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프리미엄 한식 뷔페 프랜차이즈의 원조 격인 풀잎채와 후발주자 솔잎채의 갈등은 솔잎채가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풀잎채가 솔잎채를 두고 ‘솔잎채는 풀잎채의 인테리어부터 메뉴까지 베껴가 창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CJ그룹, 이랜드 등이 앞다투어 한식 뷔페 사업에 진출했던 것을 두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인 풀잎채를 모방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난 사례와 비슷하다. [일요서울]이 풀잎채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원조 싸움을 들여다봤다.

한식뷔페 차별화 고민
하나의 프랜차이즈가 성공하면 유사 브랜드들이 범람한다. 이것이 이른 바 미투(me too) 창업의 폐단이다. 예전에도 일본 등 외국에서 히트한 제품을 그대로 본뜨거나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왔지만, 이제는 아예 기업 베끼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풀잎채와 솔잎채의 싸움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풀잎채의 주장에 따르면 솔잎채 사업을 시작한 사장은 과거 풀잎채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고 싶다며 풀잎채를 찾아왔던 한 예비 창업자다.
풀잎채는 당연히 예비 창업자를 위해 매장 디자인은 물론 메뉴까지 주요 정보를 모두 상담해줬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보를 얻어간 예비 창업자가 지난 4월 인천시 논현동에서 솔잎채라는 유사 브랜드 점포를 버젓이 오픈했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풀잎채는 해당 지역의 인근인 소래포구점 오픈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터라 솔잎채 1호점 개업이 어이없었다고 한다. 풀잎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솔잎채에 업종 변경을 요청한 상태로, 향후 솔잎채의 대응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풀잎채는 업무방해·유사상표 사용 등을 이유로 솔잎채와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솔잎채 사장이 자신의 가게를 열기 위해 풀잎채 예비 창업자로 접근, 정보를 얻어가 유사 브랜드를 런칭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반대로 솔잎채 측은 풀잎채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솔잎채의 한 관계자는 “풀잎채가 내세우는 주장들은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주장들 뿐,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처음부터 우리는 풀잎채의 정인기 사장과 가맹점 오픈을 위해 만난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새로운 외식 사업을 시작하고 정인기 사장이 물건을 대주는 형식을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준비한 과정에 대해서는 “인천 논현동 시장조사부터 우리가 시작한 부분이다. 정인기 사장도 우리를 통해 인천 논현동 상권을 알게 된 것”이라면서 “메뉴도 우리 쪽에서 제안해 풀잎채 메뉴에 추가된 것이 있을 정도인데 무슨 베끼기라는 말이냐”고 토로했다.
특히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매장의 인테리어 등 도움을 받은 것은 풀잎채가 아닌 전혀 다른 지인의 업체”라면서 “계약 과정에서 풀잎채가 너무 많은 비용을 내놓으라고 해 틀어진 것인데 이를 두고 우리가 접근했다고 하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다만 이름이 비슷한 부분에 대해선 “직원들의 공모를 통해 ‘솔잎채’라는 상호명이 결정된 것이지만, 이름을 다소 벤치마킹했다는 지적은 나 역시 인정한다”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는 “만약 법적인 분쟁까지 필요하다면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멀고 험한 상생의 길
더 흥미로운 점은 풀잎채와 관련된 한식 뷔페 원조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3년 1월 경남 창원의 한 백화점에서 문을 연 풀잎채는 당시 한식 뷔페로서는 획기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산지 제철 먹거리, 즉석요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후 풀잎채의 하루 매출이 1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성공을 거두자 대기업들도 신사업으로 한식 뷔페에 뛰어들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 이랜드파크의 자연별곡 신세계푸드 올반 등이다.
그러자 풀잎채는 공공연히 대기업이 우리를 베끼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곤 했다. 이때가 사실상 한식 뷔페 시장에 일어났던 첫 번째 미투 창업 논란이다. 동시에 골목상권 침해 아니냐 혹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어디로 갔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원조를 따지는 시기는 지나갔고, 누가 더 차별화 된 서비스를 내놓느냐의 싸움”이라면서 “다만 대기업이 나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개척한 시장을 지켜보다 사업에 나서는 것은 비판의 요소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한편 최근 들어 미투 제품 및 미투 기업들이 원조 기업을 따라 하다 소송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향후 원조 기업들에 대한 기업 보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7월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원조 기업 보호 강화에 실질적으로 한 몫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 제1호에 신설된 차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다소 포괄적인 ‘상당한 투자나 노력’이라는 범위에 대해서도 원조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간판 디자인이나 매장의 진열 형태 같은 부분도 각각의 프랜차이즈들의 ‘투자’ 또는 ‘노력’의 산물로 인정된다.
법의 빈틈을 노려 원조 브랜드를 베껴온 미투 기업들 입장에선 보다 불리한 상황이다. 풀잎채를 둘러싼 원조 논란도 이러한 추세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결이 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