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보행신호등이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기 직전 길을 건너던 자전거 운전자를 쳤다면 차량 운전자의 책임은 얼마나 될까? 법원은 운전자의 손해배상 책임이 60%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조기열 판사는 자전거 운전자 A씨의 유족들이 버스운전사 김 모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2억1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차량 진행신호에 A씨가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고가 발생됐지만 당시 김씨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 근접할 때까지 차량 정지신호 및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었다"며 "다른 차선의 차들도 정지선 앞에 정차한 상태에서 보행자 등이 건너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김씨가 경험에 비춰 속도를 줄이지 않다가 횡단보도 진입 직전 차량 신호가 바뀌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 전혀 살피지 않은 점 등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자전거를 탄 A씨도 신호등의 잔여시간 표시 눈금이 약 1개 정도 남은 시점에 진입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과실은 사고의 발생 및 손해가 커지게 된 원인이 됐기에 김씨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지난 2014년 5월 2일 오후 7시 49분께 서울 강서구 공항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발생했다. 광역버스 운전사인 김 씨는 당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를 들이받았고, A씨는 뇌손상으로 이후 사망했다.
김 씨는 횡단보도 정지선 앞 8~9m까지 차량 정지신호 및 보행자 신호가 켜져 있고 다른 차선의 차들이 정차하고 있지만 평소 경험에 비춰 신호가 곧 바뀔 것을 예상해,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운전을 하다 A씨를 친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김 씨는 "사고는 전적으로 A씨의 과실로 발생했고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의 유족은 김 씨에게 사고의 원인이 있다며 4억여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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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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