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뺨치는 미스터리 2제
추리소설 뺨치는 미스터리 2제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0-11-02 13:04
  • 승인 2010.11.02 13:04
  • 호수 862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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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방 (위) 시체가 발견된 장소(아래)

1.10대 여고생 살인사건

빨래방의 비밀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지난 10월 24일 10대로 보이는 여성 변사체가 발견됐다. 경찰이 조사한 결과 이 사체는 16세 여고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체가 낙엽으로 덮여져 있었던 점을 미루어 타살로 보고 수사한 끝에 용의자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가지 면에서 의문점이 남는다. 이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사체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공원의 외진 곳에 유기된 것이 아니라 인도와 공원의 경계를 가르는 울타리 바로 밑에 유기됐다는 것이다. 공원 쪽 울타리 밑에서 발견된 사체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이 울타리는 불과 10여 미터 떨어진 초등학교와 연결돼 있다.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인도 바로 옆에 사체를 유기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범인의 대담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범인이 어떻게 왜 사체를 이 장소까지 운반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체유기장소 부근에는 주택가와 각종 상업시설들이 들어서 있어서 목격자가 있을 법하지만 누구도 수상한 움직임을 목격한 이가 없다는 점 역시 미스터리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초등학교 옆 공원에서 지난달 24일 발견된 사체는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16·학생)양인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김양은 이날 오후 1시10분께 청반바지와 검정 점퍼, 붉은색 티셔츠, 맨발 슬리퍼 차림으로 발견됐다. 옷은 모두 입고 있었지만 아래 속옷은 벗겨져 사체 옆에 놓여 있었다. 범인이 김양의 사체를 유기할 당시 바지만 다시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고양경찰서는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김모(16·무직)군을 붙잡아 일단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경찰은 김양이 친구 Y(16·학생)양, 김군 등 2명과 함께 밤늦게까지 부근의 한 셀프빨래방에서 술을 마셨던 사실을 확인하고 이날 새벽 3시30분께 경기 남양주시 친구 집에서 나오는 김군을 검거해 조사해 왔다.


CCTV 고장나 추가 증거 없어

그러나 김군은 그동안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왔다. 김군은 경찰조사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김양과 친구가 모두 나간 뒤에 혼자 뒷정리를 하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군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김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연구소에 보내 부검을 의뢰했지만 시신의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다른 증거들을 확보하기 위해 공원주변 거주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수확은 전무해 사실상 추가 증거 확보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건 당일로 추정되는 당시 화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빨래방 CCTV도 하필 고장 난 상태여서 경찰을 낙담케 하고 있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도 CCTV가 없어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용의자가 검거되긴 했지만 이 사건은 몇가지 미스터리를 남기고 있다.

경찰이 밝힌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사건 당일 김양은 이날 밤 10시30분께부터 친구들과 빨래방에서 술을 마셨다. 이 빨래방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24시간 운영됐지만 사건 이후 밤 12시에서 아침 7시까지 영업하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밤 12시~01시 사이 김양, 김군 등과 술을 마시던 Y양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Y양은 밤늦은 시간이라 주변에 화장실이 없어 200여 미터 떨어진 집에 가서 용변을 보고 02시께 다시 빨래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Y양이 돌아갔을 땐 빨래방은 텅 비어 있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판단한 Y양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Y양을 조사한 결과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Y양은 사건 당시 행적에 대한 주변인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본인의 진술도 일관되는 점을 고려해 사건에서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Y양이 경찰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김양과 김군은 평소 서로 감정도 나쁘지 않았고 술을 마시던 당일에도 두 사람이 다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술을 만취할 정도로 많이 마신 것도 아니라는 것이 Y양의 설명이다.

