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동거녀 부모 유골 훔친 50대
집 나간 동거녀 부모 유골 훔친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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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1-02 09:37
  • 승인 2010.11.02 09:37
  • 호수 862
  • 5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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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이 가출한 동거녀를 못 잊겠다면서 동거녀의 부모 묘지를 파헤친 뒤 유골을 훔쳐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는 정모(55.노동)씨와 박모(56.여)씨는 12년 전에 만나 살림을 차렸다. 둘은 모두 한 차례 이혼을 한 경험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일정한 직업 없이 공사판을 전전하던 정씨가 의처증세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경찰조사결과 정씨는 박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전화통화를 하면 ‘누구냐’며 캐묻기 일쑤였고, 친구를 만나고 집에 오면 ‘다른 남자 만난 것 아니냐’고 하는 등 사소한 일상까지 집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의 의처증과 폭행을 견디지 못한 박씨는 2007년 12월 정씨와 함께 살던 양평 집에서 나왔다. 그러나 정씨의 집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씨는 지난 3월~4월께 충남 공주의 한 노래방에 박씨가 카운터로 일을 하는 것을 알아내고는 박씨가 장기투숙하는 모텔 바로 옆방에 묵으며 박씨를 엿보았다. 심지어 박씨의 방에 몰래 들어가 50만 원이 든 박씨의 지갑을 훔쳤다가 발각되자 30만 원을 돌려준 일도 있었다.

정씨의 집착은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정씨는 지난 7월 초 오후 4시에서 다음날 오전 7시 사이 전북 군산시에 있는 박씨 부모(부-2001년 사망, 모-1994년 사망)의 묘지를 파헤쳐 유골 2구를 훔치는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렀다. 정씨는 훔친 유골을 집에 있는 김치통에 보관해왔다.

경찰은 “정씨가 지렛대와 삽 등으로 분묘 둘레석을 부수고 봉분을 3m정도 파낸 뒤 석관 안에 있던 유해 2구를 모두 꺼냈다”고 밝혔다.

정씨는 범행후 박씨에게 ‘부모 유골을 보관하고 있다. 너를 잊지 못한다’는 내용의 이메일과 함께 자신의 연락처를 남겼다.

경찰에 붙잡힌 정씨는 “화장을 하려고 유골을 빼냈는데 형편이 어려워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유족 동의를 받지도 않았는데 화장을 시키려 했다는 뻔뻔스러운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정씨가 훔친 유골을 볼모로 박씨와 다시 만나려 한 것으로 보고 지난 10월 29일 묘지를 파헤쳐 유골을 훔친 혐의(분묘발굴및 사체 등 영득)로 정씨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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