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유통기한 등을 표시하지 않고 있는 결점이 드러났다. 배스킨라빈스나 나뚜루, 하겐다즈, 콜드스톤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비슷하다. 현재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 하루라도 빨리 유통기한 표시 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도 한국소비자원에 지난 3년간 접수된 아이스크림 위해 접수사례만 284건에 이를 만큼 시급한 상황이다.
현행 법 프랜차이즈 판매점은 휴게음식점으로 분류
법망 피했지만…부패ㆍ변질로 인한 위해사례 빈번
이○○씨(40대)는 유명브랜드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3일간 직장을 나가지 못했고 병원에서는 포도상구균으로 인한 급성 장염이라고 진단하여 관련 업체에 치료비 배상을 요구했다.
양○○씨(30대·수원거주)는 유명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제품 섭취 후 설사와 함께 온몸이 붓고 가려워 응급실 입원치료 결과 세균성 식중독으로 진단 받았다.
현행 식품법상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제조일자 및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식품은 구분에 따라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을 정해서 표시하도록 돼 있지만 설탕, 식용얼음, 껌류 등은 유통기한 표시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과 빙과류 역시 각각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에 따라 제조일자를 표시할 의무가 있긴 하지만 유통기한은 따로 표기가 되지 않는다. 현행법으로 유통기한 표시가 의무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빙과류’와 ‘아이스크림류’ 두 종류로 나뉘며 빙과류는 먹는 물에 식품원재료ㆍ첨가물을 혼합해 냉동한 빙과류ㆍ유산균함유 빙과류ㆍ비유제품 아이스크림 등이 포함되며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아이스크림류는 원유나 유가공품을 주원료로 다른 원재료 및 첨가물을 가해 냉동시킨 것으로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가 관리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유통기한이 표시되지 않는 이유는 영하 18℃ 이하의 냉동상태로 제조·유통·관리돼 변질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제조일자를 표기하기 시작한 것도 2010년으로 불과 5년 남짓이다.
그런데 단순히 법에 저촉 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년 전 제조된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술 더 떠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형태는 제조일자 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식품위생법상 프랜차이즈 판매점은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표시의무가 면제되고 있다.
이는 배스킨라빈스를 비롯해 나뚜루, 하겐다즈, 콜드스톤 등이 모두 해당된다.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경우 케이크 상자에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는 정도가 그나마 나은 상태에 속했다.
다만 이 역시 제조일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상자에 적힌 유통기한이 동일한 것일 뿐, 특별히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의 벌크형태 아이스크림은 제품 운반용 박스에만 제조일자를 표기하고 있어 실제 매장에서 소비자가 구입제품의 제조일자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조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하거나 부적절한 유통·보관 과정을 거친 아이스크림은 저온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리스테리아·여시니아균 등 일부 세균의 증식으로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정말 문제없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아이스크림 유통기한 표시와 관련해 “유통과 판매단계에서 온도 관리가 부실해 아이스크림이 일부 해동(melt down)될 경우 변질로 인해 식중독균이 증식해 위생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국소비자원은 2009년 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아이스크림 관련 위해사례 232건을 분석한 결과, 이물질 혼입이 125건(53.9%), 부패와 변질이 69건(29.7%)으로 위해사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을 증거로 들었다. 그 이후에는 2012년 79건, 2013년 122건, 2014 83건으로 총 284건이 접수됐다.
그 중 부패ㆍ변질로 인한 위해사례 69건 중 54건(78.3%)은 섭취 이후 실제로 배탈ㆍ두드러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이고, 15건(21.7%)은 곰팡이 등으로 인한 부패ㆍ변질을 사전에 발견한 건이었다.
소비자가 아이스크림의 유통기한 또는 제조일자를 문의하는 내용도 상당수였다.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아이스크림 관련 위해정보 232건 중 34건(14.7%)을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아이스크림에 품질유지기한 또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고 그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은 지속적으로 다발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 품질유지기한 도입 ▲ 유통ㆍ판매단계 보관온도 철저관리 등의 개선방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또 소비자에게는 “아이스크림 구입 시 제조일자를 반드시 확인하고 지나치게 오래된 제품, 모양이 변하였거나 과도하게 딱딱한 상태의 제품은 구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모든 법적 사항을 준수하고 있으며, 향후 유통기한에 관련된 법이 개정된다면 이 역시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이유에서 소비자 신뢰와 안전 확보를 위해 아이스크림 유형 제품에도 품질유지기한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고,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