문제는 김군의 진술이다. 김군은 처음 경찰에 “Y양이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양도 집에 간다면서 나갔다”고 진술했다. 또 김군은 김양이 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 역시 술자리를 정리하고 곧 자리를 떴다고 경찰에 주장했다. 경찰은 김군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벌인 끝에 자백을 얻어 낸 것으로 알려진다. 김양이 나간 뒤 자신의 행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 경찰의 의심을 받았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은 당초 김양이 떠난 뒤 자신도 빨래방에서 나와 바람을 쐬기 위해 공원을 혼자 배회하다 집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며 “사건 당일 김양과 헤어지고 곧바로 공원을 혼자 산책했다는 김군의 진술은 궁색하다”고 말했다. 이어 “Y양이 ‘화장실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 빨래방을 나왔다. 김군은 Y양을 기다리지 않고 빨래방을 나온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정황과 근거를 들어 김군이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김군이 김양을 죽이는 장면이나 사체를 유기하는 모습을 본 목격자가 아무도 없다. 또 김군과 김양이 말다툼을 하거나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본 사람도 없고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다는 주민도 하나 없다. 세 명의 10대 청소년이 빨래방에서 술을 마시고 조용히 흩어졌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김군이 김양과 함께 술을 마신 뒤 근처 공원 화장실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군이 사람들 눈에 띌 것을 알면서도 김양의 시체를 업고 유기장소로 이동했을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 따라서 추가 증거가 없는 한 김군의 빈술에만 의존해야 할 상황이다. 더구나 김군이 왜 굳이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쉬운 곳에 김양의 사체를 유기했는가 하는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김군은 경찰에서도 매우 태연한 태도를 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은 그동안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증거가 있으면 가져와보라는 입장을 취했다”며 “김군이 검거 초기에는 긴장하는 듯했지만 경찰이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는지 해볼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태도를 바꿔 경관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말했다.



2. 3개월째 미궁 헤매는 수유동 사건

CCTV의 시선

지난 7월 26일 오전 7시13분께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다세대 주택 3층에서 발생한 살인방화사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은 한 사건 안에 성폭행, 살인, 방화 등 강력범죄 요소를 모두 담고 있어 사건 해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건 발생 당일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화재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방안에서 숨진 이모(24)씨를 발견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연기가 나는 안방 이불 위에 이씨의 시신이 엎어진 상태로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성폭행 당한 뒤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범인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이씨는 발견 당시 손이 뒤로 향한 채 끈으로 묶여 있고 하의가 벗겨져 있었다. 범인은 이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불까지 지른 것으로 보인다. 일정한 직업 없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씨가 이날 새벽 4시께 어머니가 출근한 뒤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집 안에서 유류품이나 모발을 거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하고 주변 CCTV도 확보해 조사 중이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경찰은 여러 갈래로 수사방향을 잡고 용의자 추적에 나섰지만 모두 허탕이 돼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관할 지역을 맡고 있는 강북경찰서의 수사인력이 총동원됐다. 경찰은 수사 초기만 해도 용의자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범행시각이 인적이 드문 시간인데다 방범용 CCTV가 사건현장과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CCTV가 1분마다 방향을 바꾸며 촬영돼 이씨 집 앞 골목길을 5분에 한 번꼴로 밖에 비추지 않아 단서확보에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유, 신문배달원과 운동하는 사람들까지 범행추정 시간대에 CCTV에 찍힌 사람은 모두 조사하고 DNA검사까지 했지만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의 어머니가 출근한 시간을 노린 것으로 미루어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그물망 수사를 펼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또 경찰은 이씨 주변인물 중 사건발생 추정시간 당시 알리바이가 불투명한 사람을 중심으로 DNA 대조작업도 벌였다. 조사 대상자는 수백 명에 달하지만 유전자정보가 일치되는 경우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남자친구는 물론 이씨가 일주일에 한 번 다니던 기타교습소 강사, 인근 지역 성범죄 전과자까지 모조리 조사했지만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성범죄 전과자에 대한 조사지역 범위를 넓히는 한편 주변인물에 대한 재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사건의 조기해결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사체에서 확보된 정액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만큼 이번 사건은 조속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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