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롯데 ‘원톱’ 신동빈 회장
한·일 롯데 ‘원톱’ 신동빈 회장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7-27 10:33
  • 승인 2015.07.27 10:33
  • 호수 1108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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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작업 단정은 아직 이르다

 

▲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사진)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해 말 일본 롯데 대표이사였던 형 신동주 부회장이 전격 해임된 후 최근까지 숨 가쁜 반년을 보냈다.

형의 주 무대였던 일본까지 건너가 아베 총리를 만나는 등 활동영역을 넓히더니 최근 들어서는 후계구도 윤곽에서 형을 밀쳐내고 한국과 일본 롯데의 원톱으로 올랐다. 그런데 앞날이 순탄치만은 못할 것이란 게 재계의 전반적인 전망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동주 전 부회장 반격 ‘주목’…마지막에 웃을까
경영권은 승계했다지만…지분 문제도 해결해야

일본롯데와 한국롯데 지배구조부터 살펴보자.

현재 롯데그룹의 지분구조상 신격호 총괄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 광윤사가 최상위 지배회사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27.65% 가지고 있고,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의 호텔롯데 지분을 19.07% 보유한 대주주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호텔롯데가 사실상 한국에서는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곧 일본 롯데홀딩스만 장악하면 한국 롯데 계열사들을 모두 지배하게 된다는 뜻이다.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의중이 롯데그룹 사업 전반에 많은 입김으로 작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 대표이사에 오른 것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입김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롯데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내치고 차남인 신동빈 회장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달리 해석하면 신동빈 회장이 두 곳을 맡은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신 회장에 보내던 신임을 다시 거둘수 있다는 뜻도 된다.

재계 관계자는 “고령이기는 하지만 아직 경영 곳곳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은 크게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동빈 회장의 경우 지금은 부친의 신임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사업 성과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따라서 후계자 작업이 끝난것처럼 보이지만 단정은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신영자 이사장
캐스팅보트설

두 형제의 보유 지분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서는 둘 다 20% 정도씩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내 주요 계열사 역시 비슷한 곳이 많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지분 13.46%를 보유 중이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13.4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불과 0.01%p 차이에 불과하다. 이 밖에 롯데제과 및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상사 등의 계열사에서도 두 형제는 비슷한 사태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복누나인 큰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그녀는 그동안 후계구도에서 소외돼 동주-동빈 형제에 비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최근 새로운 후계자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지분 0.74%를 보유 중이다. 본인이 총괄하는 롯데장학재단도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의 지분을 각각 8.69%, 6.28% 보유하고 있어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고 그룹 경영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영자 이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한국인 부인 노순화 씨 사이에서 태어났고, 신동주-동빈 형제는 일본인 아내 시게미쓰 하츠코씨가 친모다. 또 다른 동생 신유미씨는 서미경씨의 딸이다.
여기에 신격호 회장의 94번째 생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두 아들 모두 물밑에서 일본의 핵심 주주들을 공략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형제의 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롯데그룹 측이 함구하고 있어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지만 그동안의 정황에 비춰 볼 때 어느 정도의 예측도 가능하다.
우선 형제의 지분다툼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1년간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며 신동빈 회장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였다.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리아 같은 식음료 계열사를 갖고 있다. 또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서 12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신동주 씨가 롯데홀딩스 부회장 당시 롯데제과 지분은 3.96%로 신 회장(5.34%)보다 적지만 고작 1.38%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신 전 부회장은 또 한국 롯데제과가 이미 진출해 있는 동남아시장 공략에 나서며 한국 롯데제과와 경쟁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동생에게 선제공격을 한 신 전 부회장을 못마땅하게 여겨 이번 기회에 해임인사를 냈다는 설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했지만 소유권 경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있다”며 “신격호 회장의 상속 이후에 다른 형제들과의 지분 구조가 있기 때문에 갈등, 경영권의 변동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전망한다.

결국 경영승계에 이어 소유권까지 승계받기 위해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한 광윤사 지분을 넘겨받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이는 결국 앞서 말한 그룹의 성장에 대한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총괄회장이) 일본 경영권을 정리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분 정리는 당장의 현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경영승계?
더 지켜봐야

앞서 신동빈 회장은 16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37개 계열사를 거느린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다. 롯데그룹 측은 이날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일본에서도 받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의미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후 열린 주요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며 한·일 롯데 ‘원톱’으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결정은 신 총괄회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면서 “신 총괄회장은 경영성과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데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된 것도 한국 롯데의 외형이 80조 원이 넘는 데 비해 일본 롯데는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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