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담당자' 국정원 직원 자살 여섯가지 미스터리
'해킹 담당자' 국정원 직원 자살 여섯가지 미스터리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7-22 10:43
  • 승인 2015.07.22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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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정치팀] 해킹 프로그램 운영을 맡던 국정원 직원 임모(45) 씨가 18일 자살했다. 임씨는 일개 직원이 아니라 '해킹 업무를 총괄하던 팀장급 요원'으로 알려졌다.

임씨의 자살로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이 새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임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 의혹은  민간인 사찰 없었다는데,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유서에서 임씨는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결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임씨의 주장대로 민간인 사찰이 없었다면 굳이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국정원이 원격조종시스템(RCS)을 이용한 해킹프로그램을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구매한 사실이 공개됐지만 국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해킹이 아니라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힌 임 씨가 경위서 같은 느낌의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임씨의 주장대로 아르시에스 해킹 프로그램이 대북, 대테러용으로 쓰였다면 임씨는 오히려 포상을 받아야하는데도 오히려 정반대로 자살을 택했다는 점에서 임씨의 자살 경위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두번째 의혹은 부인이 출근한 남편을 오전 10시에 실종신고 했다고 진술한 내용이다. 그런데 국정원에선 임씨가 출근을 안 하고 있다고 집으로 연락을 했고, 임씨의 부인이 이상하게 생각해 오전 10시 30분쯤 119에 실종 신고했다. 직장으로 출근한 사람이 연락이 안된다고 해도 가족들이 오전 10시에 실종신고를 한 건 좀 이례적이다.

세 번째는 20년 경력의 전문가는 왜 100% 복구 가능한 파일을 삭제했을까? IT전문가인 임씨가 자료 삭제에 나선 이유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이 직원이 4일간 잠을 안 자고 일하면서 공황상태에서 착각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100% 복구가 가능한 파일이라면 사이버 보안전문가가 왜 유서에 죄송하다고까지 하면서 이런 얘기를 꺼냈을까 하는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네번째는 삭제된 파일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자료의 정확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당장 야당에서는 민간사찰 관련 자료가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19일 '국정원 직원의 유서로 국민 사찰 의혹은 더 커졌다'는 제목의 브리핑을 통해 "(자료 삭제는)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가 어떤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삭제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다섯번째는 정말 국정원 윗선의 개입은 없었나하는 의혹이다. 이 대목에서 이철우 의원은 임씨의 업무와 대해 “자기가 어떤 대상을 선정하고 이런 게 아니었다”면서 “대상을 선정해서 자신에게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이메일을 심는다든지 이런 일을 하는 기술자였다”고 설명했다. 임씨 스스로 임무를 기획하기 보다는 공작업무를 지원하는 파트라는 설명인데, 임씨를 지휘ㆍ통제하는 라인이 별도로 존재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유출된 자료를 보면, 임 과장이 이 모든 과정을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다. 2012년 나나테크는 해킹팀에 보낸 e메일에서 “목표물 30개를 추가 구입하기 위해선 고객이 ‘보스(boss)’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나나테크가 지난해 1월14일 해킹팀에 “국회가 예산을 삭감했고 내부 사정도 있기 때문에 고객(국정원)이 제한된 예산만 쓸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은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운용이 임 과장 개인이 아닌 국정원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정원의 '꼬리자르기' 의도에 압박감을 느낀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다. 공교롭게도 국정원은 임씨가 자살하기 하루 전인 17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해킹 소프트웨어의 사용기록이 기밀로 분류돼 있지만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조직의 결백을 강조했지만 임씨 입장에서는 도리어 심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써 임씨가 느낀 심한 압박감과 국정원의 의도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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