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北, 백두혈통 김정남 충격 공개
[단독보도] 北, 백두혈통 김정남 충격 공개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7-27 10:54
  • 승인 2015.07.27 10:54
  • 호수 1108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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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암살 위험 느끼며 살고 있다”

北서 보낸 수행원들이 밀착 감시…상당한 행동 제약
마카오·싱가포르 등 떠돌이…北권력층과 교류 안 해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북한 내부에 권력다툼이 수면위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해외 각지를 떠돌며 생활하고 있는 김정남이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의 형인 김정남은 동생이 권력을 이어받은 뒤 해외에서 칩거생활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백두혈통들을 둘러싼 파벌싸움이 심화돼 형제 간 권력 암투가 수면위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분석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동안 장성택 등 북한 실권자들을 숙청하고 지휘부 물갈이를 추진해 왔다. 또 북한 소식통들은 “북한 권력의 정통성을 놓고 내부 파벌싸움이 심화되자 김정은이 숙청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측근 서열 1위와 4위로 각각 추정되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사이에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산케이 신문이 지난 19일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신문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봄 현 부장 숙청 직후 김원홍 부장의 부하 4명이 김 제1위원장 참석 행사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경죄로 처형됐다.

이를 두고 숙청을 위해 음모를 꾸민게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보위부 조사 결과 이들 4명에게는 행사에 대한 사전 공지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산케이도 “행사를 주최한 황 국장이 일부러 4명에게 행사를 알리지 않은 뒤 불참을 빌미로 처형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들의 갈등은 2012년 4월 김원홍이 보위부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신문에 의하면 김 부장이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었던 황 국장 부부를 수뢰 혐의로 연행해 조사를 했고, 황 국장 부인은 엄중한 취조를 받은 뒤 사망했다. 그 후 황 국장은 작년 4월 군 총정치국장에 취임한 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김 부장 아들 김철 씨를 외화횡령 혐의로 조사하는 등 김 부장을 견제했다.

백두혈통의 불안한 나날들

김 제 1위원장의 숙청 작업이 이어지면서 권력승계 당시 경쟁관계였던 김정남·김정철 등 이른바 백두혈통 로열패밀리의 근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남과 더불어 김 제1위원장의 친형과 여동생인 김정철(34)과 김여정(26)은 모두 남매다. 이들은 절대 권력자의 후광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정철은 4년여의 공백을 깨고 지난 5월 말 런던 나들이를 해 외신의 시선을 끌었다.

김여정은 간부와 주민들 사이에서 “모든 일은 여정 동지를 통하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넓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을 목도하며 언제 숙청의 피바람을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떠는 노동당과 군부 고위 간부들과는 달리 정남 정철 여정의 행보는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남매의 자유분방한 행보를 놓고 여러 분석이 분분하다. 김정철의 영국 방문을 꼼꼼히 짚어보면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5월 20일 영국 출신 뮤지션인 에릭 클랩튼의 70세 기념공연에 김정철이 나타났다.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 선글라스 차림의 그가 목격된 것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김 제1위원장 형제들은 모두 권력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에 가장 힘이 실리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배지까지 떼버린 채 서방 음악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모습은 ‘공포 정치’로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는 동생 김정은의 이미지와 교차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에릭 클랩튼의 열광적 팬으로 알려진 김정철의 콘서트장 출현은 2011년 2월 싱가포르 공연 관람 이후 처음이다. 당시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돼 곤욕을 치렀는데도 또다시 런던 공연장을 찾은 것을 두고 “김정철이 클랩튼의 광팬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동생에게 후계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정철이 권력과 거리를 두겠다는 메시지란 분석도 내놓는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 태어난 김정남이다. 김정남의 최근 행방이 묘연해 그와 관련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9월엔 프랑스 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 한솔군을 만나러 프랑스에 갔다가 언론에 노출된 이후 종적을 감췄다. 오랫동안 체류해온 마카오를 떠나 동남아 국가를 전전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정확한 거처 등은 알 수 없는 상태다.

과거 인터뷰 등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나 김정은 후계 체제 등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온 것과 달라졌다.

생모 성혜림으로부터 적지 않은 유산을 받았고, 김정일 위원장도 생전에 챙겨준 자금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게 정보 당국의 전언이다.

