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치기가 수수료 걱정 날려주는 핀테크?
환치기가 수수료 걱정 날려주는 핀테크?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5-07-27 10:53
  • 승인 2015.07.27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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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장휘경 기자] 해외송금 시 유통이 빠르고 수수료가 싸다는 이유로 환전소의 불법 환치기가 성업 중이다. 환치기란 해외로 자금을 몰래 빼돌리거나, 송금 수수료를 아끼려는 목적의 불법 거래행위다. 특히 돈세탁, 마약, 밀수, 해외도박 등을 위해 불법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사람들은 손쉽게 돈을 유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환치기를 많이 이용한다. 요즘은 나날이 규모가 커져 암달러상을 통해 불법으로 환전하던 과거와 달리 환치기 전문 중개인이 수십 개 또는 수백 개의 계좌를 개설한 후 불법 외환거래를 알선하고 있다. 최근엔 예금계좌가 아닌 증권회사의 법인계좌를 이용해 환치기를 하는 새로운 수법도 등장하는 등 고도화·지능화·기업화하고 있어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10억짜리 집을 사기로 마음먹은 A씨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0억 원을 달러로 바꿔서 나가면 외환당국에 노출될 것이고 국세청은 어디서 벌었는지 조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한국에 설립된 미국회사에 10억 원을 주고 미국에 가서 그 회사로부터 95만 달러를 현금으로 받은 일명 불법 환치기 수법이다. A씨는 우리나라 외환당국 모르게 10억을 미국으로 빼돌릴 수 있었다.
 
중국 관광객들은 우리나라 강남에서 성형수술을 많이 한다. 이때 성형외과에서 카드결제를 하면 성형외과의 수입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부 성형외과는 아예 중국에서 가져온 중국 여행사 카드결제기를 설치해놓았다. 그러고는 그 돈을 중국에 가서 한꺼번에 찾아 신고하지 않고 들여옴으로써 성형외과 수입을 숨기고 있다. 이 또한 불법 환치기다.
 
대림동의 차이나타운에는 약 2만여 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수요가 많을 것 같지만 시중 은행의 송금 실적은 거의 없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전언이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는 10여개의 환전소가 성업 중이다. 중국인들은 이 환전소들을 통해 불법 환치기를 해 돈을 중국으로 보낸다. 즉 환전소에 가서 한국 돈을 맡기면 중국에 있는 환전소 거래처에서 중국인 가족들이 30분 만에 그 만큼의 중국 돈을 찾을 수 있다.
 
외국인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까지 불법 환치기로 거래하는 이유는 은행보다 수수료가 은행의 1/3 수준으로 싸고 유통이 쉬우면서 빠르기 때문이다.
 
환치기핀테크는 수법 동일
 
요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환치기를 합법화하는 추세다. 송금 기록을 남기고 누구나 할 수 있게 하면 환치기가 핀테크(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송금, 이체 등의 금융서비스)가 된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이런 핀테크 회사가 자고 나면 탄생한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핀테크 업체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는 스카이프 출신인 타벳 힌리커스와 딜로이트 출신인 크리스토 카르만이 공동으로 창업한 핀테크 회사로서 이미 핀테크로 6조원의 송금 매출을 올렸다.
 
트랜스퍼와이즈 측은 일반 은행을 통해 송금하면 수수료가 너무 비싸 불만인 사람들이 트랜스퍼와이즈 서비스를 이용하면 해외 송금비용을 기존 은행의 10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핀테크를 이용하면 국가 내에서 자금이체 서비스가 이뤄져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핀테크는 우리나라에서 성행하는 환치기와 수법이 동일하다.
 
하지만 트랜스퍼와이즈 측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영국 금융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았으며 영국의 다른 은행과 동일한 규칙이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무려 10억 달러에 달한다.
 
이제 금융시장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예금 및 카드결제 그리고 대출은 물론 송금까지도 다 하는 시대가 됐다.
 
범죄조직의 환치기 양성화 어려워
 
정부는 외환거래의 자유화 조치로 환치기 같은 불법거래를 양성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노출 자체를 꺼리는 국내 환치기 수요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범죄조직이 행한 환치기 사례를 보면 규모가 매우 커서 음성적인 상태를 양성화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다음은 세관에서 발표한 범죄조직의 환치기 사건들이다.
 
# 의류 수출업자 A씨 등 67명은 20101월부터 지난 6월까지 1838억 원 상당의 의류를 일본에 밀수출한 뒤 그 대금을 환치기해 보따리상, 일본인, 재일동포 등을 통해 사업자금인 것처럼 위장해 국내로 반입했다.
 
# 환전상 B씨는 의류 수출업자들의 의뢰를 받아 미리 확보한 외국인 수백 명의 여권 사본을 이용해 미화 5000달러 이하로 소액 환전한 것처럼 환전기록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18000억원 상당을 불법 환전해줬다.
 
# 중국에 콜센터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부분 국내 환전소를 통한 불법 환치기로 중국 총책에게 수익금을 보낸다. 보이스피싱 송금책이 한화로 된 범죄수익금을 환전소 업자에게 주면 환전업자는 그 금액만큼 자신의 중국 계좌에 있는 위안화를 중국 총책의 계좌로 이체해주는 방식이다.
 
금융기관을 이용한 정상적인 외환송금의 경우처럼 송금자의 인적사항이나 송금사유를 밝힐 필요가 없어 범죄자들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릴 때 이런 불법 환치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환치기를 내세워 상대방 회원에게 돈만 받고 사라지는 악랄한 사기꾼도 있다.
 
신원 불명인 B씨는 광고방이나 벼룩시장방 또는 중국창업자카페를 포함해 현재 10여개의 다음, 네이버 중국 관련 커뮤니티에 환전게시물을 올려놓고 사기대상이 자기의 마수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익명의 중국동포는 현재 나를 포함해 여러 명의 한국인 및 중국인들이 사기를 당해서 엄청난 마음고생과 고통을 당하고 있다불법이라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없어 억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진인근 관세청 외환조사과장은 거래의 은닉성·편리성·경제성 등을 이유로 환치기를 통한 불법외환송금 및 반입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마약·테러·탈세 및 자금세탁 등 범죄자금 이동통로로 악용되는 환치기 계좌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해 범죄수익을 전액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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