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칼날 오리온그룹을 겨누나
재계의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정 칼날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기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것도 전방위적으로 조사가 이뤄지면서 재계 살생부설까지 퍼지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서울중앙지법도 오리온 그룹 담철곤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계열사인 온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것. 그것도 국세청에서 서류를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또 다른 재계 사정칼날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여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사건이 다른 곳으로 볼똥이 튀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난무한다. 오리온그룹의 검찰 조사 내막을 들여다본다. 재계에 대한 검찰수사가 G20 정상회의로 인해 잠시 주춤하는 듯하더니 또 다시 시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이 헐값으로 계열사 지분을 취득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담 회장이 2000년 6월 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에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구입하는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다. 온미디어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일부러 낮게 책정해 이득을 본 정황이 있다는 국세청의 수사 의뢰를 받아 담 회장의 지분 취득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담 회장은 2005년 주당 2만5000원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온미디어 주식 16만5000주를 인수했다가 올해 6월 CJ그룹에 온미디어를 매각하면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오리온그룹 계열사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지은 고급빌라와 관련해 그룹 측이 빌라 부지를 시행사에 헐값에 매각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오리온 그룹 측은 “온미디어를 통한 시세차익은 국세청 조사에서 대부분 해명했다”며 “설립배경과 그 후 진행과정이 알려지지 않아 빚어진 오해다”며 억울해했다.
그는 또한 “청담동 부지 매각건도 오래전부터 말이 많았다”며 “이 역시 오해에서 비롯됐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매각했고, 시공했다”고 일축했다.
한편 국세청이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토탈과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웨스틴조선호텔에 대한 세무조사를 같은 날 실시해 그 배경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그러나 삼성토탈 관계자는 “현재 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중으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토탈은 삼성종합화학과 글로벌 기업인 토탈이 각각 50% 지분으로 설립한 회사로 올 상반기 매출이 2조8000억 원에 이른다.
웨스틴조선호텔도 지난달부터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2005년 이후 5년 만의 정기 세무조사이며 이달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9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 푸드에 대한 세무조사도 진행했다.
이들 회사는 “특별한 배경이 없는 정기조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하지만 그동안 사정기관의 수사들이 그랬듯 검찰수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남다른 관측도 있다.
때문에 재계는 사정칼날이 또 다시 어느 기업에 칼을 겨눌지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살생부가 존재한다는 소문까지 파다하면서 재계의 어깨가 위축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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