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

영화 ‘007 위기일발’의 원제목 ‘러시아에서 사랑과 함께(From Russia with Love)’를 연상케 하는 연애 스토리로 한국이 떠들썩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차녀 에카테리나 블라디미로브나 푸티나(24·애칭 카탸)와 윤종구(65)전 해군제독의 막내아들(26)의 핑크빛 로맨스가 알려진 것. 일부 언론은 이들이 곧 결혼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지만 윤씨측은 29일 “서로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겠지만 결혼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공식 밝혔다. 이들이 결혼에 골인하기 까지는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사귀고 있음은 부인하지 않은 것이어서 당분간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러시아 미국 등을 오가며 사랑을 이어온 이들의 연애사를 공개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첫 만남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9년 7월 모스크바 국제학교인 아메리칸스쿨 파티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고 한다. 이때 그들의 나이는 윤씨가 15살, 카챠가 13살로 아직은 풋풋한 청소년이었다.
12년간 이어져 온 로맨스
이 파티에서 윤씨는 뛰어난 춤 솜씨로 무대를 휘어잡아 ‘챔피언’에 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카챠는 첫눈에 윤씨에게 반했고 언니 마리아와 함께 다가가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이를 시작으로 두 사람의 교제가 조심스럽게 시작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카챠는 윤씨에게 자신이 푸틴 총리의 둘째딸임을 밝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시 윤씨의 아버지인 윤 전 제독은 러시아 한국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파트 경비원이 카챠가 타고 온 차량을 보고 “크렘린궁 소속 차량인 것 같다”는 예상치 못한 말을 전했다. 이 말을 듣고 난 후에야 윤씨 가족은 카챠의 신분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한다. 당시 푸틴은 총리 임명 후 보리스 옐친 후계자로 강력히 거론되던 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버지의 임기가 끝나자 윤씨는 한국으로 귀국했다. 하지만 국경은 그 둘 사이에 장벽이 되지 않았다. 윤씨가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도 이메일 등으로 꾸준히 연락을 하며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한국과 러시아 오가며 애틋
감정은 점차 무르익어 갔고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때 카챠가 한국으로 날아와 2주간 머물렀다. 윤씨는 카챠와 함께 서울 곳곳을 누비며 데이트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같은 해 12월에는 카챠의 어머니, 언니와 함께 오스트리아에서 2주간 달콤한 휴가를 같이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관계가 급진전된 두 사람은 지난 8월 일본 홋카이도의 한 리조트에 머무르고 있던 윤 전 제독 부부를 만나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은 사실상 이 자리가 상견례나 다름없었다고 전하며 푸틴 총리가 두 사람의 교제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반대해왔으나 최근 윤씨를 직접 만난 뒤 결혼을 허락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카챠는 한국어는 물론 5개 국어에 능통한 재원으로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카챠가 모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그 기업이 어디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카챠와 열애 화제의 윤씨는 누구
현재 윤씨는 삼성전자 러시아 모스크바 지사에 지난 8월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러시아에서 8년간 학교를 다니다 일리노이 주립대학 어바나 샴페인에서 국제학과 정치학을 복수전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총리의 딸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을 만큼 준수한 외모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카챠와 처음 만난 댄스파티에서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던 춤 실력도 녹슬지 않았다. 비보이 대회도 출전할 정도로 현란한 춤 솜씨를 갖고 있다고. 운동신경도 발달해 못하는 스포츠가 없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라고 한다. 또 러시아 교포사회에서도 착실한 성품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정계도 외교계도 초미의 관심사
현재 러시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실세 지도자로 자리매김 하는 사람이 푸틴 총리다. 현직은 총리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재의 대통령을 만들었으며 차기 대통령으로도 유력해 ‘21세기형 짜르(황제)’로 불리기도 한다. 구 소련 와해 이후 러시아 민족주의를 부활시켜 ‘강한 러시아’로 거듭날 것을 주장해온 푸틴은 러시아 내에서 그 정치적 입지를 흔들만한 인물이 사실상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정계와 외교계도 이들의 사귐에 무관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러시아는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판도의 열쇠를 쥐고 있으며 푸틴은 지난 2000년 7월 대통령으로서 러시아 최고 지도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했었다. 이를 시작으로 북한과 러시아 양국은 고위 인사 교류를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푸틴 총리의 딸과 윤씨가 만일 결혼으로까지 발전한다면 러시아와 한국 간의 관계에도 모종의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들의 때 이른 추측이다.
현재 한국과 러시아 간에는 여러 가지 현안이 얽혀 있다. 우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이견을 보인바 있으며 2번이나 실패한 우리 나라의 인공위성 발사에도 러시아의 기술이 참가하고 있다. 또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논의에는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진행된다면 한반도는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급부상해 각종 경제적 혜택을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김치국부터 마시는 격이지만 단순한 양국 젊은이 사이의 애틋한 사귐이 외교면에서도 결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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