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7일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을 사칭해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동포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은 권모(53)씨 형제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공갈 등)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권씨 동거녀 박모(33·조선족)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 형제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가짜 출입국 수사관 신분증을 위조해 가지고 다니면서 단속을 빌미로 박씨를 통해 알게 된 불법체류 중국동포 50여명에게 30여 차례에 걸쳐 1억1000만 원을 뜯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권씨 형제는 박씨가 알려준 중국동포 집에 들어가 출입국 단속반이라며 가짜 출입국조사관 신분증을 보여주고, 외국인 등록증 제시를 요구했다. 이들은 불법체류자인 경우에는 강제추방무마 대가로 현금과 카드를 빼앗았다. 또 합법체류자의 경우, 현금카드 위조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접근해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하니 비밀번호를 대라”고 속여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다른 현금카드와 바꿔치기해 되돌려 주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이들이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찾아 고급 승용차를 사고, 박씨의 고향인 중국에 수천만 원을 송금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지난 2004년 10월과 2007년 7월 같은 범죄로 실형을 살다 지난 2008년 10월께 출소했다. 출소 직후 무직으로 집에서 놀던 절도전과 12범인 자신의 친형과 동거녀 박씨를 끌어들여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권씨 형제는 한눈에 봐도 조잡한 가짜 출입국 조사관 신분증을 제시했다”며 “황당할 정도로 엉성한 수법이었지만 국내물정에 어둡고 불법체류자 등 약점이 있는 중국동포들에게 너무나 쉽게 통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출입국 단속반을 사칭하며 무전기까지 동원해 불법체포와 공갈을 일삼는 또 다른 범죄조직이 있다며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