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손해배상소송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이달 23일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미국 뉴욕주 퀸즈카운티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고 24일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 등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해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박 사무장이 주장했다.
정확한 금액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징벌적 배상은 최근 사회적 논의가 한창인 사안으로,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배 이상의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다.
박 사무장 측은 "이번 사건으로 관제탑·활주로 종사자 등 미국 공항도 피해를 본 만큼 뉴욕에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김도희 승무원이 같은 법원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이 ‘관할법상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각하를 주장했던 전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번 소송건도 각하를 주장할 계획이다.
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은 "땅콩회항은 미국 관제탑의 허가를 받아 이뤄졌다. 한국법원도 미국 공항은 피해가 없었다고 판결했다"며 "김도희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을 위한 '포럼 쇼핑(유리한 판결을 얻기 위해 법원을 고르는 행위)'으로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미법상 제도 중엔 불편한 법정의 원칙이 있다. 이는 법관 재량에 따라 타지역 재판 관할권 행사를 자제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제소한 사건의 재판을 거부하는 이유로도 쓰인다.
지난 8일 박 사무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한 외상후 신경증 등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건을 위해 박 사무장은 미국 보스턴 현지 법무법인(로펌)을, 조 전 부사장은 앞서 선임한 미국 대형 법무법인 '메이어브라운'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소송 당사자가 모두 한국인이고 관련 자료도 모두 한국어로 작성된데다 한국 법체계에서도 충분한 배상이 가능하다”며 “재판이 한국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상대적으로 조 전 부사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한국 법원을 더욱 신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박 사무장이 대한항공을 소송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서울남부지법을 통해 관련 소송을 제기하도록 한 근로계약서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했던 김도희 승무원은 지난 3월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편 2016녀 1월 초까지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으로 출근하지 않는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기간을 당초 1월29일부터 7월23일에서 2016년 1월7일까지로 연장했다. 박 사무장의 신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