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폭발하면 지구 전체가 흔들
백두산 화산 폭발하면 지구 전체가 흔들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0-11-08 14:16
  • 승인 2010.11.08 14:16
  • 호수 863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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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도 인정한 ‘가능성 있다’

백두산이 2002년 7월 이후 화산폭발을 예고하는 분화전조활동이 활발하게 관측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상 활화산인 백두산의 화산폭발 징후가 예사롭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2010추계지질과학연합학술발표회’에서 부산대 윤성효 교수와 이정현 교수는 논문 발표를 통해 “백두산이 분화할 것이 확실하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확한 화산폭발 시기는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백두산 화산활동에 관한 정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남북한 공동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적인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과 그 후폭풍을 진단해봤다.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에 학계와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현재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가장 위협적인 화산 중의 하나로 꼽히는데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화산분화를 일으킨 전력이 있어서다.


봄이 사라질 수 있다

1000년 전에 일어난 이 화산폭발은 발해 멸망의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강력한 폭발로 기록되고 있다. 폭발 당시 분출물의 양은 100~1500㎦로 화산폭발지수는 7.4에 달했다. 화산폭발지수는 화산폭발 시 화산의 분출 부피, 화산재의 상승 높이, 지속시간 등을 관찰·종합해 화산폭발의 강도를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윤 교수는 “올 봄 아이슬란드 화산분화 이후 평가된 분출물의 양이 0.11㎦이었고 화산폭발지수는‘4’였다”며 “1000년 전과 동급의 화산분화가 일어난다면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의 1000~1500배의 위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규모의 화산폭발이 일어난다면 봄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유사 이래 최대의 화산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대비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북한과 일본, 주요 피해지 될 것

백두산 화산폭발 시 주요 피해지로 꼽히는 나라는 북한과 일본이다. 남한 지역은 다행히 백두산 화산폭발로 발생한 화산재가 직접적으로 떨어지거나, 높은 온도의 화산재가 흘러가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직접적인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다르다. 북한 중에서도 함경도 지역은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함경도를 비롯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남쪽 지역과 일본 훗카이도는 화산재에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논문에 따르면 초대형 화산폭발 시 북한 함경도 일대는 철도, 도로, 전기, 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이 무용화 될 가능성이 높고, 백두산 반경 약 100㎞는 산사태와 흘러내려오는 500℃의 뜨거운 화산재로 인한 산불 등으로 초토화 될 수 있다. 이 경우, 석탄과 화력발전소 등 함경도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 에너지 수급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남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화산재 영향은 받지 않지만 화산재가 훗카이도 쪽으로 날아가면 태평양 항공노선이 차단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노선이 차단 될 경우 항공기 결항 등으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야기된 항공 대란이 일어나게 된다. 물류 수송 등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는 셈이다.

1000년 전과 같은 대규모 분화가 일어나면 한반도는 물론 지구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화산재가 대기 상층으로 올라가 태양 복사를 차단하면 일시적인 한랭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 이로 인해 농작물에 냉해가 발생, 기근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분화 가능성 징후는 농후하다.


화산 분화 가능성 징후

최근 천지 바로 지하 2~5㎞ 하부에 화산지진이 증가하고 있다. 2003년에 월 250회에 달하는 지진이 이를 반증한다. 천지 주변의 외륜산 일부 암벽에서 균열과 붕괴 현상이 2003년에 일어나는 등 분화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백두산 천지 칼데라 주변의 암석 틈새를 따라 화산가스가 분출해 주변 일부 초목이 고사됐다. 대규모 뱀 떼의 출현도 있었다. 지난 2002년 8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천지 북측의 수평 및 수직 이동속도가 약 40~50mm/년으로 활발해 졌다.

징후는 이뿐만 아니다. 천지 주변 온천수의 수온이 최대 83도까지 높아졌고 헬륨과 수소 등 가스성분이 증가했다. 지진파토모그래피에 따르면 천지 지하 10~12km 지하에 규장질(알칼리유문암-조면암)마그마 방 존재가 확인됐다.

