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들의 대형화 기형화
유흥업소들의 대형화 기형화
  •  기자
  • 입력 2010-11-08 14:10
  • 승인 2010.11.08 14:10
  • 호수 863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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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으로 진화 하는 성매매 업소들
성매매업소들이 점차 대형화, 기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남 한복판에 기업형 룸살롱 업소가 생기는가 하면 이들 업소가 대딸방을 인수하면서 문어발식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생리가 있어 ‘2차’를 나가지 못하는 나가요 아가씨들은 남는 시간을 이용해 대딸방에 근무를 하는 것이다. 기존의 업종이나 업소의 구별 자체가 서로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아가씨들도 자기 정체성이 애매모호해졌다. 때로는 나가요 아가씨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대딸방 아가씨가 되기도 한다. 정부가 ‘집창촌이 줄어들었다’며 성매매특별법의 ‘효과’를 자축하고 있던 사이에 현실에서는 오히려 그 자축을 비웃으며 정반대의 또 다른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업소들의 ‘기형적 경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것. 한마디로 정부는 룸살롱을 비롯한 성매매 업소들을 제거하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이 업소들은 더욱 기발한 방법으로, 더욱 과감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점점 더 지능적으로 진화해가고 있는 화류계 업소들의 이면을 낱낱이 취재했다.

정부가 시행한 성매매 특별법과 ‘성매매와의 전쟁’은 꽤 큰 효과(?)를 발휘했다. 전국의 룸살롱을 완전히 ‘괴멸’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전체 성매매 시장에서 집창촌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99%는 완전히 변종이 되어 되살아났을 뿐 아니라 마치 생물처럼 진화해 나가고 있다. 애초부터 예견되었던 ‘풍선효과’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단순히 성매매 지역 자체가 넓어진 것을 넘어서 변종, 변태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딸방과 룸살롱의 결합

최근 몇 년 사이 화류계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대형화라고 할 수 있다. 한 건물 전체가 룸살롱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강남에 위치한 유흥업소 3곳 이상은 ‘기업형 룸살롱’이라고 불릴 정도다. 선릉역 8번 출구 인근과 차병원 사거리 인근의 업소들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 ‘성매매와의 전쟁’이 한창 진행될 때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대담함을 보여줬다. 성매매 사범에 대한 단속 뉴스는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이상하리만치 이들 대형 성매매 업소에 대해서는 거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그 정도도 파악 못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불성설이다. 남성들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를 경찰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업소를 단속해야할 경찰들이 그들을 감싸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대형화된 업소들은 거리낌 없이 성매매를 자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아예 건물 자체에 숙박 시설을 입주시키거나 혹은 자신들 스스로가 직접 숙박업소를 한다. 건물이 전체 10층이라면 5층까지는 룸살롱이고 그 이상은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식이다. 예전에는 성매매가 모텔 등지에서 이뤄졌지만 이제는 아예 그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 이는 과거보다 이들이 더욱 과감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님과 아가씨가 외부로 나갈 일이 없으니 단속에 대한 노출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이 직접 숙박업소까지 쳐들어가기 전까지는 증거를 잡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소들이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만하기까지 하다. 한 룸살롱 관계자는 “경찰도 우리를 건드리기는 힘들다. 일단 증거 잡기가 무척 힘들 뿐만 아니라 단속이 있어도 미리 정보를 입수한다”며 자신만만해 한다.

이런 와중에 이들은 더욱 더 교묘하게 진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업형 룸살롱과 대딸방의 결합이다. 이들 룸살롱에서 근무하는 나가요 아가씨만 해도 대략 300여 명이 된다. 하지만 하룻밤에 다 초이스(선택) 되기도 힘들고 때로는 생리 등의 이유 때문에 ‘2차’를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주들이 이들은 그냥 놀려둘 이유가 없다. 조금만 움직이면 ‘돈’이 될 수 있는데 그녀들을 편안하게 놔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합된 것이 신종 대딸방이다. 이 대딸방의 여성 종업원들은 100%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들은 손님들에게 초이스가 되지 못하거나 생리중인 여성들. 따라서 대딸방에서 남성 손님이 ‘지명’을 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룸살롱 나가요가 대딸을 해준다’는 메리트가 있다. 남성들 역시 이러한 것에 혹하는 경우가 있다.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의점처럼 24시간 풀 가동

“사실 대딸방 아가씨들 보다는 그래도 룸살롱 아가씨들이 좀 더 격이 높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지명을 못하고 랜덤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그녀들은 전문적인 대딸녀보다는 스킬이 좀 낮을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 매력 포인트가 된다. 뭔가 수줍어하고 부족한 듯한 여성이 쑥스러움을 타면서 남성의 성기를 잡는 것이 남성들에게는 뭔가 정복욕 같은 것을 주지 않는가.”

특히 이런 대딸방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는 ‘24시간 편의점 같은 대딸방’의 콘셉트가 구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들은 언제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게’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대딸방으로 향하고, 나가요 아가씨들 역시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오늘은 대딸방으로 갈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알바를 뛰러 간다. 마치 편의점에서 물건을 하나 구매하듯, 성매매는 너무도 가벼운 것이 돼 버렸다. 이는 룸살롱 업주들에게도 너무나 훌륭한 ‘비즈니스’가 아닐 수 없다. 유휴인력을 활용해 별도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가씨들의 입장에서도 ‘투잡’을 뛰는 것이니 룸살롱에서 보전하지 못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가씨들도 이러한 시스템에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눈치다. 한 나가요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우리보고 대딸녀 역할을 하라는 것에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나가요’라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런 대딸 같은 것이 하기 싫어서 그래도 ‘품격 있는’ 나가요를 하는 아가씨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의 상황은 그런 품격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이 불경기에 격 따지면서 그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다소 만족하는 나가요 아가씨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로 최근 유흥업소들은 탈세를 통해서도 배를 불리고 있다. 이들이 탈세를 하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령업소를 통해 카드전표를 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매출이 유령업소 앞으로 잡히고 당연히 낮은 세금을 내게 된다. 특히 손님들의 카드명세표에도 룸살롱 이름이 찍히지 않으니 ‘일거양득’이 된다. 일부 업소들을 무자료 양주를 통해서 탈세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가짜 양주를 교묘하게 판매하는 곳도 있다. 성매매라는 불법과 더불어 탈세까지 하는 업소들은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인 제제를 받지 않고 여전히 오늘밤도 화려한 불빛을 밝히며 영업을 계속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남편의 잦은 룸살롱 출입으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는 한 가정주부는 “룸살롱에 가는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면 정말이지 정이 뚝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런 문화를 조장하고 있고, 불법을 행하고 있어도 정부에서는 이를 제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가끔씩 성매매 업소를 단속하기는 하지만 가만 보면 ‘면피’나 하려는 단속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다면 왜 피라미 같은 업소들만 단속하고 정작 대형 업소들은 단속하지 않는가. 그런것이 우리 자녀들이 마주하게 될 미래의 문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비무장지대닷컴] www.dmzfore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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