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전창진 KGC인삼공사 감독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유·무죄를 가리기까지는 최소 3주 이상이 필요하고 최근 문경은 SK 감독까지 거론되면서 프로농구연맹(KBL)은 이미 쑥대밭이 된지 오래다. 더욱이 시즌을 앞두고 당사자인 인삼공사는 준비조차 제대로 못하는 등 차질을 빚으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2일 서울 중부경찰서가 신청한 전창진 감독의 불법 도박 및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전 감독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에 중부경찰서는 전 감독을 포함한 이번 사건 연루자들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로써 전 감독은 일단 구속을 면했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촉각을 세웠던 농구계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아직 유·무죄 여부가 결정된 것이 아니다. 검찰의 기소여부에 따라 전 감독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이에 이번 사건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에서 알 수 있듯이 전 감독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이 전 감독을 기소할 경우 유죄 가능성을 놓고 지루한 법정싸움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인삼공사 측은 사법 처리 과정을 지켜본 뒤 전 감독의 거취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아직 구단은 외국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전 감독의 애제자인 찰스 로드를 뽑은 만큼 전 감독이 돌아온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다음달 16일 KCC를 상대로 프로아마 최강전 1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등 시즌을 앞두고 할 일이 태산이지만 전 감독의 복귀가 쉽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우선 인삼공사는 3주 동안 결론이 나기 쉽지 않으면서 50여 일의 비시즌 내내 이 문제와 씨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팀 전력의 주축인 오세근과 양희종은 부상으로 허덕이고 박찬희 등은 아시아농구선수권에 차출을 앞두는 등 전력을 추스르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프로농구연맹(KBL)도 곤란한 건 마찬가지. 전 감독 영장 신청 단계에서 문 감독이 거론되면서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KBL이 감독 자격을 제한하는 칼을 먼저 뽑았다가 법적인 근거가 없으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 또 이 사건이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서 리그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덧씌워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 감독에게 기소유예나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그 결과에 안심해선 절대로 안된다. 이번 사태만으로도 이미 프로농구는 팬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며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더 주의를 기울여 프로농구 무대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의 뿌리를 뽑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 감독은 경찰조사에서 KT감독으로 재직할 당시 지난 2월 20일과 27일 두 경기를 앞두고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모두 8억7000만 원을 걸도록 지인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는 해당 경기에서 자신의 팀이 6.5점 이상 점수차로 패배한다는 정보를 모 연예기획사 대표와 지인에게 흘리는 등 총 3경기의 승패 여부를 타인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 감독은 몽골인 명의의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2일까지 불법도박에 참여한 지인 3명과만 통화했고 2월 20일 경기 전날 밤 상대팀의 문 감독과 18분에 거쳐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문 감독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