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갑질’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갑의 횡포’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브로커의 도움으로 구치소 생활을 편히 했다는 의혹을 최근 받고 있다. 갑들이 알게 모르게 받는 ‘구치소 편의’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최근 서울고등법원(항소심)에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받은 터라 대중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듯하다.
브로커 염 씨가 먼저 접근했다는 의혹
공평성 잃은 특혜 논란, 사법 정의 흔든다
범털이 또다시 개털을 울리고 있다. 집사변호사(돈과 권력을 가진 수감자들이 감방보다 상대적으로 시설이 좋은 접견실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접견만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뜻하는 용어), 특별면회 등 구치소 내에서의 범털 특혜에 대한 말은 무성했으나, 최근 조 전 부사장이 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28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최성환 부장검사)는 한진 쪽에 ‘조 전 부사장의 구치소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한 브로커 염 모(5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죄목은 알선수재 혐의. 조 전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일 때 염 씨는 한진 측에 브로커를 자처했다.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조 전 부사장이 풀려난 이후, 염 씨는 한진렌터카의 정비 용역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구치소 편의와 용역 사업 수주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브로커 염 씨가 제 3의 인물을 통해 구치소 관계자와 접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서울남부지검은 브로커 염 씨가 조 전 부사장의 편의를 청탁하기 위해 지인인 A씨를 통해 구치소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30일 기준 현재 검찰은 실제로 청탁을 했는지, 금품이 오갔는지를 확인 중이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조 전 부사장을 향한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창익 인권연대 국장은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평성이다. 처벌의 정도가 유력인사인 경우엔 약하고 개털인 경우엔 세다면 기본적으로 사법정의, 법치주의, 법의 지배 등 근간이 허물어진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법원에서 인정된 범죄만 보면 장기간 구금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 다만 짧게 있어도 보통 사람이 하는 것처럼 공평하지 못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밝혀진다면 이는 공평하지 못한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