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유출의 끝은 어디인가
사생활 유출의 끝은 어디인가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07-27 10:23
  • 승인 2015.07.27 10:23
  • 호수 1108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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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타인의 사생활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볼 수 있는 몰래카메라(몰카), 해킹 등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논란을 만들었다. 자신과 무관한 타인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하거나 훔쳐보고 이를 온라인상에 유출시키는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엔 화장실 나사, 안경 등 사람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곳에서도 몰카가 나왔다.

유통 경로, 개인 대 개인으로 좁혀져
마땅한 해결책 없어…사회적 논의 필요

몇 해 전 유명 연예인의 해킹이 문제가 됐다. 해당 연예인의 트위터가 해킹돼, 그와 관련 없는 사진과 게시글이 해당 트위터에 게재됐다. 물질적인 큰 피해는 없었지만 여러 차례의 해킹 탓에 연예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사생활 노출의 위험성을 인지했다. 이 외에도 이메일 계정· 홈페이지 해킹 등  타인의 사생활 침해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사생활 존중에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A(여·31)씨는 작년 겨울 이상한 메시지를 받았다. A씨의 지인이 카카오톡 채팅창에 ‘S기업 동영상’을 보냈다. ‘이게 무엇이냐’고 묻는 A씨의 질문에 지인은 ‘불륜남녀의 동영상인데 남자가 여자 몰래 촬영했다고 한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불륜남의 아내가 화가 나 이 영상을 유출했나보다’고 답했다. 자신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주변인들이 자신에게 이 영상과 메시지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동영상엔 두 남녀의 얼굴이 확연히 보였다.

A씨의 사례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이 유출 및 공유되고 있다. 일면식이 없는 이들도 유출된 정보를 통해 개인의 신상을 쉽게 알 수 있고, 이로 인한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SNS를 달군 ‘화장실 몰카’가 대표사례다. 화장실 개인 칸막이 안에 있는 나사에서 몰카가 발견됐다는 것. 이후 몰카의 다양한 종류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이에 대한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21일 MBC ‘PD수첩’에서 방영된 ‘화장실 천장에서 발견된 몰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같은 회사 남자 직원의 범행으로 밝혀진 사건으로, 천장의 작은 구멍에서 몰카를 위한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콘센트에까지 연결돼 있던 휴대전화엔 50분 분량의 동영상과 25장의 사진이 있었다.

제재 해도 끊이지 않아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은 물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등의 유출은 불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와 관련된 유해 사이트를 제재하고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어 이를 관리하기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출된 사생활을 두고 ‘동의를 얻은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의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개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유출된 사생활이 유해 사이트에 올라가는 등의 행위를 규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최근에 몰카·해킹 등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라넷과 같은 특정 유해사이트를 제재하고 있는데, IP주소를 바꿔가면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SNS나 이메일 등 개인과 개인 간의 유출 방식까지 관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개인끼리의 유출을 방통위가 규제하고 관리하는 건 ‘국가기관이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정부의 제재·관리에도 사생활 유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카메라와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타인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하다 검거된 건수는 총 6361건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2013년 4380건보다 약 45%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러한 개인의 사생활이 유출되는 경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악명 높은 유해 사이트인 소라넷이 지속적인 관리 대상이 되자 다른 방법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에서 이메일을 통해 유출된 사진·동영상을 주고받기도 한다. 몰카 등을 유출시키는 사람은 이메일 계정을 수시로 바꾸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숨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로깅 서비스인 ‘텀블러’에 유출된 사진·동영상 등 개인들의 비밀이 올라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개인 간의 유출 경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아 실제로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잊혀질 권리’로 해결될까  

물질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사생활을 유출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생활 유출의 대부분은 ‘재미’, ‘복수’ 등 유출자의 정신적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함이 대부분이다. 사생활 존중 의식 약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정신적인 피해를 양산한다는 점 등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잊혀질 권리’가 처음 등장했다. 2012년 1월 25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온라인상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인터넷에서 생성·저장·유통되는 개인의 사진이나 거래 정보 또는 개인의 성향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유통기한을 정하거나 이를 삭제, 수정, 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미디어법, 2013.2.25.)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확정했고, 이 개정안을 개인과 법인을 포함한 전체 회원국에 적용시키고 있다. 

국내에선 2013년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잊혀질 권리’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신이 올린 글을 ‘올린 당시 외에도 이를 공유한 범위까지’ 삭제할 수 있다는 게 법안의 주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법안은 현재까지 관련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잊혀질 권리’,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방지’ 등의 문제에 한국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간의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그나마 발의된 잊혀질 권리 법안의 내용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만 해당한다. 피해사실을 모르는 경우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최근 몰카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단순히 국가의 ‘제재’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방안대로 가되, 무너져가는 공동체·정신윤리의식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 전문가는 조언했다. 특히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 무감각한 현실을 비판하며, “지금 사회는 타인에 대한 존중,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무너진 것 같다. 공유가 미덕이라는 생각은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가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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