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24]야권의 재구성, 박수칠 때 떠나라!
[알쏭달쏭 정치이야기-24]야권의 재구성, 박수칠 때 떠나라!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7-27 10:36
  • 승인 2015.07.27 10:36
  • 호수 1108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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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비주류 호남민심 ‘아전인수’식 꿰맞춰
- 패권적 친노와 호남 기득권 세력 모두 용퇴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한 마디에 메르스가 종식되었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는 마치 유성처럼 정치권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면서 사라져갔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기꺼이 ‘배신의 정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역시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은 참으로 막강하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말은 아닌가보다.

메르스의 종식과 함께 정쟁의 시기가 도래했다. 사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쟁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메르스로 인해 한 달여간 정쟁다운 정쟁을 하지 못해 많이 조급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앞장서서 정쟁의 장을 제공해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웠을까?

청와대 발을 시작으로 정쟁이 봇물 터지듯 여의도 정치를 휘감고 있다. 청와대 발 정쟁은 여권의 차기 권력구도의 중간 점검을 필요하게 했으며, 대통령의 레임덕을 일순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더 큰 레임덕이 곧 엄습할 것임을 청와대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당청관계는 청고당저(靑高黨低)의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고, 이 기류를 틈타 정부는 사정의 칼날을 사정없이 들이댈 것이다.

청와대 발 정쟁에 편승하여 제1야당도 뿌려진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흘러간 물들이 물레방아를 돌리겠다고 안간힘이고, 무능한 세력은 친노패권주의의 청산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댄다. 문재인 당대표가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고자 한다면, 이들에게 친노패권주의의 청산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과 같을 것이다. 역으로 소위 친노는 이들을 발톱 밑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정체성을 의심하고, 무능하다고 무시한다. 어찌 이들이 같은 당의 당원이고 국회에서 같은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인지 정치학을 업으로 전공한 필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4.29 재보선 과정에서 자신의 무능함과 무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문재인 당대표는 혁신위 국면에서도 문제의 근본은 도외시한 채,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려고 한다. 친노도 비주류도 어느 쪽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힘과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문재인 대표의 이와 같은 태도는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되고, 2017년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하는 제1야당의 힘의 축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참에 언제나 양지를 지향했던 국정원의 해킹게이트가 터졌다. 민간인 사찰 운운하면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철수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여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청고당저의 상황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정원 해킹게이트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퍼포먼스를 정쟁으로 규정하였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종편이 호응했고, 일반 국민들은 무관심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현재 국정원 해킹게이트가 초래한 여야당 대결, 정부와 국회의 대결, 야당과 국정원의 대결은 정쟁이 되어 버렸다.

성완종게이트로 4.29 재보선을 망쳐 버린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에서 보면, 달콤한 유혹일 수 있는 국정원 해킹게이트가 정쟁이 되어버린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당의 혁신, 그리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전면적인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3개월간의 당내 권력투쟁에서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 지리한 내부공방만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구심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존재감은 날로 약화되고 있고, 혁신위의 4차례에 걸친 혁신안 발표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탈당론, 신당론은 분출하고 있지만 거의 엄포용 수준에 머물러 있고, 탈당을 결행한 사람들조차 정치적으로는 거의 자폭수준의 의미밖에 없다.

당내 비주류와 동교동 할배들은 탈당의 명분을 쌓기 위해 노골적인 자작극을 자행하고 있다. 결국 그럴싸하게 남의 탓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이마저도 쉽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야권의 위기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으며, 그 위기의 크기에 비례하여 야권재편의 기운도 거세지고 있다.

야권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측에서는 호남민심을 등에 업고 상대를 제압하려 하지만, 야권의 어느 정치세력도 호남민심을 정확하게 보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호남민심의 보고 싶은 부분만 발췌해서 보고 있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호남민심인 것이다. 아전인수식으로 혹은 억지춘향식으로 호남민심을 자신의 입맛에 꿰어맞춘다. 어떤 쪽은 친노패권주의 청산이라고 말하며, 어떤 쪽은 닥치고 통합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양쪽 모두 호남민심을 극히 왜곡하여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남민심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명박 정권 이후 2017년까지 10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는 동떨어진 정권이 계속되고 있는데, 대안정당이 되어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때마다 패배하고, 내부 투쟁에는 열중한다.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호남민심을 볼모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키기에만 혈안이다. 친노세력 또한 호남을 정권창출의 기반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수권정당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제1야당이 보여주고 있고, 이에 호남민심은 극도로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호남민심은 야권을 재구성해 수권정당을 만들라는 준엄한 명령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수권정당을 만드는 데 방해요소가 있다면, 호남민심의 힘을 바탕으로 그것을 극복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1야당의 수권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당내 각 세력의 정치적 언행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하나의 큰 요소로는 친노패권주의를 들 수 있다. 거기에는 문재인 대표의 무능과 무책임이 포함된다. 또 다른 큰 요소는 호남기득권이다. 거기에는 소위 새누리 2중대라는 정체성의 위기가 포함된다.

이러한 수권의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며,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방도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이러한 수권의 방해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봉합하려는 것이 문재인식 수권정당의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식 수권정당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야권의 재구성을 통한 수권정당을 완성하려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권의 방해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소위 친노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과감하게 갈라서야 한다. 절간이 싫은 중이 그 절간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잡아먹을 빈대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이 아닌 것이다. 탈당론, 분당론, 신당론으로 당을 흔들어 보고, 그 당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얻어내려는 그들의 시도는 이미 명분을 잃었다. 그래서 갈라서라는 것이다. 그 다음 문재인 당대표는 이러한 탈당, 분당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 문재인 당대표의 존재 자체가 수권정당의 길, 정권교체의 길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지적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당이 아니다. 패권적 친노와 호남기득권에 안주하는 세력들을 배제한 새로운 수권야당 건설의 시기가 도래했다. <김영필 전북대 겸임교수>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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