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항마로 떠오르는 정의화 대망론 대해부
김무성 대항마로 떠오르는 정의화 대망론 대해부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7-27 10:39
  • 승인 2015.07.27 10:39
  • 호수 1108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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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중심잡기 존재감 과시
▲ photo@ilyoseoul.co.kr

과거 국회의장과 달리 특강·방송정치도 활발
남북국회의장회담 제안…호남에 공들이기도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여당 대권주자로 김무성이 독주하고 있지만, 정의화, ‘다크호스’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조 교수는 “정의화, 점잖으면서도 강한 근골과 뚝심이 있는 분이다. 직접 만나보시면, 느낌이 올 것이다. 유승민처럼 사과하지 않는다. 정의화의 마음속에서는 박근혜 인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의 주장은 야권 인사의 여권 내부 분란 부추기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실제로 정의화에겐 큰 꿈이 있다. 그런 능력도 충분히 갖췄다”고 입을 모은다. 그의 측근은 “정 의장은 오래전부터 대권에 뜻을 두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해왔다”고 귀띔했다. 다른 대권주자들처럼 요란하게 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지 그랜드 플랜을 짜고 내실을 다져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부산 출신인 정 의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호남에 인맥을 쌓아왔다. 의사 시절이던 1991년부터 '영호남민간인협의회'를 결성해 동서화합에 앞장섰다. 국회에 입성한 뒤인 2004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안에 ‘지역화합특위’를 만들었다. 그러자 광주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가운데 최초로 그를 명예시민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은 ‘부산 출신 호남 국회의원’으로도 불렸다.

“정의화에겐 큰 꿈이 있다”

지난 2014년엔 국회의장 신분으로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 자리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했다. 또 “광주정신이 통일정신으로 승화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당시 호남 지역의 한 언론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반쪽으로 치르는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이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말이어서 반갑기만 하다. 정 의장의 호남사랑에 대한 진정성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내에 정 의장과 같은 정치인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고 썼다.

정 의장은 최근 들어 존재감을 과시하는 활동이 부쩍 잦아졌다. 여권 내에 김무성 대표 외에는 뚜렷한 대권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행보는 ‘특강정치’다. 과거 국회의장들이 ‘권위’를 의식해 외부활동을 가급적 자제하던 일과 비교된다.

정 의장은 7월 21일 해군사관학교에서 특강을 했다. 같은 날 경남 창원 웅동중학교에선 여름방학 체험학습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리더로 리드하다’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

5, 6월만 해도 경북 울진군청, 카이스트, 법무연수원, 창원대학교, 영남대학교 등에서 특강을 하며 젊은 세대와의 스킨십을 넓혀 나갔다.

방송출연도 잦다. 시사 프로그램 출연에 적극적이다. 이 역시 과거 국회의장들과는 다른 행보다. 7월 19일 한 방송에 나와선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의장은 4년 내내 또는 최소한 선거를 앞둔 2년은 예비 후보들이 인지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데 선거(20대 총선)는 불과 9개월 남았다. (정치신인들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유력한 대권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소신이자 지론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이 오픈프라이머리 논쟁을 촉발시켜 김 대표의 맞상대로 나서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대표 측은 정 의장이 ‘불가론’에 대해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 역시 과거 얘기했던 부분이므로 (여야 동시 실시가 어렵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 정치신인에게 시간상 불리하다고 하지만 정치가 시험날짜 받아놓고 벼락치기 공부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런 공방을 놓고 정 의장의 노림수에 김 대표 진영이 걸려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정 의장의 대권행보는 입법부 수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보인다. 최근 메르스 관련 추경안 처리가 쟁점이 됐을 때 정 의장은 “내 사전에서 ‘단독’이란 말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공무원연금개혁법과 국회법 개정안 연계처리로 조성된 ‘거부권 정국’에서도 정 의장은 친정인 새누리당에 끌려가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는 자세를 유지했다.

정 의장은 또 7월 17일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 국회의장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제안은 북측으로부터 즉각 거부당했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를 의회 차원에서 풀어보려는 시도란 평가를 받았다.

입법부 수장의 이런 행보는 ‘자기정치’라는 비판도 받는다. 또 국회의장이 오픈프라이머리 같은 정치현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는 모습도 썩 좋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정 의장의 핵심 측근은 “과거에 무게만 잡고 여당에 끌려가던 국회의장의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필요할 때마다 ‘정치훈수’를 하는 새로운 국회의장의 모습을 정립하려는 시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의장실 대화내용 모두 기록

정 의장은 주변 관리도 비교적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회의장으로서의 투명한 직무 수행을 담보하기 위해 의장실에서 이뤄지는 대화 등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 집무실 구석에 여성 직원 한 명이 상주하면서 대화 내용을 타이핑하고 녹음한다. 사적 만남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록에 남기고 있는 셈이다. 정 의장은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에 백서를 만들 생각이다, 그것이 내가 국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의장은 얼마 전 지역의 중견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대권 도전의 의사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정 의장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보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제 여생을 북한에 뇌수술이 가능한 정도의 병원을 세우는 일에 보낼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부산에 병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현역 국회의장이 조금이라도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을 경우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고 봐야한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부산 중-동구를 지역구로 둔 5선 국회의원인 정 의장은 20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51 대 49로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치는 여러 변화가 많고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면 그 일을 또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말이었지만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면’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물론 ‘정의화 대망론’이 현실화되기엔 한계가 많다. 국회의장을 지내고 있는 거물급 정치인 이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크게 높지는 않다. 당내에 뚜렷한 계보도 없다. 세(勢) 부족은 대권 출마를 공식화 하면 어느 정도 메꿀 수 있지만 지역적 기반이 김 대표와 겹친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미 김 대표가 장악한 부산과 경남을 뚫고 들어가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에 김 대표의 ‘정의화 경계심’도 이미 발동했다. 김 대표는 정 의장이 오픈프라이머리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을 때 “개인의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최근 ‘거부권 파동’ 때 자신은 청와대 입장으로 선회했는데 정 의장은 거리를 두며 존재감을 나타낸 데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주변에 토로했다고 한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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