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준 ‘짝퉁 에어쿠션 논란’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가품이 유통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통업체들은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오픈마켓 등은 “가품 확인 판정서가 없으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정식 구매 경로가 아닌 제품의 정품여부 확인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짝퉁 논란으로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식 판매 경로 아니면 확인 받기 어려워
제품 이미지·신뢰도 타격…해외서도 시끌
짝퉁 논란이 일어난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 헤라에서 판매하는 ‘UV 미스트 쿠션’이다.
에어쿠션은 2008년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아이오페에서 출시한 뒤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사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현재 이 제품은 ‘한 사람 당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아모레퍼시픽의 효자 상품이 됐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판매한 에어쿠션은 1200만 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유럽 화장품 회사인 크리스챤 디올과 쿠션 파운데이션 기술력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짜 에어쿠션 제품 수만 개가 시장에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현재 검찰은 가품이 어디서 만들어졌고, 얼마나 많은 양이 유통됐는지 수사에 들어갔다. 가짜 제품 수만 개를 공급한 총책 이모씨는 현재 구속돼 있다. 이씨는 공장지대에 몰래 숨어 제품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에 유통된 가짜 제품은 정품과 겉모습만으론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케이스 안 경첩을 연결하는 핀의 구멍이 없다는 것 외에는 차이점이 없다.
정품보다 색깔이 진하거나 화장품 냄새가 진하게 나는 점도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쉽게 이 같은 점을 소비자가 발견하고, 확인하기가 어렵다.
짝퉁 제품은 주로 11번가와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 대형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소비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소비자 A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확인해봤다”며 “다행히 정품이었지만 제대로 확인한 게 맞나 싶어서 찝찝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사용 중인 건 정품이지만 그동안 인터넷에서 구입해서 쓰고 버린 제품들 중에 가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며 “가끔 같은 제품을 쓰고 있는데도 얼굴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때가 있었는데 가짜 제품을 썼던 건 아닌가 싶다”고 의심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대형 오픈마켓 중 한 곳에서 구매한 제품을 쓰고 있는데 확인해보니 가짜 제품이다”면서 “환불이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늘어나는 의심
더욱이 소비자들이 환불을 받기도 쉽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오픈마켓 등은 가품임을 확인할 수 있는 판정서와 같은 증거가 없이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도매상들조차 가짜란 사실을 모른 채 물건이 시중에 유통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가짜 제품 주장만으로 환불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품 판정은 제조사의 고유 권한이다”며 “수사 중인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짜임을 인정해줄 수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공식 경로를 통해 구매하지 않았을 때에는 정품 여부를 확인해주고 있지 않다. 본사 차원의 거래가 없었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상 가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가짜라는 사실을 증명할 길은 없는 셈이다.
다만, 오픈마켓 측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가품 구별법으로 알려진 경첩 구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증거로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두 번 당하는 기분이다”며 “가짜를 사용한 것도 억울한데 보상은커녕 환불도 받을 수 없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한 소비자가 폭력배를 동원해 도매상들을 감금,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해결책 없이 논란만 지속되자 아모레퍼시픽 입을 타격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제품 이미지와 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면 한국 제품을 찾는 해외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짝퉁 쿠션과 유사한 문제가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어 화장품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중국 등 관광객들로부터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얻게 된 후로 극성을 부리는 추세다. 앞서 지난 2월 수분크림, 마스크팩 등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제품들이 국내 업체의 디자인과 성분을 모방해 해외로 유통시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최근 관광들 중에는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짝퉁 제품이 있는지를 의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짝퉁이 판매된 사례가 등장하면서 관광객들 중 직접 가져온 사진과 매장 내 제품을 비교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대표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짝퉁과 정품을 구별하는 법을 직접 판매 사이트에 게재하는 현상도 늘고 있다.
불법유통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골칫덩어리다. 몇몇 한국 및 중국 상인들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인기 제품을 밀수해 판매하는 편법 거래 등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업자들 중에서는 비밀리에 국내 판매상들과 결탁해 본사에서 받는 제품보다 싸게 구입한 뒤 중국에서 판매하는 보따리상도 생긴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이미지, 구입에 대한 불안감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량 유통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나 수사 중인 건이기 때문에 대응책을 바로 내놓기가 어렵다”면서도 “공식 유통경로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위조품 생산과 유통 현황을 면밀히 조사하는 등 회사 차원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