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사랑이랄 수 있나
영화 속에서 벌어질 법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30대 유부녀 교사가 중학생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 넣은 듯 시끄럽다. 하지만 현행법상 만 13세 미만의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는데다 합의하에 관계가 이뤄졌다고 진술하면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색다른 논란이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네티즌들이 “우리가 처벌하겠다”며 두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의 신원을 인터넷 상에 공개해 인터넷 테러 논란도 벌어지는 등 사건은 일파만파다. 사제지간에 벌어진 불미스런 스캔들의 내막을 파헤쳐봤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화곡동 H 중학교 기간제 교사 A(35·여)씨가 담임을 맡은 반의 제자 B(15)군과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문자메시지 주고받다 발각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군은 지난 10일 일요일 낮 12시께 단 둘이서 만났다. 영등포역 지하 주차장으로 간 두 사람은 주차된 A씨의 차 안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비밀리에 지속되던 이들의 만남은 곧 B군의 어머니에 의해 발각되고 말았다. A씨가 B군에게 보낸 둘 사이의 관계를 암시하는 ‘좋았다’는 요지의 문자메시지를 B군의 어머니가 본 것이다.
이 문자메시지에 격분한 B군의 어머니는 곧장 학교에 항의하는 한편 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서로 좋아서 관계를 가진 것으로 대가성은 없었다”고 진술했고 B군 역시 “강제성 없는 관계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이 사건은 현행법상 B군이 13세 이상인데다 대가 없이 서로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수사가 종결된 상태다. 다만 유부녀인 A씨의 남편이 간통죄로 경찰에 신고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사건에 가장 마음을 다친 사람은 누구보다도 H 중학교 학생들이다. 기자가 만난 H 중학교 학생들은 “창피하고 믿을 수 없다”는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또 “학교 망신”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A씨는 다정한 성격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교사였다. 방과 후에도 학생들과 함께 야구장을 가는 등 학생들과 자주 어울려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또 시험공부로 늦게 귀가하는 학생을 자신의 승용차로 직접 데려다 주는 등 친절하고 자상한 선생님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평소 A씨가 남학생들을 눈에 띄게 편애해 여학생들이 샘을 냈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H 중학교 학부모라 밝힌 김모씨는 서울특별시 강서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 올린 항의 게시글에서 “이번 여교사의 경우 평소에도 그 아이와 나이차이만 안 나면 결혼하고 싶다고 학생들 앞에서 말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관계 승낙연령 기준 높여야
이번 사건의 논란의 핵심은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기준연령이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아 합의하의 관계라 하더라도 성관계 자체만으로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B군의 경우 만 15세로 이에 해당하지 않아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의 기준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기획조직국장은 “많은 나라에서 성관계 승낙 연령이 평균 16세인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는 13세 이상이 기준으로 너무 낮은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이 어른들과 연대관계나 성관계를 맺을 때 위력이나 위계가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교사와 학생의 관계로 교사가 권력과 돈 등 보다 많은 자원을 갖고 있어 평등한 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상 털기’에 빠진 네티즌
이번 사건이 터지자 네티즌들은 먹잇감을 기다리던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A씨의 신상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에 대해 형법상 처벌을 피해간 A씨에 대한 단죄의 성격도 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개인 사진과 신상을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유포하는 ‘신상 털기’가 이루어지자 A씨 사진, 본명은 물론 근무하는 학교와 A씨 가정까지 신상 털기의 대상이 됐다. 제자들과 함께 찍은 A씨의 사진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는 A씨의 미확인된 신상정보를 정리해 ‘신상 정보 목록’이라는 제목으로 유포하는 등 도를 넘는 행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상 털기 광풍은 인터넷 게시판에 몰아쳤고, 확인되지 않은 A씨의 남편 신상까지 각종 포털을 통해 발 빠르게 유포됐다. 네티즌들이 A씨의 남편으로 지목한 한 변호사의 실명은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가 A씨의 남편인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A씨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A씨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두고 있다며 A씨의 홈페이지에 딸과 함께 찍은 사진과 태권도를 하는 아들 2명의 동영상이 있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H 중학교도 이번 사건으로 온 오프라인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등 쑥대밭이 돼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도 접속자 폭증으로 마비됐다.
이렇듯 A씨의 이야기는 네티즌들에 의해 근거 없이 확대 재생산되어갔다. 과열된 분위기를 우려한 일부 네티즌들이 ‘가정 파괴 행위’ ‘마녀사냥’이라고 자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美 여교사도 제자와 성관계… 아이까지 낳아
미국에서도 6년전 14세의 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23세의 여교사가 체포됐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탬파에 있는 그레코 중학교의 교사인 데브라 라파브는 2004년 학교 교실과 자신의 집, 차 안 등에서 14세 소년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았다. 라파브는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된 신부인 데다 15세의 다른 소년이 운전하는 차 뒷자리에서 성관계를 가진 적도 있어 더욱 충격을 주었다. 선생님과 불륜을 저지른 소년은 경찰에게 “지난달 학급 여행에서 서로 알게 돼 6월 초부터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다”며 “라파브가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다. 너에게 반했다’는 등의 말로 자신을 유혹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라파브는 3년간의 가택연금과 7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제자가 증언을 거부해 실형은 면했었다.
한편 1996년에는 당시 12살이던 제자와 성관계를 갖고 아이까지 낳았던 혐의로 7년6개월의 징역형을 마치고 나온 여교사가 제자와 결혼식을 올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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