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 출신 현기환 역할에 한계론 대두
초선의원 출신 현기환 역할에 한계론 대두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7-27 10:46
  • 승인 2015.07.27 10:46
  • 호수 1108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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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무라인 ‘역대 최약체’ 혹평 받는 이유

“특임장관, 정무장관 신설로 후반기 친여의도 필요” 지적
김재원 정무특보, “카드도 없고, 대통령 면담 기회도 없다”
YS 시대 이원종 등 막강했던 과거 청와대 정무라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7월 21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최고위원들과 반주를 겸한 저녁식사를 했다. 자리가 파한 뒤 김 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2차’를 가기로 했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단골인 청와대 인근의 통닭집으로 가자고 했고, 김 대표에게 “형님, 현기환 정무수석도 오라고 하시죠”라고 권유했다. 김 대표는 승용차 안에서 전화를 걸어 “니 어디 있노? 별 일 없으면 우리와 한 잔 하자”고 했다. 현 수석은 별도의 저녁 자리를 급하게 마치고 합류했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 사이의 변화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의 정무수석(이정현 박준우 조윤선) 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유승민 파동’ 이후 당청 관계가 회복됐기 때문이지만 개인적인 친분도 작용했다.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 현 수석은 PK(부산·경남) 동향으로, 평소 호형호제 하는 사이다. 김 최고위원은 그동안 몇 차례 돌출행동으로 김 대표와 충돌했지만 사석에선 여전히 ‘형님’으로 모신다. 현 수석도 김 대표와 형, 아우 하는 사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현 수석을 발탁한 건 김 대표와의 소통을 위한 ‘맞춤형 인사’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개인적인 친분과 당청 관계 업무 협조가 항상 같이 가지는 않는다. 대형 현안이 생기면 친분관계가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가에선 벌써부터 김 대표와 현 수석 사이를 걱정어린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일단 두 사람은 연배와 국회의원 선수(選數)에서 큰 차이가 있다. 현 수석은 초선 의원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와 3대 정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과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비례대표 초선이었다. 이들은 여당 지도부의 맞상대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2대 박준우 정무수석은 직업 외교관 출신이어서 여의도 정가에선 모습조차 보기 어려웠다.
그런 한계가 있음에도 박 대통령이 현 수석을 기용하자 그동안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던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들의 위상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무수석이 여당 지도부와 현안을 조율하기보다는 ‘연락책’ 역할만 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대해선 반론도 있다. 부산지역의 한 언론인은 “현 수석은 업무추진력이 대단하다. 특히 한 가지 목표가 주어지면 물 불 가리지 않고 이뤄내는 스타일이다. 아마도 대통령의 오더를 받으면 아무리 김무성 대표라도 거칠게 대들면서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당청관계는 다시 멀어진다.

이 때문에 정무수석 역할을 제한하고 과거 정부처럼 정무장관이나 특임장관을 둬서 여의도와 소통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이재오 특임장관은 당내 친이계의 기강을 잡는 ‘군기 반장’ 역할을 했다.

만일 현 직제를 유지하려면 정무수석의 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정진석 정무수석은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갔다. 국회의원 선수가 높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정무수석에 앉으면 당청 관계가 원활해질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이원종 정무수석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대통령 정무특보제도에 대한 정비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윤상현 정무특보는 유승민 파동 때 정확한 상황인식을 갖고 대처하기 보다는 친박계의 ‘행동대’ 역할을 주로 했다. 김재원 정무특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정무특보의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 특보는 “사실 정무특보라고 해도 활동을 위해 사용할 카드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과의 접촉 기회도 별로 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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