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요걸’들의 개인운전기사
‘나가요걸’들의 개인운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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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1-02 10:48
  • 승인 2010.11.02 10:48
  • 호수 862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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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 누비는 ‘콜뛰기’의 세계
최근 한 달 수입만 1000만 원에 달하는 ‘럭셔리 성매매 여성’이 경찰의 단속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일반인들은 가히 상상도 하기 힘든 금액을 성매매로 벌고 있어 이에 대한 서민들의 자괴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 그녀들의 생활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럭셔리하고 은밀하며, 자신들만의 밀폐된 세계를 가지고 있다. 전업 성매매 여성이 아닌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들의 경우 이른바 ‘콜뛰기’라는 자신들만의 럭셔리한 ‘개인택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실질적인 소유는 아니지만 출퇴근 시에는 실제 소유자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이들 택시들은 나가요 아가씨들의 출퇴근 시간에 이들을 픽업해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장소에 ‘배달’해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특히 콜뛰기를 하는 대부분의 차량들은 일반 택시가 아닌 일반 중대형 차종 이상이다. 나가요 아가씨들의 출퇴근이 럭셔리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택시 안에는 아가씨들을 위한 사탕, 껌, 담배 등이 있으며 심지어 스타킹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까지 있다. 은밀한 그녀들만의 교통수단, 콜뛰기의 실체를 취재했다.

아직 ‘햇병아리’라고도 불리는 나가요 아가씨 6개월 차인 최모양(21). 그녀는 요즘 럭셔리한 생활을 즐기는 맛에 푹 빠졌다. 그 중에서도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건 바로 콜뛰기다. 전화 한통이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엄두도 낼 수 없는 중대형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해 졌다. 특히 이들 콜뛰기 택시들은 일반적인 도로를 잘 이용하지 않고 강남의 골목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러시아워에도 길이 막혀 발을 동동거릴 필요가 없다. 그녀는 “콜뛰기가 없으면 생활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처음 이 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일 좋았던 게 다름 아닌 콜뛰기였다. 사실 아가씨들은 업소에 출근하기 전에 우선 미장원에 들렸다가 다시 룸으로 가야 한다. 어차피 집은 강남 근처이기 때문에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번거로운 건 사실이다. 진한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제대로 갖춘 후 일반 택시를 타기가 영 쑥스럽기 때문이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콜뛰기였다. 아마도 강남 나가요 아가씨들의 90% 이상이 콜뛰기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그만큼 이 세계에서는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만의 은밀한 교통수단

콜뛰기가 아가씨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은 단지 편하고 럭셔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아가씨들에게 일종의 ‘차별의식’을 심어준다고 한다. 콜뛰기 기사 4년차 김모씨의 이야기다.

“사실 허름한 모텔에 들어갈 때와 고급 5성 호텔에 들어갈 때에는 기분 자체가 다르지 않은가. 자신이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이런 감정들이 콜뛰기 택시를 탈 때에도 똑같이 적용이 되는 것 같다. 솔직히 20대 초중반의 아가씨들이 어디 가서 이런 중대형 차를 자가용처럼 이용해볼 수 있겠는가. 물론 돈만 지불하면 되겠지만 그녀들이 화류계가 아닌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으로 이런 택시를 매일 탈 수 있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가씨들이 거의 새벽에 술에 취한 채 퇴근을 하다 보니 일종의 ‘안전’ 문제도 있다. 일반 택시를 이용하다가는 자칫 무슨 사고를 당할지 모르니 차라리 늘 익숙한 사람의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손님과 2차를 갈 때에도 편하게 이동하고, 낯선 택시 기사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받지 않아도 되니 더할 수 없이 편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콜뛰기 기사들의 한 달 수입은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일까. 물론 하루 영업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경우는 하루에 20만 원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 금액을 벌기 위해서는 하루에 최소 7~8명 정도의 아가씨를 출퇴근 시켜야 한다. 콜뛰기를 한번 이용해서 업소에 가는 금액은 1만 원이다. 아가씨 한 명당 출퇴근을 합치면 2만 원이 된다. 그러다 가끔씩 조금 먼 거리까지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한 번에 2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로 치면 많으면 한 달에 500만 원까지 벌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달 수입, 많으면 5백까지 가능해

아가씨들의 출근이 대략 8시 전후여서 밤에만 일하는 수입치고는 꽤 괜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물론 이 금액은 ‘잘하는 사람들’이야기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최소 200만 원 안팎은 벌 수 있다. 2~3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로는 그리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콜뛰기 택시 기사들은 가끔씩 가다가 ‘횡재’를 하기도 한다. 마음이 외로운 아가씨들이 느닷없이 술자리를 제안하거나 ‘하룻밤 같이 있어주면 안되냐’는 부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러한 제안이 곧 ‘잠자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특히 택시 기사들은 그녀들과 잠자리를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가씨들이 순간적인 기분으로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결국 다음 날 술에 깬 뒤에는 서로 민망함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아가씨들은 택시 기사를 바꾸게 되고, 손해를 보는 사람은 기사들일 뿐이다. 한 기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 친구 중에서 비교적 젊고 잘생긴 대학생 콜뛰기 기사가 있었다. 얼굴과 외모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탓인지 아가씨들이 호감도 많이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한 나가요 아가씨가 그에게 술자리를 제안했던 것이다. 속으로 ‘웬 떡이냐’하며 좋아했던 기사는 그날 밤 결국 ‘잠자리’까지 함께 하게 됐다고 한다. 대학생이 나가요 아가씨와 잠을 자보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어쨌든 그렇게 그날 밤은 즐겁게 보냈는데, 그 다음 날 부터는 그녀로부터 출퇴근 콜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 친구는 그 뒤로는 절대로 아가씨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때로 기사들은 암묵적으로 ‘입조심’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룸살롱 업계도 나름 좁은 곳이기 때문에 아가씨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여기 저기 옮겼다가는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택시 안에서 아가씨들은 통화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때 일부 업주에 대한 비난이나 업소에 대한 정보가 세어나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절대로 발설을 해서는 안 된다.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다.


불법영업에 교통법규 무시는 문제

그런데 이런 콜뛰기 문제는 바로 이들이 불법인데다가 차량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은 골목길 내에서 교통질서를 거의 지키지 않는다. 일방통행로를 역주행 하는가 하면 불법유턴, 불법 주차를 상시적으로 한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빨리’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교통질서를 지킬 여유가 없다는 것. 하지만 이들을 제어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이들은 겉으로는 택시 표지판을 달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가용인지, 영업용인지 전혀 분간을 할 수 없다는 것. 특히 골목길의 미로에 대해서는 이들이 경찰들 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뒤를 따라와 봐야 큰 소득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룸살롱과 나가요 아가씨가 존재하는 한 이들 콜뛰기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김영민·헤이맨라이프 대표]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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