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구치소 특혜 받았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구치소 특혜 받았나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08-03 09:55
  • 승인 2015.08.03 09:55
  • 호수 1109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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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털의 귀환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갑질’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갑의 횡포’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브로커의 도움으로 구치소 생활을 편히 했다는 의혹을 최근 받고 있다. 갑들이 알게 모르게 받는 ‘구치소 편의’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최근 서울고등법원(항소심)에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받은 터라 대중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듯하다. 

브로커 염 씨가 먼저 접근했다는 의혹
공평성 잃은 특혜 논란, 사법 정의 흔든다

▲ <뉴시스>
개털, 범털, 왕털. 교도소에서 자주 사용되는 속어다. 개털은 말 그대로 ‘개털’인, 즉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교도소 수감자를 말한다. 일반인 수감자를 주로 뜻하는 속어다. 범털은 개털보다 가진 게 많은 수감자를 의미한다. 재벌 총수, 정치인 등 돈 많고 권력 있는 수감자를 보통 지칭하는데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이에 속한다. 왕털은 한때는 나라의 ‘왕’이었지만 수감자로 전락한 비운의 전직 대통령을 말한다. 가진 게 있고 없고의 문제는 교도소 밖이나 안이나 통하는 진리라는 듯 교도소 속어는 공공연히 쓰인다.


범털이 또다시 개털을 울리고 있다. 집사변호사(돈과 권력을 가진 수감자들이 감방보다 상대적으로 시설이 좋은 접견실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접견만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뜻하는 용어), 특별면회 등 구치소 내에서의 범털 특혜에 대한 말은 무성했으나, 최근 조 전 부사장이 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28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최성환 부장검사)는 한진 쪽에 ‘조 전 부사장의 구치소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한 브로커 염 모(5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죄목은 알선수재 혐의. 조 전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일 때 염 씨는 한진 측에 브로커를 자처했다.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조 전 부사장이 풀려난 이후, 염 씨는 한진렌터카의 정비 용역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구치소 편의와 용역 사업 수주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브로커 염 씨가 제 3의 인물을 통해 구치소 관계자와 접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서울남부지검은 브로커 염 씨가 조 전 부사장의 편의를 청탁하기 위해 지인인 A씨를 통해 구치소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30일 기준 현재 검찰은 실제로 청탁을 했는지, 금품이 오갔는지를 확인 중이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조 전 부사장을 향한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창익 인권연대 국장은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평성이다. 처벌의 정도가 유력인사인 경우엔 약하고 개털인 경우엔 세다면 기본적으로 사법정의, 법치주의, 법의 지배 등 근간이 허물어진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법원에서 인정된 범죄만 보면 장기간 구금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 다만 짧게 있어도 보통 사람이 하는 것처럼 공평하지 못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밝혀진다면 이는 공평하지 못한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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