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의혹 공무원 A씨…취재 도중 휴대폰 번호 바꿔
서울시내 한 구청 공무원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수 년 동안 수백만원의 뒷돈을 챙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해당 구청 감사실은 "설마 그 직원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며 두둔, 제식구 감싸기 병폐는 여전했다.2일 복수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공무원 A씨(51·7급)는 1998년부터 최근까지 구청 주택과 및 관련 부서에 근무해오면서 무허가 주택에 사는 주민들의 뒤를 봐주는 조건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금품을 챙겨왔다. 이 직원은 또 생계가 어려운 노인에게 접근, 건축물 허가를 받게 해주겠다며 수 백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난해 5월에는 모 주민센터(동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업체 관계자 B씨에게 밤늦게 전화를 걸어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B씨는 A씨의 요구를 참지 못하고, 그 동안 금품을 건넨 내용이 담긴 입증 자료를 뉴시스에 폭로했다.
내용을 보면 A씨에게 건넨 2008년 10월24일 발행 K은행 10만원권 수표 10장(수표 번호)과 C, D, E씨 등에게 A씨가 금품을 요구한 증언들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B씨는 "그 사람은 (주택과)무허가 담당으로 일하면서 건축물 인·허가를 손쉽게 해주고,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차례 돈을 뜯어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금품을 요구하는 방식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화재나 멸실(滅失)된 무허가 주택을 재건축 승인이 나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은 물론, 틈만 나면 불법건축물을 트집 잡아 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만날 귀찮게 하니 안 주고는 못 배겼다"며 "(A씨)그 사람은 구청 직원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A씨는 굳게 입을 닫았다. 지난 10월29일 뉴시스 취재도중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근무한 사실 조차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일날 휴대폰 번호를 변경한 것으로 드러나 금품 요구 의혹을 짙게 했다. 해당 동사무소 직원들도 A씨의 연락처 공개를 꺼렸다.
구청 홍보과 직원은 "구청장이 비리척결을 외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불거져 매우 당혹스럽다"며 "피한다고 능사가 아닌데 안타깝다"고 푸념했다. 다른 직원도 "자신이 떳떳하면 나서서 해명하면 될 것을 휴대폰 번호까지 바꾸는 것은 뭔가 냄새가 난다"고 비난했다.
A씨는 구청 감사실의 확인 요청마저 거절했다. 2일 감사실 관계자는 "A직원에게 사실을 캐물으려 해도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품 상납)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고 두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와 관련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취임을 앞둔 시점에서 "비리가 심한 구(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동훈 전 구청장이 재임 시절 부동산 관련 청탁을 들어주고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구속된데 따른 것이다.
이밖에도 서대문구는 2005~2007년 '철거 반대' 민원을 해결해주겠다며 건설사로부터 수 천만원을 받아 관계 공무원이 무더기로 구속 기소되는 등 각종 불법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무성 기자 ko672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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