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 불구 20여명과 조건 만남
에이즈 감염 불구 20여명과 조건 만남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0-11-02 10:57
  • 승인 2010.11.02 10:57
  • 호수 862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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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 10대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된 10대 여성이 인터넷 조건 만남을 통해 남성들과 무차별 성관계를 가져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해운대경찰서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긴 채 돈을 받고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안모(19)양을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위반 혐의로 지난달 26일 불구속 입건했다. 또 돈을 대가로 안양과 성관계를 한 이모(27)씨 등 3명을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위반 혐의로 같은 날 불구속 입건했다. 에이즈 감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즉석에서 대가성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하는 이른바 ‘조건 만남’을 한 안양의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안양의 가족은 부모님과 여동생 두 명인 다섯 식구로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안양은 특별한 이유 없이 집 밖으로 겉돌았다. 가장 가까워야할 가족과 담을 쌓아 간 것이다. 점차 연락도 하지 않고 귀가하지 않는 일이 잦아지더니 학교생활도 등한시했다. 결국 안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잦은 결석으로 중퇴하게 됐다.

눈에 띄는 갈등이나 가정불화를 겪은 것도 아닌데 안양이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가자 안양의 아버지를 비롯, 가족들의 시름도 늘어갔다.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는 딸의 안부가 걱정돼 전화를 하면 안양은 “친구 집에서 자고 가겠다” “찜질방에 있겠다”며 집을 멀리했다. 안양의 아버지는 달래도 보고 혼도 내봤지만 딸의 가출이 반복되자 때때로 찜질방 한 달 정기 이용권을 딸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마땅히 갈 곳 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다 위험에 노출될 것을 걱정한 탓이었다.

하지만 이런 가족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안양은 탈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안양은 밤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친구 집이나 찜질방을 전전하며 생활했다. 집은 며칠에 한번 꼴로 들릴 뿐이었다.


단란한 가족에도 불구 탈선

선천적으로 콩팥이 좋지 않던 안양은 통증을 느껴 지난 1월 병원을 찾았다. 진료 후 콩팥에 물혹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수술을 받았다. 병원은 이 과정에서 안양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이에 안양은 부산보건환경연구원 검사를 받아 지난 2월 에이즈 보균자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은 안양이 가출 당시 알게 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과의 성관계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안양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 남성의 신원과 에이즈 감염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이즈 감염사실을 안 안양은 극도의 심적인 불안을 느끼고 집을 더 멀리하기 시작했다. 친구 집에서 며칠씩 머물렀던 안양은 친구 부모님 눈치가 보이자 찜질방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용돈이 떨어지자 찜질방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던 중 안양은 친구로부터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조건만남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곤 귀가 솔깃해졌다. 안양이 곧장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하니 ‘조건만남’을 제시하는 쪽지가 심심찮게 날아왔다.


에이즈 사실 숨기고 성관계

안양은 찜질방 이용비 등을 벌기 위해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남성들을 만나 수영구 모텔 등지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안양은 지적장애 2급으로 판단력은 또래보다 낮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해 상대 남성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안양은 3명의 남성으로부터 1회당 5~10만 원을 성관계를 맺기 전 현금으로 받았던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3명의 남성은 에이즈 감염을 우려한 안양이 “피임기구를 사용 하자”고 제의했으나 거절했다. 이들 남성들은 보건소에서 검사를 통해 에이즈 감염여부를 확인한 결과 에이즈에 감염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안양의 채팅 사이트 로그인 기록과 전화휴대폰 전화내역을 토대로 20명의 남성에 대해 안양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수사를 벌였다. 이 남성들은 안양과 채팅만 하거나 전화통화만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찰은 성관계 사실을 부인한 남성들에게도 에이즈 감염여부와 관련, 검사받을 것을 권유했다.

이러한 안양의 ‘몰래한 성매매’는 아버지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안양의 성매매 사실을 전해들은 아버지가 “딸이 에이즈에 감염됐는데 계속 집을 나가 행방을 모른다”며 신고한 것이다.

현행법상 에이즈 보균자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법원은 “인신구속을 하는 것 보다 치료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경찰이 안양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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