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 강휘호 기자]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이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환율 자체는 긍정적인 요인이나, 고환율에 진입하는 과정 자체는 부담스럽다.
외국인 수급 역시 환율에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 향후 환율 동향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환율 상승은 미 연준의 정책 우려, 국내 펀더멘털 악화 등 여러 가지 사안이 얽혀있다. 미 연준이 달러 강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환율의 상승 속도가 둔화되는 구간에서 KOSPI는 상당히 양호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펀더멘털 악화와 외국인 수급 우려 존재
환율 상승 속도 둔화 … KOSPI 반등 기대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원·달러 환율(이하에서 언급하는 환율은 원·달러를 의미)의 강한 상승 흐름이 나타나면서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환율은 1160pt에 근접하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의 상승랠리가 시작된 지난 4월 말을 기준으로 보면 세계 주요 통화들 가운데서도 가장 약세를 보인 통화 중 한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고환율은 수출에 도움을 주고 경제나 증시 구조 상 수출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는 고환율 상황에 진입한 뒤의 일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실상 환율이 상승하는 과정은 국내 증시에 있어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선 환율을 원인변수가 아닌 종속변수의 관점에서 보게 되면 국내 경기의 부진에 대한우려가 환율 약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환율이 약세 흐름을 보인다는 것은 증시에 있어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환율이 급한 약세를 보이면서 추가적인 약세 진행에 대한 우려가 형성될 경우 이는 외국인, 특히 캐리 요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적 성향의 자금들에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증시 외국인 국적별 매매 현황을 보았을 때, 바로 유럽계 자금이 이와 같은 성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그리스 이슈와 중국 증시의 급락 등 대외 불확실성 이슈들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완화되고, 해외 경기 모멘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양호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후자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환율이 상승하는 과정 자체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것일 수 있으며, 그 영향이 현재 증시에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시장의 방향성과 관련해 가장 먼저 판단해 보아야 할 문제는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될 것이다.
현재 환율의 상승 흐름을 이끌고 있는 소재들은 사실 복잡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의 선반영이라는 측면도 있고, 중국 증시 급등락과 관련된 부담, 국내 경기 모멘텀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나 한국의 경기 펀더멘털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장에서 확신이 형성될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달러의 강세와 관련된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환율의 가파른 상승 추세는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최근 옐런 의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사 발언의 영향으로 달러 인덱스가 재차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전망의 확산과 달러 인덱스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달러에 대한 투기적 포지션은 제한적인 수준의 움직임만을 보이고 있다. 이미 높은 수준에 위치한 달러에 대한 경계심이 일정부분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컨센서스를 참고하게 되면, 연 중 유로·달러 환율은 최저 1.05달러·유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옐런이 강조하고 있는 바와 같이 향후 완만한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될 경우 현 수준에서의 추가적인 달러 강세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 사항은?
연준과 정부가 달러의 강세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달러 강세 압력을 완화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7일 연준 홈페이지에는 ‘How much hasdollar app reciation affected U.S. corporate profits?’이라는 연구 자료가 게시됐다.
요점만 보면, 최근 미국 기업이익이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섹터의 실적 감소도 영향을 미쳤지만, 해외 부문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의 이익이 달러 강세에 의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결국 연준이 달러 강세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미 정부 입장에서도 7월 말 TPP 협상과 이에 따른 연내 의회 비준 절차를 앞두고 달러의 추가적인 강세를 방관하기는 힘든 것으로 볼 수있다. 미국 정부와 통화 당국이 달러의 강세 흐름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달러 강세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엔화의 약세를 이끌던 BOJ의 추가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최근 일본 경기의 호조로 인해 희석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그리스 문제가 일단락되고 경기 회복세가 더욱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즉, 달러 인덱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운터 파티 통화들의 약세가 진정될 수 있는 구간이라는 점도 달러 강세 기대를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추가적인 달러 강세에 대한 부담이 완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환율의 추세전환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그간 형성되던 가파른 상승 속도의 둔화 정도는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덧붙여 2010년 이후 환율이 상승 추세에서 하락 혹은 상승 속도 둔화가 나타난 시점에 KOSPI는 70%라는 높은 월간상승 확률과 +1.34%의 기대 수익률을 기록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ilyoseou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