이어 백두산 폭발적 화산분화 가능성 평가 근거에 대해서도 밝혔다. 백두산의 천지 지하 10~12km의 규장질 마그마 내에는 엄청난 양의 용존 고압가스를 붙잡아 둘 수 있다. 이 마그마가 지표로 상승해 깊이가 얕아지고 임계조건을 넘으면 일시에 고압의 화산가스가 팽창돼 강렬한 화산재와 부석의 대폭발을 수반하여 분화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천지 지하에서 발생하는 잦은 화산성 지진으로 천지에 담긴 20억t의 물이 지하 암반 틈새를 따라 지하 마그마와 만나는 경우 수증기와 화산재를 뿜어내는 초대형 화산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측했다. 물이 없을 경우 마그마가 분출되면 용암이 되거나 화산재가 소규모만 발생하지만 천지와 같은 물이 있을 경우 급속도로 팽창해 화산재가 많이 만들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공중으로 올라가 화산재 기둥을 형성한 후 비처럼 떨어지는 강화화산재의 경우는 지구를 몇 바퀴 돌게 된다”며 “또 화산재가 물이 끌어 넘치는 것처럼 산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면 초목이 다 말라죽고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북한공동연구 반드시 필요

윤 교수는 이 같은 백두산 화산의 폭발적인 분화의 피해를 미리 대비하고 지질재해를 완화하기 위해 남북한공동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교수는 “화산 분화를 인간이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마그마의 양과 위치, 속도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언제 어느 규모로 분화할 것인가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1년도의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폭발이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필리핀 정부는 미국 지질조사서에 협조를 얻어 마그마가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가를 모니터링했다. 당시 분화 시점을 하루 차이로 예측해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백두산 화산의 과거 분화 이력을 비롯한 지질조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논문은 “화산성 지진, GPS, 지자기, 수온과 가스 측정, 기타 물리탐사 자료, 원격 탐사 등에 대하여 전문 연구팀을 구성해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관측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 교수는 “남북한공동연구가 성사되서 백두산 관측 장비를 지원받고 자료를 공유하면서 북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화산 폭발 재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지질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생물, 역사, 종합적 학술 조사를 실시해 백두산이 어떠한 산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정원도 최근 국회 답변을 통해 북한 측에 공동 연구를 제의한 바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북한측의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과거 백두산 화산 활동

북한과 중국의 국경에 위치하고 있는 백두산은 오래 전부터 활발한 화산활동을 보였다. 백두산 화산폭발은 지금으로부터 약 2840만 년 전인 신생대 올리고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규모의 현무암이 땅이 갈라진 틈새나 주변 암석 틈새를 따라 분출됐다.

이를 시작으로 약 1500만 년 전부터 100만 년 전까지 이 틈새를 따라 대량 분출됐다. 이 화산활동으로 현무암 용암대지인 개마용암지대가 만들어졌다. 이후 활동이 주춤해지며 백두산 천지 하부에 경사가 완만한 돔 모양의 ‘순상화산체’도 생성됐다.

그 후 휴지기를 지나고 약 6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계속적이고 격렬한 화산활동에 의해 일본 ‘후지산’과 비슷한 성층화산체가 만들어졌다.

이 보다 더 큰 폭발력을 지닌 화산 폭발은 4000년 전에 1번, 1000년 전인 서기 936년과 939년 사이에 일어났다. 폭발적인 대분화가 일어나 백두산 정상이 함몰돼 지금의 천지 칼데라의 모습을 형성하게 됐다.

뒤를 이어 서기 1403년, 1668년, 1702년, 1903년에 천지 칼데라 내에서 소규모로 화산 분화가 있었다는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다.

약 1000년 전에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화산분화로 인식되는 폭발적인 화산폭발이 일어났다. 이때 당시 발생한 화산재가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쳐 분출물 일부가 일본 훗카이도와 혼슈 북부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보면 대략적인 주기가 나온다. 큰 주기는 1000년, 중간 주기는 100년, 작은 주기는 12~13년 단위로 분화가 이어져 온 셈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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