<일요서울>은 최근 김정남과 접촉한 중국의 한 유력인사를 만나 김정남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싱가폴과 스위스 등지에서 김정남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 인사는 “김정남이 대체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하루하루가 불안한 나날들”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2차례 김정남을 만났다는 이 인사는 김정남의 최근 근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김정남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여러 곳을 수시로 돌아다녔으나 지금은 싱가폴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며 “그의 주변에는 북한에서 보낸 수행원들이 24시간 맴돌고 있다. 그들은 경호원이라기보다 감시원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김정남은 움직임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지난 번 김정남을 만났을 때 같이 술을 많이 마셨다”며 “그때 김정남이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놔 깜짝 놀랐다. 김정남은 늘 자신 주위를 맴도는 감시원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차량을 몰고 나타날 때면 ‘내가 이제 죽는 것인가’하고 생각한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올해 초 경 북한에서 김정남과 관련된 모종의 지령이 하달됐고 이를 수행하는 특별임수전담팀이 해외로 파견됐으나 중국이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특별임무가 취소됐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특별임무’에 대해 “김정남을 암살하는 것은 아닌 듯하고 본국 송환이나 가택구금 등이 아닐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우호적으로 보는 세력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데, 김정은이 이를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이 때문에 김정은은 형제들 중 김정남에 대한 경계가 가장 심하다. 김정남은 북한 내부 권력다툼이 치열해질수록 자신의 신변이 위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최후의 순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해외 또는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형제들과도 거의 연락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 내부 권력층과도 일절 교류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최종 낙점되기 직전엔 정남·정철 두 사람이 차례로 1순위에 꼽히며 경합하는 양상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 김정일 후계에 관심이 쏠리면서 장남인 김정남의 존재가 세인들의 입에 본격적으로 오르내렸다.

하지만 2001년 5월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돼 국제적 망신을 당하면서 낙마했다. 곧바로 후계자로 부상한 건 김정일 위원장이 고영희와의 사이에 낳은 두 아들 중 나이가 많은 김정철이었다. 하지만 호르몬계 이상 등 질병이 그를 좌절시켰다. 일각에선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이나 성격 탓이란 주장도 있다.

김정은 핵심부 교체의 숨은 뜻

이와 함께 김 제1위원장이 구 권력을 하나씩 숙청하면서 북한 내부에 공포분위기와 더불어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발 북한 소식을 종합해 보면 김 제1위원장은 자신의 뜻과 맞지 않거나 집권에 방해가 되는 구 권력을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별도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인물들을 경계한 나머지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를 보이거나 비협조 세력과 통할 경우 사정없이 숙청한다고 한다. 숙청 이후 빈자리에는 선대의 총애를 받았던 고령의 과거 인물들로 채우고 있다.

최근 ‘북한의 괴벨스’란 별칭을 가진 북한 체제 선전의 수장 김기남(86) 노동당 비서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다시 수행해 시선을 끌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3일 김 제1위원장이 반미교육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신축 현장을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김기남 비서는 1966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노동신문 책임주필, 1990년대 선전선동부장과 선전담당 비서로 활동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의 정당성 확보와 우상화에 공헌한 실세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천박물관 시찰도 수행했지만 지난 4월 8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2주년 중앙보고대회 주석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끝으로 3개월반 동안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기남 비서가 물러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을 중심으로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재편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우리 정보당국도 김기남이 은퇴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김기남 비서가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다시 수행함으로써 그가 여전히 북한의 선전선동 업무를 관장하는 노동당 비서 겸 부장의 직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기남 비서가 그동안 주요 행사에서 방청석을 차지하는 등 위상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다양한 추정이 나온다.

한편 김여정은 공개 활동의 보폭을 넓혀왔다. 오빠 김정은을 제일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 역할을 하며 권력의 핵심으로 진입했다는 게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로 밝게 웃는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장례식장에서 눈물짓던 이미지에서 탈피했다는 얘기다.

정부 대북 부처 관계자는 “예상보다 빨리 김여정이 노동당 내에서 비교적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김여정은 북한 정권 사상 최연소 노동당 부부장이다.

김여정은 김정은 체제 출범 후 ‘김예정’이란 가명을 쓰며 노동당 선전선동부 과장으로 활동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제왕학을 미처 다 배우지 못한 채 권력을 넘겨받은 오빠 김정은의 이미지 메이킹을 책임졌다.

김여정의 전면 등장을 장성택 처형사태와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2013년 12월 장성택이 숙청된 후 공개 활동을 접은 고모 김경희를 대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복누이 김설송이 김정은 보좌 그룹을 이끌며 권력 내부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정혼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숙과의 사이에 태어난 설송이 맏언니로서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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