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이 ‘폭염주의보’로 잠 못 이루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인이 몰려있는 여의도는 검찰발 사정태풍까지 몰아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지난주 박기춘 의원, 권은희 의원이 검찰에 출석했고 박지원·한명숙·신계륜·김재윤 의원은 입법로비,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성완종 파문’으로 엮인 김한길 의원까지 야권에서는 ‘중진 수난사’라 할 정도다. 검찰발 사정태풍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역시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당내 중진급 인사인 이완구 전 총리와 ‘잠룡’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관련 재판을 받고 있고 ‘노동개혁’에 키를 쥐고 있는 이인제 의원 역시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총선 8개월을 남겨두고 검찰발 사정정국이 인적 청산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여야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 박기춘, 문희상, 박지원, 한명숙 ‘정조준’
- 여당 홍준표·이완구와 ‘거물’급 야권 빅딜설

친노 한명숙·문희상 비노 박지원·김한길·박기춘
특히 검찰은 문 의원을 조사하던 중 ‘땅콩회항’사건으로 수감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구치소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사업을 수주한 염모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법조브로커 염씨는 제3의 인물 A씨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이 수감 중이던 서울남부구치소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씨가 ‘구치소 편의’ 청탁을 제안한 한진 임원 서모씨 사이의 관계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법조 브로커와 제3의 인물 A씨가 조 전 부사장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데 문 의원이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다.
7월29일 검찰에 출두한 박 의원은 사실상 사법 단죄만 남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박 의원을 소환해 분양대행업체로부터 2억 원 안팎의 현금과 고가 시계 7점, 명품 가방2점 등 받아온 혐의를 조사하고 이튿날 귀가시켰다. 하지만 박 의원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겠다’고 밝힐 정도로 피의 사실 일부를 시인한 상황이다. 다만 일부 피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 없었다’, ‘정치자금이다’며 해명하고 있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재판을 받고 있는 박지원 의원의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상황이다. 저축은행에서 8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되면서 대법원3부에 배당됐다. 박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와 오문철 전 대표로부터 보해저축은행의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2013년 불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분는 ‘임 회장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오 전 대표로부터 받은 금품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면서 7월9일 박 의원에 대해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현직 의원의 경우 형사재판에서 금고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결국 박 의원의 정치적 운명은 대법원 최종판단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한명숙 의원의 경우에는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한 의원은 2007년 3~8월 세 차례에 걸쳐 한신건영 한만호 전 대표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5만달러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여서 검찰의 ‘표적수사’ 논란도 있었다.
2심 법원인 서울고법은 ‘5만달러 수수’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후 진행하겠다고 밝혀 무기한 연기돼 왔고 ‘5만달러 수수’건은 1, 2심 무죄판결에 이어 2013년 3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결국 2심법원은 이후 재개돼 2013년 9월 ‘9억원 수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은 시키질 않았다.
그 직후 지금까지 한 의원의 대법원 판결은 20개월 넘게 미뤄오면서 한 의원은 국회의원 4년 임기 중 3년을 채우고 있다. 기소이후 5년 가까이, 대법원 상고 이후 20개월 넘게 최종판단이 나오지 않으면서 대법원이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한 의원 상고심이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 합의체로 넘겨져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밖에도 ‘성완종 사건’으로 김한길 의원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고 입법로비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계륜, 김재윤 의원, 그리고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정원 여직원 감금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이종걸 원내대표와 문병호, 강기정, 김현 의원에 대한 재판도 벌어질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10여명 재판·검찰 수사 중
특히 권은희 의원이 7월30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관련 ‘위증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야권에 대한 검찰발 사정정국이 본격화 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의 ‘표적수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검찰은 ‘형평성 차원’에서 여권 중진급 인사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 되고 있다. 여권의 경우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가 수사 대상에 올랐다.
홍 지사의 경우 지난 7월23일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검찰 측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일단 홍 지사 측 변호인은 “윤승모 경남기업 전 부사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고 만난 사실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돈을 건네준 윤 전 부사장에 대해 홍 지사와 관련된 사람들이 진술을 회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윤 전 부사장 측 변호인 역시 “홍 지사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정치자금을 건넨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홍 지사를 압박했다.
법조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요즘 재판은 금품을 준 사람의 정황이 분명할 경우 받은 사람이 부정하더라도 유죄 판결을 내리는 추세”라면서 “홍 전 의원보다 정황이 불확실한 한명숙 의원만 보더라도 유죄판결을 받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홍 의원측은 향후 윤 전 부사장이 과거 ‘배달사고’ 전례를 들어 진술에 신빙성을 떨어뜨리겠다는 복안이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이완구 전 총리 역시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불구속 기소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총리는 경남기업 성 전 회장으로부터 2013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당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특히 이 돈이 비타500박스에 담겨 받은 것으로 알려져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전 총리와 관련된 검찰 수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전 총리의 최측근이자 충남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이모씨가 최근 검찰에 구속되면서 이 전 총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홍 지사, ‘정황상…’ 이 전 총리, ‘별건수사로…’
이 총리 시절 총리실 정책보좌관을 지낸 이씨는 2009년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아산산업단지 조성 사업자에게 사업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이 전 총리의 비서실장, 정책보좌관에 15, 16대 비서관·보좌관으로 일할 정도로 20년 넘게 이 전 총리와 함께 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전 총리와 관계가 두텁다.
이에 앞서 이 전 총리의 후원회 핵심 인사인 B씨가 지난 4월16일 검찰에 구속된 점도 이 전 총리가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B씨는 버스회사 대표로 2008년부터 최근까지 경리직원이나 차명계좌를 통해 회사 자금 3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인사 역시 2006년부터 이 전 총리와 인연을 맺어온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검찰은 이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전 총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외에 이인제 의원 역시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검찰 출두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이 의원은 검찰 출석에 불응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여야 정치인을 막론하고 사정의 칼날을 본격적으로 휘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빠져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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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