 양도인이 거주자로 등록된 나라에서만 과세된다.

현재로서 몰트홀딩의 100% 대주주인 실레네스홀딩은 이러한 조약에 따라 국내 과세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어 국세청과 충돌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또 하나의 헛점

오비맥주 입장에선 이러한 설들이 나돌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쓰일 텐데 한 가지가 더 문제다. 지난해 오비맥주를 취급하던 종합주류상사 오션주류가 불공정행위가 있었다며 오비맥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고, 조사 및 발표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션주류가 오비맥주를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 상 지위 남용의 ▲이익제공 강요 불이익 제공 ▲거래거절 중 기타의 거래 거절 ▲사업활동방해 중 기타의 사업활동방해 혐의로 공정거래위원에 제소한 건이다. 

당시 오션주류는 “오비맥주의 횡포에 오션주류가 도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오비맥주는 일방적인 영업 및 채권관리 횡포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또 “오비맥주와 오션주류가 체결한 거래계약서 어디에도 오션주류에게 담보제공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없으므로 추가담보의 제공은 오션주류의 의무사항이 아니라 선택사항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오비맥주가 추가담보 제공을 강요한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에서도 “오비맥주는 합계 2억6000만 원의 추가담보를 제공할 것을 강요한 것은 경제적 약자인 오션주류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오비맥주부당한 추가담보 제공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션주류에게 일방적으로 결제조건 축소를 통보하고 출고조절 등 압박을 가한 행위는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덧붙였다.

결국 오비맥주 입장에서 일이 꼬이게 되면 국세청 세무 조사와 각종 의혹,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정 건까지 삼중고에 휘말릴 수 있는 상태다. 업계 1위 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에 악재가 겹치는 것은 오비맥주로서도 불안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비맥주는 앞서 오션주류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고 모두 날조된 내용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오션주류가 오비맥주와 거래를 하며 수년간 외상거래 대비 담보 부족상태가 지속돼왔고 2012년과 2013년 동안 23차례에 걸쳐 19억 원에 달하는 악성연체가 발생해 계약해지 요건에 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공급해왔다는 설명도 있었다.

아울러 오비맥주 측은 “해당 도매사는 이미 국내 여러 주류제조사들로부터 고의부도 사기 및 채무불이행 등을 이유로 사법당국에 고발조치를 당한 불성실 거래처”라든가 “오비맥주 입장에서 불가피하게 채권회수를 위한 자구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견해도 나타냈다. 현재 진행 중인 세무조사와 관련해선 “우리도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함구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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